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워싱으로 조사를 받고 있는 DWS에 독일 검찰의 압수수색까지 벌어지면서, 몇 시간만에 DWS 최고경영자인 아소카 뵈르만(Asoka Böhrmann) CEO가 "주주총회 다음날인 6월 10일부로 사임할 것"이라고 밝혔다.  

DWS는 금융상품 그린워싱에 대해 엄격해지고 있는 당국의 흐름을 대표하는 사건이 되고 있다. 기업의 ESG 경영과 ESG 투자상품 판매에 대한 규제 당국의 검증이 한창인 가운데, 세계적으로 이슈가 되고 있는 그린워싱 사례를 모아봤다.

 

DWS 그룹, ESG 펀드로 검찰 조사 받는 중

한편 독일과 미국 규제당국은 도이체방크 소속 DWS 그룹에 대한 보고와 내부고발자의 주장을 조사하고 있다. DWS는 녹색 라벨을 펀드에 붙였는데, 이것이 과장됐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DWS는 투자자들을 현혹했다는 사실을 거듭 부인했다.

그러나 DWS를 조사하기 위해 검찰의 압수수색까지 벌어졌다. 독일 검찰은 이례적으로 수사에 착수했다고 밝히며 “ESG 요인이 소수의 투자에선 고려된 것으로 나타났지만, DWS가 적시한 펀드 판매전망서와는 달리 전혀 고려되지 않은 펀드도 있다는 충분한 사실이 드러났다”고 말했다. 독일 검찰에 따르면 독일 연방 금융감독당국(BaFin)과 연방경찰 관게자 등 약 50명이 DWS와 연루된 것으로 알려졌다.

DWS는 ‘2020년 지속가능보고서’를 통해 전체 운용 중인 자산 9000억 달러(한화 약 1040조 원) 중 절반 이상을 ESG 기준에 따라 투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지난해 글로벌 지속가능성 책임자에서 해임된 데지레 픽슬러는 “DWS의 지속가능성 자산이 과대포장 됐다”며 내부고발자로 나섰다. 이에 지난해 8월 25일 SEC과 독일 금융당국은 ESG 투자 자산 과대평가 의혹 조사에 나섰다. 

픽슬러의 폭로 이후 DWS는 ESG 기준을 변경했으며, 2022년에 발행된 2021 연차보고서에 따르면 2021년의 ESG자산은 1150억유로(153조원)로, 1년 전의 ESG통합 자산이던 4590억유로(613조원)보다 75%나 줄어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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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산운용사가 ESG를 내세우며 수십억 달러의 투자금을 모으면서, 규제당국은 기업이 ESG 표준을 정의하고 적용하는 방법에 대해 더욱 면밀히 조사하고 있다. SEC은 근거 없는 ESG 펀드를 근절하기 위해 규칙을 제안했고, EU 시장감시 기관은 그린워싱의 법적 정의를 마련하고 있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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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EC의 ESG 규제 첫번째 기소 대상이 된 브라질 광산기업 베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브라질 광산기업 베일과 소송을 진행 중이다. 베일사는 2021년 3월 SEC이 기후 및 ESG TF를 만들어 허위 및 오해를 불러일으키는 ESG 공시 규제에 초점을 맞춘 이후 SEC이 진행한 첫 번째 강제 조치 대상이 됐다.

베일사 소유 댐에서 오염 물질이 유출됐다/TV NBR
베일사 소유 댐에서 오염 물질이 유출됐다/TV NBR

베일사는 브라질 남동부 브루마디뉴 마을 근처 댐을 가지고 있었다. 86m 높이로, 1976년 건설돼 2001년 베일사가 취득했다. 베일사는 폐광 슬러지를 인공 연못으로 보내는 과정에서 댐을 사용했는데, 2019년 댐이 폭발하면서 유독성 광산 폐기물이 유출됐다.

