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의회가 6일 EU 택소노미에 원자력과 천연가스를 포함하기로 결정했다. 이를 뒤집으려면 20개국 중 과반수가 거부권을 행사해야 하는데, 이 결정이 뒤집힐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6일 EU의회는 택소노미에 핵과 가스를 포함하자는 EU 집행위원회의 제안에 거부권을 행사하자는 의견에 대한 투표를 진행했다. 찬성은 328표, 반대는 278표로 부결됐다. 거부권을 행사하기 위해서는 최소 353표 이상이 필요한데, 25표가 부족했다. 투표 결과 원자력과 가스를 포함한다는 택소노미는 EU의회에서 공식적으로 승인됐다. 

이 결정이 뒤집히려면 EU 27개 회원국을 대표하는 EU 각료 이사회에서 표결이 진행돼야 한다. 20개국 중 과반수가 거부권을 행사한다면 이 결정이 뒤집힐 수 있지만, 거부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보인다.

CNBC는 “EU는 유럽 기후법에 따라 10년간 온실가스 배출량을 최소 55% 줄이고, 2050년 넷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화석연료, 특히 석탄에서 청정에너지로 전환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며 “이번 투표 결과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EU가 천연가스와 원자력에 대한 민간 투자를 장려하고 싶어한다는 걸 보여준다”고 평했다.

투표 결과에 대한 의견은 엇갈리고 있다. 룩셈부르크 클로드 투르메스 에너지 장관은 트위터에 EU 사법 재판소에 이의를 제기할 것이라고 밝혔다. 투르메스 장관은 “룩셈부르크와 덴마크는 법적 고발을 할 것이며 법원은 적법성에 대해 판결을 내릴 것”이라며 의회의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명했다.

환경 운동가들은 투표 직후 ‘배신’이라고 쓰인 티셔츠를 입고 EU의회 의원들을 배신자라고 부르기도 했다. 스비틀라나 크라코프스카 유럽기후재단 과학자는 “러시아 대 우크라이나 전쟁은 기후를 가열하는 화석연료로 인한 전쟁”이라며 “EU는 오늘 러시아에게 수십억달러의 자금을 지원하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독일 EU의회 의원 미셸 브로스는 "원자력과 가스를 지속가능한 투자로 분류하는 것은 ‘광기’"라고 비난하면서 "EU가 러시아 화석 연료에 중독될 것"이라고 비판하기도 했다. 브로스 의원은 "프랑스의 원자력과 폐기물 처리장은 보수되고 새로운 화석연료 인프라가 만들어질 것"이라며 "어떤 은행도 택소노미를 더 이상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미래를 위한 금요일’ 운동을 시작한 10대 활동가 그레타 툰베리는 트위터에서 “이번 투표는 녹색 전환을 지연하고 러시아 연료에 대한 EU 의존도를 심화할 것”이라고 비판했다.

EU의회 환경위원회 의장을 맡고 있는 프랑스 EU의회 의원 파스칼 칸핀은 분류법이 모든 가스 투자가 허용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상기시키며 녹색 운동가들의 우려를 완화하기 위해 노력했다. 칸핀은 트위터에 “택소노미에 명기된 가스 인정 범위는 명확하다. 2030년까지 위험하다고 생각되지 않는 배출 기준치 이하에서 석탄을 대체하는 용도로만 사용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업 단체인 뉴클리어 유럽은 투표가 끝난 후 과학에 기초한 결정을 내렸다고 말하며 반기는 입장을 보였다. 이브 데스바젤 뉴클리어 유럽 사무총장은 “EU의회 과반수가 전문가의 말을 듣고 올바른 결정을 내린 것은 환상적”이라며 “우리는 지속가능한 방법으로 탄소를 제거할 수 있는 기간이 30년도 채 남지 않았다. 과학에 귀 기울이면서 EU의회는 이 야심찬 목표를 달성할 수 있는 가능성을 강화했다”고 말했다.

산업 로비 단체인 유로가스도 의회의 결정이 향후 투자에 적절한 틀을 제공한다고 말하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EU 집행위원회의 택소노미 제안은 석탄의 단계적 배출과 수소, 재생가능 가스 등 최고 기술의 채택을 위해 더 많은 것을 할 수 있었다”며 아쉬움을 표하기도 했다. 제임스 왓슨 유로가스 사무총장은 다양한 천연가스, LNG(액화천연가스), 재생수소 수입 등 병목현상을 극복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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