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일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사회복지문화 분과는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한 기후·환경 정책 방향과 에너지정책 정상화를 위한 5대 정책방향을 공개했다. 새 정부의 ESG 청사진이 나온 셈이다. 공개안에 따르면 K-택소노미에 원전이 포함되고, RE100 활성화를 위해 PPA 허용 범위를 확대해 점진적으로 한국전력의 전력 독점 판매 구조를 개방하겠다고 밝혔다.

인수위는 환경 정책 방향에서 탄소중립이 새로운 국제사회 질서로 자리 잡았다고 명시했다. 탄소중립을 녹색경제 전환의 계기로 활용하고, 2030 국가 온실가스감축목표(NDC) 이행을 위해 과학적·실용주의적으로 접근하겠다고 밝혔다. 문재인 정부의 탄소 감축 기조는 이행하되, 실용과 경제의 관점에서 정책을 만들어가겠다는 것이다.

또 탄소중립·녹색성장 위원회를 균형 있게 재구성한다고 밝혔다. 지난달 25일 ‘탄소중립・녹색성장기본법’이 시행되면서 문재인 정부에서 운영된 탄소중립위원회는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로 확대·개편될 예정이다. 인수위는 “부문별로 최적의 감축 목표 및 이행 방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확 바뀌는 정책은 택소노미다. 인수위는 “늦어도 8월까지 EU 사례를 참고하고, 사회적 합의를 거쳐 K-택소노미에 원전을 포함 시키는 등 관련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EU택소노미는 원전을 인정하되 2025년부터 사고저항성핵연료(ATF)를 쓰고,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 처리장을 갖춰야 한다는 조건을 달고 있다. K택소노미 또한 일정 정도의 단서조항이 달릴지 귀추를 주목해봐야 한다. 

탄소중립의 핵심수단으로 순환경제를 활용한다는 계획도 밝혔다. 광학 선별기 등 신기술을 적용해 폐자원 회수 및 선별체계를 고도화하고, 품질 좋은 폐플라스틱은 제품 제조 원료로 의무사용하게 한다. 원료로 사용이 어려운 폐플라스틱은 열분해를 통해 석유·화학원료로 활용한다. 

봄, 가을철 초미세먼지는 임기 내 30% 감축하기로 했다. 방안으로는 화석연료 발전 비중 축소, 전기·수소차 등 무공해차 보급 확대, 대기관리권역 배출허용 총량 축소 등을 제시했다.

수자원과 생물다양성도 언급했다. 인공지능(AI) 홍수예보 체계 구축, 국가·지방하천 정비로 홍수 피해를 원천 예방하고, 노후화된 물 관리시설은 현대화한다. 반도체용 초순수 생산 국산화, 수열에너지 확충 등 수자원을 이용해 경제적인 부가가치를 창출하겠다고도 말했다. 생물다양성을 보전하기 위해서는 지역 주민의 생태공간 보전 활동을 위한 지원 확대, 도시 유휴지, 훼손지 등을 복원해 녹지를 확충한다는 계획이다. 

환경조사부터 분재조정, 피해구제까지 원스톱 서비스 체계로 환경오염 피해자 구제 제도도 구축한다. 화학물질별 특성을 고려해 유해화학물질 지정·관리 체계를 구축해 국민 안전과 기업 부담 경감을 함께 가져가겠다고 말했다. 

 

"한전 독점 구조 깨겠다"

RE100 달성 수단인 직접 PPA 확대

한국전력이 독점하는 전력판매 시장 점진적 개방과 원전 확대가 포함된 에너지 정책도 발표했다. 액화천연가스(LNG)나 원자력발전 등 연료비를 전기요금에 반영하기 위해 원가주의 원칙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둘러싸고 일각에서는 전기요금 인상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인수위 경제2분과가 ‘에너지 정책 정상화를 위한 기본 방향과 5대 중점 과제’에 따르면 중점 과제로 시장 원칙 기반한 에너지 시장 구조 확립을 강조했다. 이는 급등하는 연료비를 전기요금에 반영하겠다는 것으로 밝혔다. 현 정부 또한 연료비 연동제 도입으로 전기 요금 인상에 무게를 실었지만, 사실상 제자리걸음이다.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겠다고 밝힌 원가주의 요금 원칙은 원가가 상승한 만큼 전기요금을 올리는 것으로, 연료비 연동제보다 인상폭이 크다. 이를 추진하기 위해 전기위원회의 독립성·전문성을 키우는 방향으로 조직·인력을 확대하기로 했다. 

박주헌 동덕여대 교수 경제2분과 전문위원은 지난해 한전이 사상 최대 적자를 기록한 점을 지적하며 “잘못된 전기가격 결정 정책 관행에서 비롯됐다. 전기요금을 독립적으로 원가주의에 입각해 결정하는 체계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다만, 한전의 적자가 곧 가격 인상요인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고도 강조했다. 박 전문위원은 “탈원전으로 인해 적자폭이 얼마나 늘어나는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며, 차기 정부가 원전을 적정 비중으로 유지·확대하기로 선회하기 때문에 전기가격 인상요인이 크게 완화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해 원전 비중을 끌어 올리겠다고도 밝혔다. 국제적으로 약속한 탄소중립 목표는 존중하되, 이를 달성하기 위해 원전 활용도를 높이겠다는 것이다. 신한울 3·4호기 건설 재개, 원전의 계속 운전과 이용률 조정 등을 통해 2030년 원전 발전 비중을 높인다는 계획이다.

