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기후 정상회담에서 문재인 대통령의 발언은 2년 전에 비해 진전한 게 없었다.

우리 정부는 출범 후 국내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건설 허가를 전면 중단하고, 노후 석탄화력발전소 열 기를 조기 폐지하여 석탄화력발전을 과감히 감축했으며, 대신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발전을 빠르게 늘리고 있습니다.

/2021.04.22. 기후 정상회담 문재인 대통령 연설

국내 최대 규모의 보령 석탄화력발전소 1, 2호기를 조기 폐쇄하고, 깨끗한 공기와 물, 자연을 지키며 더 높이, 다함께 도약하는 길에 나서기 시작했습니다. 화석연료의 산업시대를 이끌어온 충남의 역사적인 대전환입니다. … 2050년 탄소중립을 향한 대한민국 대전환을 시작합니다.

/2021.03.19. 충남 에너지전환과 그린뉴딜 전략 보고 모두발언

한국은 파리협정을 충실히 이행하고 있습니다. 동아시아 최초로 전국 단위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하고 있으며, 석탄화력발전소 4기를 감축했고, 2022년까지 6기를 더 감축할 예정입니다. 올해 1월에는 수소경제 로드맵을 발표하였고, 재생에너지와 수소에너지 확대를 도모하고 있습니다. 내년에 제출할 ‘온실가스감축목표’와 ‘2050년 장기 저탄소 발전전략’에 이러한 한국의 의지를 적극적으로 반영할 예정입니다.

/2019.09.23. UN총회 기후행동 정상회의 문재인 대통령 연설

한국은 온실가스를 2030년까지 배출전망치 대비 37%를 감축하겠다는 의욕적인 목표를 제시했습니다. 이미 에너지전환 정책을 실행하고 있으며, 재생에너지 발전 비중을 2030년까지 20%로 확대할 계획입니다. 그에 따라 노후 석탄화력발전소를 감축하고 있고, 한국 서해안의 간척지 새만금에 대규모 태양광 단지와 해상풍력단지 건설을 시작했습니다. 청정에너지 기술에 기반한 에너지신산업을 육성하고, 수소경제로의 전환도 적극 추진하고 있습니다.

/2018.12.01. G20 정상회의 문재인 대통령 발언

한국이 2년 동안 석탄화력발전소 감축만을 성과로 내세우고 있을 때, 골든타임은 지나가고 있었다. 

올해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릴 예정인 COP26을 앞두고 IPCC(기후변화에 관한 정부간 협의체)는 마지막 경고장을 날렸다. NDC(국가온실가스 감축목표)를 그대로 적어낸 한국에게도 "이 정도 감축량으로는 지구 온도 상승을 막을 수 없다"며 목표를 상향하라고 촉구했다. 이번 기후 정상회담에서 IPCC로부터 지적을 받은 국가들은 일종의 반성문을 제출한 셈이다.  

그러나 반성문을 제출한 국가들의 성적은 이미 한국보다 뛰어났다. 국제사회의 감축 목표치는 IPCC 권고인 2010년 대비 45%에 근접하고 있었던 것이다. 환경 데이터를 분석하는 로듐 그룹(Rhodium Group)이 국가마다 다른 탄소배출량 기준점을 IPCC의 1.5도 특별보고서 권고사항인 2010년 대비로 일괄 비교해본 결과, 미국은 49%, EU 46%, 영국 58%, 일본 42%, 캐나다 41%, 호주 25%를 감축한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의 감축률은 18%에 그쳤다.

각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 비교. 이번 발표에서도 기준점이 다 달랐기 때문에 1990년, 2005년, 2010년 3가지 기준점을 세워 비교했다. /로듐 그룹
각 국가별 온실가스 감축 목표치 비교. 이번 발표에서도 기준점이 다 달랐기 때문에 1990년, 2005년, 2010년 3가지 기준점을 세워 비교했다. /로듐 그룹

 

목표치 50% 이상 높여야 IPCC 권고 충족

탄소 감축 천명한 2010년부터 한 번도 목표 달성한 적 없어

‘2050 탄소중립’을 실현하기 위한 의지를 담아 NDC를 추가 상향하고자 합니다. 한국은 2018년에 온실가스 배출의 정점을 기록했고, 이후 2019년과 2020년 2년에 걸쳐 배출량을 2018년 대비 10% 이상 감축한 바 있습니다. 

열등생 중 열등생이였던 한국, 우리가 국제 사회 기준을 맞추기 위해선 목표치를 50% 이상 높여햐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현재 목표는 '2017년 배출량 7억910만톤 대비 24.4% 감축', 2030년에는 5억3600만톤만 배출하겠다는 얘기다. 정부의 계획대로라면 우리가 10년 동안 감축해야 할 탄소는 1억7310만톤이다. 

