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부터 기업의 RE100 가입과 재생에너지 구매 소식이 많이 들려오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가 올해 RE100 가입을 추진하고 있다는 사실도 확인됐다.

27일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이르면 다음 달 RE100에 참여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익명을 요구한 삼성 관계자는 “삼성디스플레이 등 계열사도 포함해 그룹 차원의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RE100을 주관하는 비영리단체인 CDP는 올해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확인했다.

김태한 CDP 한국위원회 선임연구원은 “삼성전자가 외국인 투자자에게 올해 안에 RE100에 가입해 발표하겠다고 통보했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글로벌 경쟁업체인 애플, TSMC, 인텔에 비해서는 늦은 행보다.

관련기사: TSMC가 매출 2% 매년 ESG에 투자하는 이유

RE100 참여 발표 시점은 이르면 윤석열 대통령 취임일인 5월 10일이 될 수도 있다. 삼성 관계자는 “새 정부 출범에 맞춰 그룹 전체가 RE100을 포함한 기후 목표를 발표할 것”이라고 밝혔다. 또 “삼성이 대통령직인수위원회와 재생에너지 사용의 규제와 걸림돌에 관해 논의했다”고 덧붙였다.

윤석열 당선인은 삼성의 기후전문가 겸 사외이사인 한화진 박사를 환경부 장관 후보로 낙점하기도 했다. 블랙록은 지난달 삼성전자 연례 주주총회에 관해 이례적으로 투자 스튜어드십 메모를 공개하면서 “삼성전자에 기후전문가가 사외이사로 선임된 점은 긍정적”이라면서도 “삼성의 기후목표에 대해서는 회의적”이라는 의견을 밝힌 바 있다. 네덜란드 연금자산운용(APG) 또한 삼성전자에 주주서한을 보내 실질적인 탄소 배출량 감축을 요구하기도 했다. 삼성이 RE100 가입 선언 뿐 아닌 기후 목표를 함께 발표하는 배경으로 볼 수 있다.

관련기사: 블랙록 "삼성전자에 관여하겠다"... 상당한 경고장 날려

또 삼성은 재생에너지로 전환하지 않으면 2020년 기준 반도체 칩 등 B2B 매출의 20%인 25조8000억원까지 손실이 날 수 있다고 인정한 바 있다. 2021년 CDP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에서는 “우리 고객들은 100% 재생에너지로 제품을 생산해 달라는 요구를 하고 있다”며 “이러한 요구를 들어주지 않을 경우 우리 매출에 분명히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밝혔다.

2019년부터 중국과 미국에선 100% 재생에너지로 반도체 공장을 가동하고 있지만, 2020년 기준 세계 전체 에너지 소비량의 10.7%에 그쳤다. 국내 반도체 공장은 세계 전체 전력 사용량의 63.5%를 차지하는데, 재생에너지 사용률은 미미했다. RE100 가입으로 재생에너지 구매가 늘어날지 귀추를 주목해 볼 필요가 있다.

한편, 새롭게 RE100에 가입하겠다는 기업도 눈에 띈다. 28일 카카오는 그룹 내 기후위기 대응 원칙을 수립하고 2040년 순 배출량 제로를 추진하기 위해 RE100과 SBTi에 가입하겠다고 발표했다.

카카오는 이사회 내 ESG 위원회를 열어 기후 대응 원칙을 수립하고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 역할을 하겠다는 내용인 ‘액티브 그린 이니셔티브’를 발표했다. 탄소 배출 감축을 넘어 전 국민이 사용하는 카카오의 서비스를 통해 지속 가능한 방식으로 환경 문제 해결에 앞장서겠다는 내용이 담겼다.

또 그룹 내 환경 기여 활동을 탄소 감축량으로 환산한 데이터인 '카카오 탄소 지수'를 공개하고, 검증할 계획이다. 카카오와 계열사는 지수를 통해 파악한 탄소 감축량을 기초로 매년 감축 목표를 제시한다.

카카오 탄소 지수를 기반으로 한 탄소발자국 계산기를 통해 이용자가 플랫폼과 서비스를 이용하면서 개인이 절감한 탄소량을 확인하거나, 친환경 행동 실천 인증에 대한 보상을 지급하는 내용도 검토 중이다.

지난 25일에는 현대차·기아·현대모비스·현대모비스 현대차그룹의 주요 4개사가 RE100 이니셔티브 가입을 최종 승인받았다. 지난해 7월 RE100 가입서를 제출한 지 10개월 만이다.

