코로나19 이후 전 세계는 ‘지속가능성’에 주목했다. MSCI는 ‘2021 ESG 트렌드 보고서’를 발간하며 5가지 핵심이슈 중 하나를 사회적 불평등으로 지목하기도 했다. 포스트 코로나 시대, 우리가 대비해야 할 것은 K자형 반등과 이에 따라 커지는 불평등 격차라는 얘기다.

세계적 규제도 사회 영역에 방점을 찍고 있다. EU는 6월 공급망 내 인권 침해를 감시하기 위해 공급망 실사 의무 입법을 예고했고, 미국은 중국 위구르에서 일어나는 인권 탄압으로 인해 위구르 발 상품에 수입 제재를 가하는 등 수위를 높여가고 있다.

국내에서도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인권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법무법인 지평은 어느 로펌보다 인권 문제에 관심이 높다. 2014년 공익법률활동을 위해 사단법인 두루 설립을 시작으로 2019년엔 인권경영팀을 출범해 선제적으로 인권실사 업무를 수행해왔다.

법무법인 중에선 가장 먼저 ESG 센터를 출범시키기도 했다. 지평 ESG 센터는 전략 그룹·환경 그룹·소셜 그룹·거버넌스 그룹·ESG 금융 그룹으로 나뉘어, 인권 외에도 에너지, 녹색금융, M&A 등 관련 이슈를 폭넓게 다루고 있다. 올해 1월엔 딜로이트 ESG전략담당 이사로 활동했던 이준희 이사를 영입해 법무 뿐 아니라 ESG 경영 진단, 로드맵 구축, 중대성 평가 등 통합 자문을 제공하는데 박차를 가하고 있다.

 법무법인 지평 임성택 대표변호사와 ESG그룹 이준희 그룹장 
 법무법인 지평 임성택 대표변호사와 ESG그룹 이준희 그룹장 

법을 넘어 법이 미치는 사회적 가치까지 생각하는 법무법인 지평이 바라보는 ESG는 어떤 모습일까.

Q. ESG와 관련된 내용이 법으로 제정되면서 규제의 측면도 거세지고 있다. 준법 경영과 ESG 경영, 어떤 점에서 다른가? 

윤리와 신뢰라고 비유하면 차이가 느껴질 것 같다. 기업이 준법경영을 해야 하는 건 윤리의 문제다. 기업이 법을 준수해가면서 경영하겠다는 건 우리 사회와의 약속이라는 점에서 윤리와 결부될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준법경영과 ESG의 결합으로 나타날 수 있는 결과 중 하나가 리스크다. 법의 수준에서 요구하는 ESG 요소를 지키지 않았을 경우 정부에 대응해야 하고 대내외적 평판이 무너지는 리스크로 바로 타격을 입을 수 있다. 법무법인이 가지는 강점은 여기 있다. ESG 경영의 출발점인 사회와의 약속을 지킬 수 있게 도와줄 수 있다. 가장 기본적인 부분을 지킬 수 있어야 확장성도 가질 수 있다.

준법 경영을 넘어 ESG 경영이 뜻하는 바는 신뢰라고 생각한다. 어떤 기업에 믿음이 생기는 과정은 윤리를 지키는 과정에 비해 지난하다. 법만 잘 준수하고 공시만 잘한다고 얻어질 수 있는 게 아니다. 신뢰를 얻기 위해선 기업이 약속하는 선언, 공시하는 정보, 내부적인 리스크 관리 체계, 이런 과정을 책임질 수 있는 거버넌스. 이런 과정이 유기적으로 엮어져야만 ESG 경영을 통해 신뢰를 얻을 수 있다. 

신뢰는 지속가능성의 핵심이다. 가령 폭스바겐이 이해관계자와 신뢰를 쌓아놨다면, 배출량 조작 사건이 있었을 때 기업이 행동할 수 있는 시간을 벌 수 있었을 것이다. 신뢰가 없는 기업에게 ESG 리스크는 치명적이다. 윤리를 지키지 못한 폭스바겐의 주가가 폭락한 이유다.

 

Q. 국내에서도 국제적으로도 ESG에 대한 수많은 규제가 생겨나고 있다. 생태계 확장을 위해선 규제와 자율, 어느 쪽에 방점이 찍혀야 할까.

이 주제를 논하기 위해선 먼저 건강한 규제가 무엇인지에 대한 선행 논의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ESG라는 용어를 쓰지 않더라도 관련 법안을 세어보면 개수가 적다고 할 순 없다. 국제적 흐름만을 따라잡기 위해 입법을 하는 건 오히려 혼란을 부추길 수도 있다. 최소한의 규제로 시작해 기업이 법안의 목적에 맞춰서 변화하면 새로운 합의점을 또 도출해 정비해나가는 게 건강한 규제라고 생각한다.

