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정상회담 시리즈를 거치면서 꾸준히 강조한 다음 이벤트는 11월 영국 글래스고에서 열릴 유엔기후변화협약(COP26)이라고 전한 바 있다.

정상회담에서 탄소 감축을 외친 국가들은 이제부터 실질적인 제도, 정책을 만드는데 돌입하면서, COP26은 각 국가들의 이행 수준을 점검할 장이 될 것으로 예측된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연내 NDC(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 상향’이라는 다소 애매모호한 발표를 한 한국의 시간표도 COP26에 맞춰질 것으로 보인다. 

이번 기후 정상회담은 COP26의 전초전으로 해석할 수 있다. 197개국 관계자들이 기후위기 해결을 위한 2주간의 협상을 위해 한 곳에 모이는 회의로, 파리협정과도 깊은 연관이 있다. 2015년 파리협정이 발표될 수 있던 맥락에는 2009년 코펜하겐에서 열린 COP 논의가 있었다. 선진국이 경제를 발전시키면서 기후를 파괴해왔다는 인식을 공유하면서, 6년 후 파리에서 지구 온도를 산업화 이전 수준에 비해 2도 이하로 유지하자는 약속을 할 수 있었다.

특히 올해 COP26이 더욱 중요한 이유는 파리협정의 마지막 열쇠인 ‘글로벌 탄소 시장 메커니즘’, 즉 시장 메커니즘에 대한 합의를 이룰 예정이기 때문이다. 시장 메커니즘이란 쉽게 말해 글로벌 탄소 배출권 시장을 조성한다는 얘기다. 개별 국가를 넘어 타 국가에서도 탄소 감축 실적을 인정하는 체계를 만들어, 선진국에게는 효과적인 탄소 감축 목표(NDC)를 이룰 수 있는 선택지를 추가하고, 개발도상국에게는 사업을 통해 기후위기를 해결할 수 있는 자금 지원과 기회를 준다는 의도다. 

국내 몇몇 기업도 시행하고 있는 CDM(청정 개발체제) 사업이 이에 해당한다. 이 사업으로 인해 얻게 된 탄소 감축 실적은 국내에선 탄소 배출권으로 인정된다. 이 배출권을 국제적으로는 크레딧(Credit)이라 부르는데, 이 실적을 국제적으로 인정받으면 한 국가의 탄소 감축 실적으로도 인정해주는 제도다. 올해 COP26에서 시장 메커니즘이 합의되면, 전 세계는 본격적으로 탄소 감축에 몰두할 것으로 예측된다.

시장 메커니즘에 합의하기 위해 또 하나 넘어야 할 큰 산이 있는데, 바로 탄소 가격이다. 탄소에도 가격을 매겨 오염자에게 부담을 지게 하는 개념이다. 이는 탄소세, 탄소 배출권 등 다양한 형태로 나타난다. 이번 기후 정상회담에서 프랑스 에마뉘엘 마크롱 대통령이 도입을 주장한 ‘탄소 가격제’도 이를 지칭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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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탄소의 가격이 국가별로 다르다는 것이다. 대표적으로 탄소 배출권 거래제를 시행하고 있는 유럽과 한국의 톤당 배출권 가격만 봐도 유럽은 4만원, 한국은 2만원대로 책정되고 있다. 탄소 가격이 국가별로 다르면 가격이 비싼 국가에서는 탄소 감축에 더 큰 재정적 부담을 져야하며, 자국 산업과 상품의 가격 경쟁력이 낮아져 국제 시장에서 경쟁력이 떨어질 수 있다. 반면 탄소 가격을 저렴하게 책정하면 감축에 대한 목표의식이 희미해져 감축 속도가 더뎌질 수도 있다. 국제통화기금(IMF)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총재가 "국제 탄소 가격 없이는 탄소 목표를 달성할 수 없을 것"이라며 발언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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탄소 가격제를 앞두고 캐나다, 일본, 유럽 등등은 탄소 가격을 반영한 정책을 정비하고 있다. 모두 자국에게 부담이 오지 않도록 선제적인 대응을 하고 있는 것이다. 캐나다의 탄소 가격 상향, 일본과 중국의 배출권 거래제 도입, 미국에서 다시 시작되는 탄소의 사회적 가격 연구도 이러한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다. 국제적 탄소 가격을 제정하기 위해 IFC(국제금융공사), UN PRI(책임투자원칙)는 탄소 정책이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시나리오를 개발하는 등 행동에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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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자자 중심 넷제로 동맹에서 

은행·범금융권 넷제로 동맹까지 출범 

이번 기후 정상회담에서 주목해야 할 또 다른 흐름은 '탄소중립을 위한 글래스고 금융동맹(Glasgow Financial Alliance for Net Zero, GFANZ)'과 '탄소 중립을 위한 은행 동맹(Net-Zero Bank Alliance, NZBA)'다.

GFANZ는 유엔 마크 카니 기후특사와 미국 존 케리 기후특사가 주도한 금융회사 동맹으로, 바클레이스, 모건스탠리, HSBC, 씨티그룹 등 자산 총합 70조달러가 넘는 160여개 대형 금융사가 참여했다.

NZBA는 UNEP FI의 주도로 23개국 43개 은행들이 참여했다. 이들은 기존 투자자들의 이니셔티브인 넷제로 자산관리자 이니셔티브(Net Zero Asset Managers Initiative)와 넷제로 자산 소유자 얼라이언스(Net-Zero Asset Owner Alliance) 동맹에 합류한다. 

이들은 아래와 같은 목표를 가지고 움직인다.

▲넷제로를 모든 금융 부문으로 확대

▲넷제로륻 달성하기 위해 금융기관은 야심찬 목표, 신뢰성, 투명성을 약속할 것

▲2030년 이내 넷제로 달성

▲신용평가기관, 증권거래소 등 금융 시스템 전반에서 행동을 촉구할 것

▲투자와 대출 등에 넷제로 목표를 포함할 것

▲넷제로를 위한 공공 정책을 옹호할 것

모든 회원사들은 기후변화 대응 계획을 마련해야 한다. 특히 향후 18개월 안에 2030년 중간 목표를 설정키로 했다. 아울러 기후변화 대응 계획을 투명하게 공개하고 회계 상에도 반영키로 했다. 이미 지난 몇 달간 주요 금융회사 최고경영자(CEO)들이 참석한 모임이 몇 차례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마크 카니 특사는 “GFANZ는 세계가 필요로 하는 기후변화 금융을 위한 주춧돌이 될 것”이라며 “근본적으로 GFANZ는 탄소중립 경제를 확장·심화·가속화하기 노력할 것이며 금융시스템이 힘을 합칠 수 있는 전략적 공개 토론의 장으로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기존 투자자 중심의 넷제로 이니셔티브를 넘어, 금융권에서도 넷제로 연합이 만들어지면서 올해 COP26에선 탄소 배출을 여신과 투자에 접목시키는 방법에 대한 합의와 기후 스트레스 테스트 등 기후금융 전환을 위한 다양한 방법론을 제시할 것으로 예측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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