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후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이 밝힌 “NDC 연내 상향”은 무슨 뜻을 가질까. 이번 회담에서 각국이 밝힌 목표치를 살펴보면, 한국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놓였다는 걸 확인할 수 있다. 

탄소 감축 목표를 공언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국가 감축 목표를 제시하는 NDC(Nationally Determined Contribution)와 장기 국가전략을 제시하는 LEDS(Long-term low greenhouse gas Emission Development Strategies )다. 둘 다 기후변화협약인 UNFCCC(United Nations Framework Convention on Climate Change)에서 제정된 사안이지만 NDC는 목표 설정을 해야 하는 의무와 갱신 의무를 가지고 있고, LEDS는 권고에 그친다. LEDS보다는 NDC를 공표해야 국제 사회에서 일종의 서약을 하는 의미로 받아들여진다. 

NDC와 LEDS의 차이점/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의 논의과정과 특징'
NDC와 LEDS의 차이점/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 '2050 장기저탄소발전전략(LEDS)의 논의과정과 특징'

표면적으로는 같은 탄소 감축을 외친다고 볼 수 있지만, 면면을 살펴보면 입장이 다르다. 앞서 살펴봤듯이 미국의 우방국들은 구체적인 NDC 목표를 제시하고, 이를 상향한다고 밝혔다. 국제 사회에 탄소 감축을 위해 노력하겠다고 공언함과 동시에 이를 의무로 삼겠다는 입장을 표한 것이다. 반면 미국과 긴장 관계에 놓인 중국, 러시아, 브라질 등은 ‘2060년 탄소 감축’이라는 장기적이고 다소 두루뭉술한 목표를 제시했다. NDC보다 LEDS의 성격에 가깝다고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한국은 어떤 입장일까. 한국은 작년 말 NDC 목표를 제출했다. 탄소 감축이라는 의무를 지겠다고 국제사회에 공언은 했지만, 이번 회담에서 NDC 상향을 공표하진 않았다. 이는 미국과 중국 사이 외교 줄타기 중인 정부의 입장을 암시한다. 

최근 문재인 대통령이 아시아판 다보스 포럼이라고도 불리는 중국 보아보 포럼에 참가해 “큰 나라와 작은 나라, 선진국과 개발도상국이 서로를 존중하며 동등하게 협력할 때 인류의 미래도 지속 가능해진다. 자국 우선주의와 보호무역주의의 확산은 세계 경제 회복을 가로막는 장벽”이라고 발언한 것도 이와 유사한 맥락에서 나왔다고 볼 수 있다. ‘2017년 대비 24.4% 감축’이라는 NDC 목표를 유지한 이유도 한-미 그 어느 편도 들기 힘든 국내의 상황을 반영한다. 

미국과의 관계 정리가 끝나지 않은 인도도 마찬가지다. 다소 장기적인 목표 대신 구체적인 NDC 목표를 발표하진 않았지만, 상향은 할 수 없다며 선을 그었다. 외교 관계에서 확실한 입장정리를 끝마치지 못했기에 NDC 상향이라는 적극적인 행보를 보일 수 없었던 것이다.

하지만 두 국가 모두 미국과 협의할 여지는 남겨놨다. 문재인 대통령은 “연내 NDC 목표 추가 상향”으로, 인도는 “경제적 지원이 필요하다”는 단서를 남겨놓으면서다. 

일단 이번 회담은 넘어갔지만, 양국에 대한 미국의 압박은 더욱 심해질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네드 프라이스 국무부 대변인은 22일 브리핑을 통해 “우리는 오늘 기후변화 대처와 관련해 전 세게적으로 증가하는 행동의 범위와 속도에 대한 다양한 발표를 확인할 수 있었다”며 일부 국가를 거론했다.

네드 대변인은 “몇몇 주요 동맹국들의 고무적인 발표 몇 가지를 강조하고 싶다”며 “일본과 캐나다의 야심찬 2030년 약속과 유럽연합의 2030년 목표를 법제화하려는 움직임, 그리고 영국의 새로운 속도 조절 2035 목표와 함께 세계가 탄소 배출 감축을 위해 속도를 내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2030년 목표를 강화하겠다고 새롭게 발표한 한국의 약속을 포함하여 이 연합이 성장하고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개발도상국들 중에선 인도를 콕 집어 언급하기도 했다. 그는 “인도는 공식적으로 재생에너지 확산 속도를 높이겠다고 밝혔다"며 "국가들은 올바른 방향으로 움직이고 있지만 할 일이 더 많다"고 덧붙이며 인도와 한국의 명확한 입장 정리와 기후위기 대응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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