이 사건으로 270명의 사상자와 근처 식당 및 인근 지역을 오염시켰다. 2015년 베일사가 소유한 코레고 도 페이장 광산에서도 비슷한 사고가 일어났다. 베일사는 “이로 인해 기업 또한 40억달러의 손실을 입었다”며 “2020년 피해의 복구와 보상을 위해 브라질 당국과 70억달러 규모의 합의안에 합의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SEC은 베일사를 미국 증권법 위반 및 보고 조항 위반으로 지난 4월 28일 기소했다. 베일사가 수년 전부터 국제적으로 공인된 댐 안전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는 사실을 인지하고 있었다고 본 것이다. 그럼에도 ESG 공개자료에서 댐의 안전성을 평가하는 데 있어 ‘엄격한’ 국제관행을 고수하고 있으며 댐이 100% 안정적인 상태라는 증명서를 낸 것은 투자자를 기만한 행위라고 판단했다. 

베일사는 2015년 브라질 마리아나 인근 펀당댐 붕괴사고로 19명이 숨지고 4370m³ 유해가스가 도스강에 방류된 이후 댐 안전에 대한 공약을 공언한 바 있다. SEC은 “2015년 사고 이후 베일사는 ESG 공개를 통해 댐 안전 약속을 준수했다는 것을 시사하고 있다”며 “이런 ESG 공개는 투자자들이 베일사가 댐 재난으로부터 교훈을 얻었고 다른 댐의 붕괴 위험을 완화시켰다고 믿게끔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자발적인 연례 지속가능성 보고서, ESG 관련 투자자 프레젠테이션 및 웨비나 등 기업의 ESG 공개를 통해 투자자들을 속이기 위한 여지가 다분하다고 해석했다. SEC은 “베일사는 미국 자본시장을 이용하면서 더 오래되고 위험한 댐 중 하나인 브루마디뉴 댐이 붕괴될 위험을 의도적으로 숨겼다”며 “이는 증권사기와 같다”고 설명했다. 

거비어 그루얼 SEC 집행부 책임자는 “많은 투자자들은 정보에 근거한 투자 결정을 내리기 위해 베일의 연례 지속가능성 보고서 및 ESG 공시를 사용한다”며 “이런 공시를 조작해 베일사는 브루마디뉴 댐 재난이 야기한 사회적, 환경적 피해를 약화시키고 투자자들의 판단을 흐리게 했다”고 지적했다. 

SEC은 또 “댐으로 인한 환경 및 경제적 위험을 숨기고 투자자들을 현혹해 채권시장에서 10억달러 이상을 조달했다”며 “명백한 투자자 기만”이라고 강조했다. 

파이낸셜타임즈(FT)는 “베일사의 소송에서 상장기업이 앞으로 지속가능성 보고서 및 기타 ESG 관련 정보 공개를 준비할 때 상당히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는 점을 알 수 있다”고 분석했다. 베일사는 성명을 발표해 SEC가 부인하고 있는 혐의에 대해 "강력하게" 방어할 것이라고 말했다.

 

BNY 멜론, ESG 투자 정책 잘못 기술해 과징금 부과

세계 1위 수탁은행인 BNY 멜론은 ESG 관련 규정을 왜곡 및 누락했다는 혐의로 과징금 19억원을 부과받았다. SEC의 보도자료에 따르면, BNY 멜론은 2018년 7월부터 2021년 9월까지 모든 투자에- 항상 그런 것은 아니지만- ESG 품질 검토를 거쳤다는 걸 직접 기재하거나 암시한 것으로 밝혀졌다. 

BNY 멜론은 펀드 설명서에 “투자 프로세스에 통합된 서브 어드바이저(Sub-adviser)는 책임투자에 대해 잘 확립된 접근 방식을 가지고 있다. 이 프로세스는 중요한 ESG 문제가 고려되도록 서브 어드바이저의 독점 품질 검토를 통해 연구 프로세스 전반에 걸쳐 환경, 사회, 지배구조 위험, 기회 및 문제를 식별하고 고려하는 작업이 포함된다”고 명시했다. SEC은 이 문장이 ‘모든 투자’에 ESG 요소를 적용했다고 암시할 수 있다고 봤다. 그러나 조사결과 ‘모든 투자’에 ESG 검토를 적용하지 않았기에 오해와 왜곡을 일으킬 수 있는 문장으로 판단했다.

