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이 40개국 정상을 초청해 진행한 기후 정상회담의 화두는 탄소 감축 목표 상향이었다. 회의에는 한국, 일본 등 동맹·우방뿐 아니라 긴장 관계에 놓인 중국, 러시아도 참여했다. 중국은 미국 존 케리 기후특사의 방문에도 회담 확답을 내놓지 않다가 하루 전 참여를 발표하며 기후위기 대응 논의에선 빠지지 않겠다는 뜻을 공고히 했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미국이 온실가스 배출을 획기적으로 낮추겠다면서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에서 선도적 역할을 하겠다는 '기후변화 리더십'을 강조했다. 기후변화 대응이 신 패권전쟁의 무기가 됐다는 걸 암시하는 단어다. 이번 회담에 참석한 40개국 정상이 하나같이 상향된 탄소 감축 목표를 제시했다는 점은 보이지 않는 전쟁이 시작됐음을 의미한다.

기후를 패권전쟁 무기라고 얘기한 점은 각국의 탄소 감축 정책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국가명 이전 목표
미국 2005년 대비 26~28% 감축 2005년 대비 50~52% 감축
EU 1990년 대비 45% 감축 1990년 대비 55% 감축
영국 1990년 대비 53% 감축 1990년 대비 68% 감축
일본 2013년 대비 26% 감축 2013년 대비 46% 감축
캐나다 2005년 대비 30% 감축 2005년 대비 40~45% 감축
중국   2060년 탄소 중립
러시아   향후 30년 탄소 감축
인도   2005년 대비 33~35% 감축
브라질   2050년 탄소 중립
한국  

2017년 대비 24.4% 감축

연내 NDC 상향 예정

 

이번 회담에서 NDC(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구체적으로 상향해 발표한 국가들은 모두 미국의 우방국이었다. 반면 중국, 러시아와 같이 긴장 관계에 놓인 국가들은 “기후위기 대응이라는 목표엔 동의한다”는 입장을 보였지만 구체적인 감축 계획은 제시하지 않았다.

블룸버그는 “존 케리 기후특사의 적극적인 사전 외교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동맹국만이 이전 공약을 높이기 위한 새로운 계획을 밝혔다”고 지적했다.

케리 특사는 기후 정상회담 전 기자회견에서 “기대가 컸다”며 아쉬운 마음을 드러냈지만, 동맹국의 지지를 얻었다는 점에서 성과를 얻었다고 언급했다. 한편으론 사전 방문에서 탄소 감축 목표를 상향하라는 미국의 제안을 거부한 20개국에 대해 “가장 오염도가 높은 20개국은 탄소 감축 시기를 늦췄다”며 “의무를 느슨하게(loosely) 정의한다”며 은근한 압박을 가했다.

주요 우방국의 발언

미국 조 바이든 대통령 

"미국은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기다리고 있지 않겠다. 행동을 취할 결의가 돼있다. 전기자동차, 청정 에너지 등에 투자해 2050년까지 탄소 중립 경제를 이룰 것"

영국 보리스 존슨 총리

"미국의 새로운 목표는 '게임 체인징(game-changing)'이다. 전 세계가 비슷한 포부를 갖는 것을 보고 싶다"

프랑스 마크롱 대통령

"기후를 위해 행동에 나서는 것은 국제적인 수준에서 규제한다는 뜻이다.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해서 탄소 가격을 정해야 한다. 투자 비용, 지역 투자, 무역 관계 등에 있어서 환경을 고려하지 않고서는 신뢰할 수 있고 지속가능한 행동이 뒤따를 수 없다"

독일 앙겔라 메르켈 총리

"미국이 다시 돌아와 기후 정치에서 협력하게 돼 기쁘다. 우리가 진정 야심찬 목표를 달성하고자 한다면 세계는 미국의 기여를 필요로 한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바이든 대통령이 국제 사회에 매우 명확하고 중요한 메시지를 보낸 것"

캐나다 쥐스탱 트뤼도 총리

"우리는 기후 대응 목표를 높일 준비가 돼 있다. 2050년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여정에서 계획을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더 많은 조치를 취할 것"

일본 스가 총리

"인도·태평양을 시작으로 개발도상국의 탈탄소사회 이행을 가속화하도록 일·미가 협력해 가겠다"

 

특히 이번에 NDC 목표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 중국과, 인도, 브라질 등은 “이미 다량의 탄소 배출을 해 온 선진국들의 역사적 배출을 고려해야 한다”며 “오히려 선진국이 배출해 온 탄소를 없애기 위해 더 수준 높은 탄소 감축 목표를 제시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개발도상국의 발언

중국 시진핑 주석

“중국은 미국을 포함한 국제사회와 더불어 세계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노력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 이를 위해선 '공동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 원칙'을 견지해야 한다”

※‘공동의 그러나 차별화된 책임’은 유엔기후변화협약에 명시된 원칙으로, 기후변화 대응에 모든 국가가 책임이 있지만, 미리 경제 성장을 한 선진국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데 앞장서야 한다는 뜻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

"인도는 인도의 역할을 할 것이다. 이미 인도의 인구 1인당 탄소 배출량은 세계 평균보다 60% 낮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

"러시아는 다른 많은 나라들에 비해 지난 1990년보다 온실가스 배출을 더 많이 감축했다. 이산화탄소 등가량이 31억 톤(t)에서 16억 톤으로 2분의 1로 줄었다. 탄소 감축을 위해선 광범위하고 효율적인 국제 협력이 중요하다. 기후 변화 대응을 위한 프로젝트에 관심국 모두가 참여해야 한다"

브라질 자이르 보우소나루 대통령

"브라질은 글로벌 기후변화 대응의 최전선에 선 국가다. 인구가 많은 국가에 속함에도 매년 글로벌 온실가스 배출량의 3% 미만을 차지하고 있다. 전 세계는 환경보호 활동의 경제적 측면을 이해해야 한다. 우리의 환경보호 노력이 지구에 제공하는 환경 서비스에 대한 공정한 대가가 필요하다"

 

중국은 "2030년을 정점으로 탄소 배출량을 줄이기 시작해 2060년 탄소 중립을 이루겠다고 밝혔다"고 말했다. 새로운 저감 목표를 제시하지는 않은 것이다. 시 주석은 또 “다자주의 견지”와 “유엔을 핵심으로 하는 국제 체계 수호”, “유엔 기후변화협약, 파리기후협약 준수”를 강조했다. 

더불어 기후위기에 대응할 수 있도록 개발도상국에 대한 기후금융 지원을 늘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번 회담에서 중국 외교부 마자오수 부부장은 시진핑 주석 발언 후 미국을 향해 “선진국들은 개발도상국들이 기후변화에 대처하는 능력을 키울 수 있도록 구체적인 조치를 취해야 한다”며 “녹색 무역 장벽을 세우는 것을 피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한 인도 나렌드라 모디 총리는 “우리는 역할을 다 하고 있다”며 현재의 노력이 최선임을 피력했다. 더불어 “기후변화 대응을 위해 선진국의 공공ㆍ민간 자금 지원이 필요하다”고 발언했다. 인도는 이달 존 케리 기후특사가 인도를 방문했을 때도 재정 지원을 요청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미국은 인도를 우방국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인도와 재생에너지 파트너십을 맺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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