4개사는 공동 진출한 글로벌 사업장에서 RE100 대응 협업체계를 갖추고 ▲주요 사업장에 태양광 패널 설치로 직접 재생에너지 생산 ▲재생에너지 전력 공급자로부터 직접 전력을 구매하는 직접 PPA ▲별도의 추가 비용을 납부하는 녹색 프리미엄제를 추진해 2050년까지 RE100을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그룹 내 주요 관계사들 또한 사업장 내 재생에너지 전력 사용을 확대하는 등 RE100에 가입한 4개사와 협력할 방침이다. ▲현대트랜시스, 현대케피코, 현대파텍스, 현대캐피탈, 엔지비, 모션은 현대차와 ▲기아타이거즈는 기아와 ▲H그린파워, 현대IHL, 지아이티는 현대모비스와 ▲위아마그나파워트레인, 현대위아터보는 현대위아와 상호 협력한다.

 

지난해 RE100 가입사 재생에너지 사용률 0% 수두룩

올해 전망은

RE100을 실행하기 위한 재생에너지 구매 사례도 점차 눈에 띄고 있다.

지난 25일 RE100 가입사인 LG화학은 한국남동발전과 삼천포태양광(10MW) 발전설비에서 나오는 REC를 20년간 장기 구매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번 계약으로 LG화학은 올해부터 2041년까지 20년간 연평균 9GWh 규모의 재생에너지를 확보하게 됐다. LG화학은 지난해 국내 사업장에서 사용하는 전체 전기량의 5%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했으며 올해는 두 배 늘어난 10% 수준을 전환할 계획이다. 

RE100 가입사인 LG에너지솔루션도 24일 REC를 구매했다. 제주에너지공사·제주특별자치도청·제주 동복마을로부터 23GWh 규모의 풍력·태양광 REC를 구매한 것이다. 다만 장기 구매 계약은 아니고, 일회성 구매다. LG에너지솔루션은 REC 구매와 기존의 녹색프리미엄 제도 참여를 통해 올해 중 오창 공장의 재생에너지 사용률을 50%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전 세계 배터리 생산공장 재생에너지 사용률 목표는 60%다. 중국 난징 전기차 배터리 1·2공장의 경우 올해까지 100%로 확대한다. 유럽 폴란드 공장, 미국 미시간 공장의 경우 각각 2019년, 2020년에 이미 재생에너지 사용률 100%를 달성한 바 있다.

국내 기업 최초로 직접 PPA를 맺은 사례도 있다. 지난달 22일 RE100 가입사인 아모레퍼시픽이 SK E&S와 연간 5MW 규모로 20년간 계약을 맺으면서다. 지난해 6월 직접 PPA 제도가 도입됐지만, 단 1건의 이용실적도 없었다. 중개 수수료는 안 내지만, 여전히 망이용료 등 비싼 부대비용이 남아 있어 기업들이 이용하기에 진입 장벽이 높다는 지적이 잇따르면서다. 이번 직접 PPA 거래에서도 전력을 최종 사용하는 아모레퍼시픽이 전력망 사용료를 일부 부담한다.

관련기사: 【뉴스 읽기】 REC를 기업도 살 수 있다…RE100 어떤 수단으로 달성해야 할까?

관련기사: RE100 이행수단…PPA는 왜 작동 안 하나?

SK E&S는 올해 4분기부터 충남 당진에 있는 소규모 태양광 발전 사업자로부터 전력을 사와 20년간 아모레퍼시픽에 판매하게 된다. 해가 뜨지 않는 시간에는 전력이 공급되지 않는 태양광 특성을 고려하면, 실제 연간 공급되는 전력은 6000MWh 정도다. 아모레퍼시픽 대전공장 전력 사용량의 30% 수준이다. 나머지 필요량은 기존처럼 한전에서 공급받는다.

한편, RE100은 지난 1월 2021년 RE100 정규 보고서를 발표하면서 RE100 참여국 중 재생에너지 조달에 가장 장벽이 높은 시장으로 한국을 꼽기도 했다. RE100에 가입한 한국 기업은 총 5552GWh 전력사용량 중 2%만 재생에너지로 충당했다. 지난해 SK홀딩스와 SK하이닉스, SK머티리얼즈, SK실트론, SK텔레콤, SKC의 재생에너지 사용률은 0%, 아모레 퍼시픽은 5%, LG화학에서 분사한 LG 에너지솔루션은 33%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관련기사: 재생에너지 사용률 0%대 수두룩... RE100 보고서, 한국 성적

관련기사
저작권자 © 임팩트온(Impact O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