국내의 경우 ESG가 아직 영글 시간을 주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해외 같은 경우 사회적 책임 영역이나 기업에 대한 엄격한 규제 법안이 예전부터 존재해왔기 때문에 비재무정보 공시 지침(NFRD), 온실가스 배출 규제 등 새로운 환경에 맞춘 법안을 만들어낼 수 있었다. 플라스틱세 등 순환경제 법안도 논의가 길었다. 오히려 또 순환경제나 신재생에너지 같은 영역에서는 이니셔티브나 선언을 하도록 만드는 법이 더 강하다.

지금 국내에 필요한 제도나 법은 ESG를 오히려 잘할 수 있도록 격려해주는 것들이다. 근본적인 경쟁력을 만들어 갈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해야 할 타이밍이라고 생각한다. RE100이나 인권경영, 거버넌스, 다양성 등을 다루기 위해선 등 꼭 규제가 아니라도 해외 흐름에 맞춰 정비해야 할 필요성이 있다고 본다. 옥 죄는 게 아니라 활성화하는 방향으로 나아가야 한다.

 

Q. 기업 법무팀에게 주는 ESG 팁이 있다면?

규제화 된 ESG 뿐 아니라 규제로는 오지 않지만 시장에서 계약 관계나 거래 관계에서 ESG 리스크로 번질 수 있는 요인을 면밀히 살펴야 한다. GRI 기준이 있으면 유형별로 나눠서 리스크로 번질 수 있는 유형을 법무·IR팀·전략 기획팀·영업 마케팅별로 해당 사안을 체크하는 식으로 관리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이렇게 틀을 잡아 내부 조직별 잠재 리스크가 관리되면 법무팀에서도 고려할 수 있는 부분이 넓어진다. 그냥 계약서를 살펴보고 소송으로 넘어갈 문제가 없다면 넘어가는 게 아니라 이해관계자가 요구하는 사안이 각 내부 조직의 리스크에 해당하는지 뜯어봐야 한다.

국내 법에는 걸리지 않지만 해외 법에 저촉될 수 있는 사안이 있을 수 있다. 또 규제의 영역은 아니지만 현지 사업을 벌일 때 그 나라의 규제 또는 환경을 고려해봤을 때 ESG 리스크로 번질 법한 사안이 있을 수 있다. 예를 들어 ‘아동 노동 금지’ 조항이 있을 때 너무 당연한 조항이라고 넘어가는 게 아니라 관련 팀을 가동해서 현지 공장 실사 등 공급망 전반을 관리해야 할 리스크로 관점을 변화시켜야 한다는 말이다.

또 산업군별 중점으로 관리해야 할 ESG 사안이 다르다. 예를 들어 화학 기업의 경우 환경을 보호하는 기술 개발을 S나 G 영역보다 우위에 두고, 이후 기술과 관련된 쟁점을 더욱 면밀히 검토하는 식으로 법무의 영역을 넓혀가야 한다. IT기업 같은 경우는 개인정보 보호와 같은 S 영역에 방점을 찍고 관리해야 한다.

 

Q. 국내 ESG 생태계는 현재 어떤 상태라고 생각하나. 또 가장 중요한 키 플레이어는 누구일까.

그래도 아주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 기업들을 만나보면 각자의 영역에서 고민을 하고 있는 분들이 많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가장 큰 변화를 이끌 수 있는 기업이 중요하다고 본다.

다만 한 가지 당부하고 싶은 점은 너무 평가에 일희일비하지 않아도 괜찮다는 것이다. ESG 평가는 당장 IPO를 앞두고 있거나 M&A가 있거나, 외국인 보유 지분이 너무 높거나 등 정말 평가 받아야 할 시점이 왔을 때 중요하게 작용한다. 수능을 앞둔 고등학교 3학년이라면 당연히 성적표에 민감해야 할 것이다. 하지만 당장 큰 시험을 앞두지 않았다면, 기업이 평가로 얻어야 하는 건 할 건 나의 취약점과 나아가야 할 방향이다. 우리 기업의 이해관계자들이 요구하는 방향과 우리 기업의 방향성이 일치하는지, 이번 평가에서 취약한 부분을 어떻게 보완해야 하는지 스스로 모니터링하고 점검 해나가는 부분이 더 중요하다.

또 시류에만 편승한 ESG 경영은 위험하다고 말하고 싶다. 시장의 변화를 냉정하게 바라보고 기업의 시스템과 문화 등을 돌아봐야 한다. ESG는 양적 성장이 아닌 질적 성장을 이뤄야 우리 경제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지금 ESG 위원회가 당장 트렌드니까 만들었다고 하자. 그러나 제대로 그 기능을 정비하지 않고 다른 이슈가 터졌을 때도 ESG로 막을 수 있는가. 그렇지 않다. 결국 CEO가 진정으로 필요성을 인식하고 기업의 체질을 바꾸려는 시도를 할 때 기업은 변할 수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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