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몇 달 사이 가장 재밌는 ‘ESG 에피소드’를 꼽으라면 딱 두 개가 있다. 하나는 아래 링크드인을 비롯한 해외 ESG 전문가들 사이에서 떠도는 이 사진이다.

출처: linked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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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것은?” 치타도 아니요, 비행기도 아니요, 빛의 속도도 아니다. 바로 ‘ESG 전문가가 된 사람들’ 이다. ESG 투자가 떠들썩하면서 자칭 타칭 ‘ESG 전문가’가 된 사람들이 국내외를 막론하고 많은 모양이다. 

또 하나의 사진은 얼마 전 페이스북에서 화제를 낳았던 장면이다. ‘세계 환경의 날’을 기념해 롯데시네마에서 펼친 ‘용기내’ 캠페인이다. 고객이 직접 준비한 다회용기에 팝콘을 직접 담아주는 캠페인으로, 환경을 생각하자는 의미가 담긴 캠페인이었지만…. 그 결론은? ‘옹기’까지 등장하며 K-대한민국의 화끈함을 온몸으로 보여줬다. 

출처: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kimsunkyo) 
출처: 페이스북(https://www.facebook.com/kimsunkyo) 

 

이번 칼럼의 결론부터 말하자면, ‘ESG 전문가를 밖에서 찾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왜냐하면, 기업 내부를 훤히 꿰뚫어보는 외부 ESG 전문가가 별로 없으며, 또 내부에 이미 해당부서의 전문가들이 존재하기에 이들과 머리를 잘 맞대면 ‘용기내’ 캠페인에서 보여주듯 우리만의 저력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올 상반기 ESG 교육과 포럼이 봇물을 이루면서 한바탕 난리가 났는데, 여기저기서 벌써부터 ‘ESG 피로감’을 호소하고 있다. “강의를 들어보니 별 게 아니더라” “다들 비슷비슷한 원론만 얘기한다” 등의 후일담이 들려온다. 그도 그럴 것이, 기업들은 ESG 평가점수를 올리고 싶어하는데, ESG 평가점수를 올려주는 족집게 강사는 외부에 거의 없다.

벌써 그런 조짐이 보이기는 하는데, 올 하반기쯤 되면 지금과 같은 ESG 열풍은 한풀 꺾이게 될 지 모른다. 아마 그 다음부터 진짜 ESG 레이스가 시작될 것이다. ESG는 개별 기업이 피하고 싶다고 피할 수 있는 트렌드가 아니라, 전 세계적인 규범이자 향후 ‘법적인 규제’로까지 지속적으로 변화하고 있는 거대한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이제 우리 기업과 산업계는 단기전이 아닌, 장기전을 준비해야 한다. 원료 조달부터 생산, 판매, 폐기물 처분까지 비즈니스의 전체 가치사슬(Value Chain)이 변화하는 시점에서, 우리는 어떻게 원가 관리 및 기존 운영체제 유지를 하면서 동시에 성공적으로 사업 전환을 해 나갈 수 있을지 고민해야 하기 때문이다. 때로는 천천히, 때로는 과감히 의사 결정을 해야 한다. 

맥킨지가 2475명의 기업 CEO를 대상으로 설문조사한 ‘기업이 지속가능성의 가치를 포착하는 방법’이라는 보고서를 보면, 똑같이 지속가능프로그램을 운영하는 기업임에도 어떤 기업은 비즈니스 가치 창출을 고려하고, 어떤 기업은 가치 창출을 고려하지 않는다. 전자의 핵심은 3가지인데, ▲지속가능성 프로그램에 대한 정량적인 성과 목표를 제시할 것 ▲본사의 지속가능담당 부서는 조직 전체(각 부서 및 공급망)에 지속가능경영 전체 성과목표를 공유할 것 ▲플라스틱, 폐기물 등 산업 전체의 리스크에 해당하는 것은 다른 업계 및 섹터와 제휴해 새로운 표준을 수립하고 기술혁신을 촉진할 것 등이다.

답은 기업 내부에 있다. 예를 들면, 조달 부서에서 ESG가 우리 조직에 미치는 가치를 잘 이해하고 이를 적용할 방법을 고민하는가에 ESG의 성패가 달린 것이다. 직원들은 말이 없다. 대신, 눈치가 빠르다. 우리 회사가 이걸 진짜 중요하게 여기는지 아닌지는 외부로 나가는 보도자료를 보고 아는 게 아니라, CEO의 말과 조직 내부의 움직임이 일치하는지를 본다. 외부에 알려지는 ‘무늬만 ESG’는 조직원들의 로열티를 낮추고 ‘적당히, 알아서’ 문화를 만들기에, 오히려 안 하는 것만 못하다. 기업은 이제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눈을 돌려야 한다.


박란희 대표 & 편집장
박란희 대표 & 편집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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