하지만 어느 수준까지 상향 조정할지는 구체적으로 제시하지 않았다. 인수위는 한-미 원전 동맹도 강화하고 ‘원전 수출 추진단’을 신설해 원전 10기 수주를 목표로 적극적인 활동을 전개하기로 했다. 

재생에너지는 주민 수용성과 경제성 등을 고려해 지속적인 보급을, 석탄과 LNG 발전은 재생에너지 보급 추이와 전력수급 등을 고려해 합리적으로 줄이기로 했다. 기존에 결정한 2030 국가온실가스감축목표(NDC)를 준수하되 달성을 위한 경로를 재점검하면서 감축 수준을 조절한다는 뜻이다.

RE100 이행을 뒷받침할 수 있는 제도 개선으로 전력구매계약(PPA) 허용 범위를 확대한다고도 밝혔다. 인수위는 “한전의 독점 판매 구조를 점진적으로 개방할 것”이라고 말했다. 현재 전력거래시장은 한전이 전력거래소를 통해 발전사로부터 전력을 구입한 뒤 독점적으로 판매하는 구조다. 해외에선 RE100 이행수단으로 직접 PPA와 녹색요금제가 활발하게 사용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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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정부에서는 재생에너지에 국한해 한전을 거치지 않고 발전사업자와 수요자의 직거래를 추진했다. 새 정부에서 다양한 에너지 거래 방법을 늘려 한전의 독점 구조를 완화하고 기업들이 수요관리를 할 수 있도록 유도한다는 계획이다. 

저소득층 대상 에너지 복지 정책인 ‘에너지바우처’ 지원 대상도 확대하고 일자리와 지역경제 등을 고려해 석탄발전의 질서 있는 감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ESG 관련 인사 尹 주변에 속속

새 정부-대한상공회의소, 민관합동 컨트롤타워 구축도

한편, 윤석열 정부와 대한상공회의소는 ESG 경영 확산을 위해 민관합동 컨트롤타워도 구축했다. 29일 대한상공회의소는 안철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위원장과 'ESG 혁신성장 특별좌담회'를 개최했다. 경제계가 새 정부의 ESG 정책방향을 듣고 이에 대한 인수위와 경제계 간 의견을 청취하고 상호 소통하기 위해 마련됐다.

이날 민관 대표들은 ESG 관련 인수위 추진과제를 제시하며 이를 해결하기 위한 민관합동 컨트롤타워를 만드는데 뜻을 모았다. 이날 참석한 상의 주요 회원기업 대표들은 자유토론을 통해 △ ESG경영 확산 위한 세정지원 확대 △ 글로벌 ESG공시기준 국내 적용시 기업의견 반영 △ 중소 협력사 ESG 경영지원 확대 △민관합동 상시 소통 채널 구축 등을 인수위에 건의했다.

참석자들은 '정부는 기업들에게 규제가 되지 않도록 제도적 지원이 새 정부 ESG 정책에 반영하길 바란다'고 당부했다. 경제계도 탄소중립이나 혁신기술 개발 등을 통해 사회의 사각을 메우는데 노력하겠다고 협의했다.

인수위 경제2분과 또한 ESG에 상당한 관심을 가지고 있다. 유웅환 인수위 경제2분과 인수위원은 국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ESG 관련 사업에 향후 5년간 60조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환경부 등 다른 부처의 ESG 투자까지 합칠 경우 차기 정부의 ESG 관련 투자 규모는 65조원 이상일 것으로 예측했다. 

유 위원은 "2020년 매킨지 보고서에 따르면 탄소중립을 위해 인구 5000만~7000만명 국가에서 1500억유로(약 195조원) 투자가 필요하고 이 경우 일자리 300만개가 창출된다. 이 계산을 빌리면 우리는 투자규모 등을 감안해 일자리 100만개가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유 위원은 인텔, 삼성전자, 현대차 등을 거쳐 SK텔레콤 오픈콜라보센터장과 SV이노베이션센터장, ESG혁신그룹장(부사장)을 역임했다.

산업부는 ESG 신시장 창출을 위해 2027년까지 50조원을 투자하기로 자체 방침을 정했다. 중기부는 ESG 전용 자금 명목으로 10조원을 마련하는데 ESG 벤처펀드, 탄소중립 및 ESG 기업전용 정책금융(융자·보증) 용도다. 이를 바탕으로 새 정부는 초격차 기술 5개, 일류기업 5개, 벤처·스타트업 1000개, 결과적으로 일자리 100만개 창출을 최종 목표로 했다.

특히 윤 당선인이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으로 이창양 후보자를 지목하면서, ESG 지원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창양 후보자는 지난해 10월부터 LG디스플레이 이사회 내에 신설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위원장’으로 선임돼 활동했다. 앞서 SK하이닉스 사외이사에 이어 지난 2019년부터 LG디스플레이 사외이사를 맡았다. 이번 대통령직 인수위원회에서는 경제2분과 간사로 선임돼 ESG 정책을 비롯한 민간 주도의 산업정책을 입안했다.

이창양 후보자도 "디지털·탄소(중립) 전환이 급격히 진행되고 미국·중국을 비롯한 글로벌 강대국들이 패권 경쟁을 하고 있고 공급망도 불안해지고 있다"며 "산업의 대전환기를 넘어서고 우리 경제가 재도약할 수 있는 산업 정책을 구상할 생각"이라고 ESG 정책에 대한 관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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