BNY 멜론은 성명을 내고 “문제가 된 6개의 뮤추얼 펀드는 ‘지속가능한 펀드’에 속한 것은 아니지만, 규제 및 규정 준수 책임을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투자자와 정확하고 완전한 커뮤니케이션을 보장하기 위한 약속의 일환으로 자료를 업데이트 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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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FDR 시행했지만 지속가능성 라벨은 EU에서 여전히 논란

지난해 프랑스, 영국, 스웨덴, 네덜란드, 스위스 규제 당국은 금융 상품에 ESG 라벨이 씌워졌지만 적절치 않았던 사례가 발견됐다고 밝혔다. 자산운용사들은 ESG 상품이란 걸 확인받기 위해 더 많은 정보를 제공하거나 지속가능성 라벨을 삭제해야 했다. 이는 규제당국이 ESG 공개 의무를 자산관리자에게 부과한 SFDR을 넘어 보다 깐깐한 조치를 취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프랑스 금융시장감독기관(AMF) 자산관리국은 이미 법으로 금지돼 있는 주식을 제외한 펀드에 ‘ESG’라고 이름 붙인 자금 등을 그린워싱 사례라고 명명했다. 자산운용사에게 ESG 라벨을 제외하는 시정조치를 요구했다.

닉 밀러 영국 금융감독청(FCA) 자산관리부장은 “취약한 펀드 공시는 흔하다”며 “ESG 정보의 질 자체가 펀드에 적용하기에 충분치 않은 지점이 많다”고 말했다. 또 ESG 펀드는 종종 펀드매니저에게 더 높은 수수료를 줘야하기 때문에 이가 옳은지에 대한 판단도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밀러 부장은 또 영국에서 ESG의 부실한 공개가 너무 광범위해 지난해 7월부터 자산운용사 이사회에 서한을 보내기도 했다. 투자설명서에 지속가능성 접근법을 공개하고 투자 전략이 ESG의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방법-예를 들어 다른 종목을 두고 특정 종목을 선택하는 이유 등-을 명시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스위스 금융시장감독청(FINMA)은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으며, 관리자들에게 ESG의 청구를 철회하거나 관련 공시를 즉시 수정하도록 요구해 그린워싱 소지를 제거하고 있다고 말했다. FINMA는 조사 대상 400개의 자금 중 약 5%가 불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다고 밝혔다. 앞으로 ESG 요소를 제대로 적용하지 않는 펀드에 대한 개입도 시사했다.

UN의 책임 있는 투자 원칙(PRI)은 그린워싱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규제 노력을 환영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피오나 레이놀즈 CEO는 “감독은 비례해야 하며 투자자들이 규제당국의 부담스러운 요건 때문에 지속가능성에 초점을 맞춘 상품에 투자하는 것을 단념하게 만들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지금까지 규제 당국의 접근법은 ESG 상품 지침의 발행과 자산 관리자와 대화에 초점을 맞춰 왔다. 그러나 '지속가능' 또는 '친환경'이라는 단어의 정의가 여전히 논의되고 있을 때 고의적인 잘못된 판매를 증명하는 것은 어렵다. 일부에서는 현행 규제 틀에서 사건을 기소하는 것이 과연 맞는지까지 의심하고 있다.

영국 FCA는 ESG 펀드 정보 공개가 부실하다고 해서 반드시 규칙을 어겼다는 뜻은 아니라고 지적했다. 네덜란드, 노르웨이, 스웨덴, 스위스 규제 당국은 아직 그린워싱과 관련한 법 집행을 개시하진 않았다고 밝혔다.

스위스 FINMA는 '지속가능', '환경친화적'과 같은 용어의 법적 정의가 우선 필요하다고 말했다. 프랑스 AMF는 ESG 데이터의 개선과 그린워싱 퇴치를 위한 더 나은 정의를 찾고 있다고 말했다.

네덜란드 AFM은 네덜란드 규제당국이 자산운용사에 개별적으로 어떤 조치를 취하기 전 올해 7월 도입 예정인 SFDR 2단계를 지켜보겠다고 말했다.

IOSCO는 지난해 그린워싱 기업을 식별할 수 있는 권고안을 발표했으며, EU 증권시장청(ESMA)은 그린워싱의 법적 정의를 마련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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