하지만 IPCC 권고안을 따르기 위해선 2030년 한국이 배출할 탄소는 3억6100만톤 수준이어야 한다. 단순 수치로만 계산해보면 10년간 3억4810만톤 줄여야 한다는 이야기다. 정부 계획의 약 2배 이상을 줄여야 하는, 말 그대로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는 목표치다.

이 목표가 얼마나 어려운 걸까. 2010년 저탄소 녹색성장 기본법을 제정했을 당시 시행령 제25조엔 ‘2020년 온실가스 배출 전망치 대비 30% 감축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약속한 바대로라면 2020년 5억4300만톤만 배출했어야 하지만, 2019년(추정치) 7억280만톤으로 목표치보다 1억5980만톤을 초과 배출했다.

이명박 정부가 제시한 감축안을 파기하고 감축안을 하향한 박근혜 정부 목표치와 비교했을 때도 탄소 배출은 줄어들지 않았다. 박근혜 정부는 2030년 배출 전망치 대비 온실가스를 37% 감축하겠다고 밝혔다. 당시 2030년 배출전망치는 8억5060만톤, 즉 2030년에 5억3588만톤을 배출하겠단 것이다. 이명박 정부 때보다 후퇴한 안이지만, 문재인 정부가 제시한 감축안보다 높은 목표였다.

2018년 온실가스 배출량 7억2760만톤, 2019년 잠정배출량 추정치 7억280만톤을 기록한 한국에서 탄소 배출량을 줄인다는 말은 ‘꿈은 이루어진다’는 말과 별반 다르지 않다. 하지만 걱정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임기 마지막 해에서야 '석탄 발전 공적 금융지원' 중단

지지부진 사이 신규 석탄발전소만 7기

석탄 발전소 1개 배출량=1년치 감축량

신규 해외 석탄화력발전소에 대한 공적 금융지원을 전면 중단할 것입니다.

취임 당시 탈석탄을 공약한 바 있지만, 이를 위한 금융지원은 임기 마지막 해인 올해에서야 발표됐다. 지지부진한 논의로 그 사이 국내엔 삼척화력발전소 외에도 6곳의 신규 석탄발전소 건설이 결정됐다. 이달 말에만 경상남도 고성군에 위치한 고성하이화력발전소 1호기가, 10월에는 2호기가 상업 운전을 시작한다. 이어 2022~23년 가동 예정인 강릉 안인1·2호기도 공사가 진행 중이다.

에너지 부문이 차지하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전체 배출량의 86.8%. 현재 신규로 짓고 있는 7기의 석탄발전소 총량은 2030년 전력부문 감축량에 맞먹는다. 신규 석탄화력발전소 중 하나인 삼척블루파워 석탄화력발전이 내뿜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연간 1280만톤, 강릉안인·삼척화력 4기에서 나오는 온실가스 배출량은 연간 2811만톤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해외 석탄화력 발전 사업에 진출한 공기업, PF를 진행한 금융권에게도 좌초자산 위기가 현실로 다가왔다. 발전 사업 특성상 정부 보증이 필수적인데, 이제 정부까지 발 빼겠다고 나서면서 이미 투자한 자금이 좌초자산으로 전락할 위기에 빠진 것이다. 실제로 한국전력은 다음날 필리핀 팡가시난 석탄화력발전 사업과 남아프리카 타마메시 사업 중단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의 늦은 시그널로 좌초자산이 될 수 있는 자산은 60조원, 민간 금융사가 37조4000억원을, 공적 금융기관은 22조2000억원이다. 

이런 한국의 상황을 세계가 봐줄리 없다. 당장 한국은 5월 기후위기를 주제로 하는 P4G 개최 당사국이다. 그럼 지금 필요한 논의는 무엇일까.

녹색전환연구소 이유진 연구원은 “지금부터 11월 COP26 회의까지 2030년 감축 목표 상향을 포함해 실질적인 감축을 향한 제도 마련, 탄소중립 이행 체계 구축에 온 힘을 쏟아 지연 비용이 커지는 것을 막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방안도 나와있다. 지난해 국가기후환경회의는 미세먼지와 기후위기 대응 중장기 정책 과제로 2040년 이전 모든 석탄발전소 폐쇄, 2035~2040년 사이 탈내연기관, 전기요금의 환경비용 반영과 연료비 연동제를 제안했다. 국민정책참여단 500여 명이 숙의를 거쳐 권고한 내용이다. 이 연구원은 “이제는 한국의 시간”이라며 결단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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