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성 대체 단백질의 성장이 더뎌지자, 육류세를 도입해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비욘드 미트
식물성 대체 단백질의 성장이 더뎌지자, 육류세를 도입해야 하는 시기가 온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 비욘드 미트

축산업은 다른 어떤 산업보다 더 많이 열대 우림을 파괴하고 토지 황폐화를 유발해 지구 온난화를 부추기는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어왔다. 

이에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줄이고, 생물 다양성 손실을 늦추는 식물성 단백질, 즉 대체육을 이용한 시장이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최근 급격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육류보다 비싼 대체육을 선호하는 사람들이 줄어 고전을 면치 못하면서 영국을 비롯한 여러 나라에서 탄소 절감을 위해 육류세 도입이 거론되고 있다. 

 

비욘드 미트, 손실로 인해 직원 감축할 것이라 발표

지난 4일, 식물성 대체육 브랜드 ‘비욘드미트’가 2분기 실적에서 9710만달러(약 1286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올해 매출 전망치도 4억7000만(약 6230억원)~5억2000만달러(약 6900억원)로 대폭 낮아졌다. 현재 주가는 고점 대비 80% 이상 하락한 상태다.

비건 식품 카테고리는 최근 몇 년 동안 꾸준히 가속화되어온 분야다. 2020년 미국 식물성 대체육 부문은 2019년 9억6200만달러(약 1조3000억원)에서 2020년 14억달러(약 1억8600억원)로 45% 급증한 바 있다. 식물성 대체육은 2021년 미국에서 동물성 고기를 능가하기까지 했으며 시장은 두 배 빠른 속도로 성장했다.

그러나 올해 식물성 대체육의 판매는 전년 대비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장조사 기업인 스핀스(SPINS)는 "식물성 대체육 판매가 올해 0.6%로 감소했다"고 전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대체육의 성장이 멈춘 이유를 대체육 붐이 일지 않은 데서 찾고 있다. 일례로 맥도날드와 비욘드 미트와 함께 개발한 식물성 버거 ‘맥플랜트’를 들 수 있다. 지난해 10월부터 맥도날드는 맥플랜트 버거를 미국 내 8개 매장에서 시범 판매해왔으나 지난 7월, 맥도날드는 판매 부진을 이유로 들어 판매를 종료했다.

인플레이션도 문제로 꼽힌다. 식물성 대체육은 일반 고기보다 가격이 높은데, 인플레이션이 겹치면서 소비자들이 일반 육류를 선택한 것이다. 이와 같은 판매 부진이 이어지면서 비욘드 미트는 직원의 4%를 감축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맥도날드와 비욘드 미트의 합작품인 맥플랜트. 맥도날드는 판매 부진을 이유로 들어 최근 맥플랜트의 판매를 종료했다. / 맥도날드
맥도날드와 비욘드 미트의 합작품인 맥플랜트. 맥도날드는 판매 부진을 이유로 들어 최근 맥플랜트의 판매를 종료했다. / 맥도날드

 

전문가들, 육류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면 소비를 줄일 수 있을 것

육류세는 사람들이 고기를 먹는 것을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으로 거론되고 있다. 영국 옥스포드 대학의 환경 경제학 교수인 카메론 헵번(Cameron Hepburn)과 포츠담 기후 영향 연구 연구소의 환경 경제학 준 박사 연구원 프란치스카 푼케(Franziska Funke)는 ‘육류세를 부과할 시기가 온 것인가’라는 제목의 연구 논문을 통해 “육류세가 올바르게 시행된다면 농업의 탈탄소화에 대한 압박을 늘릴 필요가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육류 및 동물성 식품 판매에 대한 세금을 부과하면 대부분의 저소득층이 이전보다 많은 수익을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게 그들의 말이다.

이어 “캐나다 브리티시컬럼비아 주의 연구 결과 탄소세 수익금을 시민에게 돌려주는 것은 탄소 배출을 줄이는 데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며 육류와 유제품이 더 비싸진다면 소비자들이 동물성 제품 섭취를 줄이도록 장려할 수 있을 것”이라고 의견을 전했다. 

 

영국, 지난 10년 동안 육류 소비가 17% 감소돼

지난해 9월, 영국 공중보건국에서 실시한 ‘영국인의 식단과 영양 설문조사’ 결과, 지난 10년간 영국인의 육류 소비가 이전에 비해 17%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대형 슈퍼마켓과 레스토랑에서 널리 사용되는 식물 기반 대안의 가용성이 이러한 감소를 주도한 것으로 나타났다. 보스턴 컨설팅 그룹은 '식물성 대체 단백질에 대한 투자가 탄소 배출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내용을 담은 보고서를 발간하기도 했다.

육류 생산이 지구 온난화와 토지 황폐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되자 지난해 10월, 영국 정부는 국가 식품 전략을 내놓고 향후 10년 이내에 육류 소비를 약 30% 줄이도록 권장했다.

영국 가디언지는 "고기 소비를 줄이는 가장 효과적인 방법이 육류세이지만 거의 대부분의 정부 보조금이 육류 소비를 촉진하고 있는 실정"이라고 지적했다. 만약 육류세가 적용된다면 어떻게 되는지에 대한 가장 좋은 증거로는 ‘청량음료 산업에 대한 세금’을 들었다. 2016년 영국 정부는 비만으로 인한 건강 부담을 줄이기 위해 설탕세를 도입한 바 있다. 그 결과 제품의 설탕 수준을 낮추고, 설탕세로 학교나 시설 등에 과일과 채소 등 더 건강한 식사를 제공하는 데 쓰는 방식으로 비만 위기를 해결할 수 있었다.

육류세 외에 육류 생산을 지원하는 보조금을 줄이는 것도 논의되고 있다. 실제로 1970년대 핀란드에서 낙농 보조금을 중단하고 농부들과 협력해 성공적인 재배를 이끈 예가 있었고, 영국에서도 동물을 기르는 농부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에서 벗어나 농장에 자연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을 만드는 것에 집중하는 추세다. 그러나 이와 같은 조치는 더 싼 가격의 고기를 수입하게 만들 수 있다는 위험이 있다.

그밖에 슈퍼마켓과 식당에서 제공하는 고기 제품을 더 작게 만들거나 눈에 띄지 않게 진열하는 방법, 사료 첨가제를 이용해 메탄 배출을 줄이는 방법 등이 거론되고 있다. 후자의 경우 아직 연구 초기 단계에 있지만 젖소에게 이 사료를 먹일 경우 한 세대에 배출량을 17%까지 줄일 수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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