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고, 다시 석유기반 플라스틱 블록으로 회귀
우리에게도 친숙한 덴마크의 블록 장난감 제조사 레고(LEGO)가 친환경 재료로 장난감을 만들려던 계획을 취소하고 다시 석유기반 플라스틱으로 회귀한다고 파이낸셜 타임스와 로이터가 24일(현지시각) 전했다.
레고는 지난해 6월 2030년 말까지 석유로 만든 플라스틱 레고 블록을 지속 가능한 재료로 만든 블록으로 대체하겠다고 약속한 바 있다.
그런데, 이 약속을 1년 여 만에 뒤집은 것이다.
약속을 번복한 이유는 크게 두 가지다. 즉, 기존의 플라스틱을 대체할 만한 지속가능한 재료를 찾기 힘들고, 비용이 많을 뿐 아니라 탄소배출을 오히려 더 많이 하기 때문이다.
지속 가능한 대체 재료 없고 비용 때문에 전술 전환
로이터에 의하면, 레고는 세계에서 가장 큰 장난감 회사지만, 가족이 소유한 가족기업이다.
레고 그룹의 회장, 닐스 크리스티안센(Niels Christiansen)은 파이낸셜 타임즈에 "재활용 폴리에틸렌 테레프탈레이트(이하 rPET)를 사용하려면 새로운 장비가 필요하기 때문에 제품의 수명 동안 더 높은 탄소 배출로 이어졌다"고 주장했다.
지속가능한 재료를 포기하는 대신 레고는 현재 1킬로그램(kg)의 플라스틱을 만들기 위해 약 2킬로그램(kg)의 석유를 필요로 하는 ABS(Acrylonitrile Butadiene Styrene)의 탄소 발자국을 개선하기로 결정했다. ABS 플라스틱은 아크릴로나이트릴과 부타디엔, 스타이렌을 공중합체한 중합체로서, 내열성과 내충격성이 우수하며 다양한 형태와 색상으로 가공할 수 있어 가전제품이나 자동차, 완구류 등 다양한 제품의 소재로 사용돼왔다.
레고에 의하면, 초기에는 지속 가능성 문제를 해결할 마법의 재료 또는 새로운 재료를 찾는 것이 더 쉽다고 믿었지만, 수백 개의 재료를 시험하면서 그런 재료를 찾지 못했다고 한다.
레고의 전술 변화는 다른 기업들도 공감할 수 있는 문제다. 화석 연료의 사용을 없애고 탄소 배출을 줄이는 것이 기업의 다른 목표와 충돌할 수 있기 때문이다.
레고는 원래 2030년까지 놀이 세트에서 사용하는 20가지 정도의 재료에서 모든 석유 기반 플라스틱을 제거하는 목표를 가지고 있었다. 2018년에 나무와 덤불을 포함한 약 20개의 블록 조각에 사용하는 플라스틱의 식물 기반 블록으로 교체함으로써 빠르게 시작했다.
또한 2025년까지 블록을 포장하는 데 사용되는 일회용 플라스틱 가방을 제거하는 시도도 해보았다.
그러나 레고가 블록을 내구성 있게 만드는 플라스틱인 ABS를 대체하는 것은 훨씬 더 어렵다는 것을 경험했다.
레고의 지속 가능성 책임자인 팀 브룩스(Tim Brooks)는 "재활용 PET인 rPET이 ABS보다 부드러웠기 때문에 기존 플라스틱과 비슷한 안전성과 내구성을 유지하기 위해 다른 원료를 추가할 필요가 있었다"고 한다.
또한, 가공하고 건조하는 데 많은 양의 에너지가 필요해서 결과적으로 더 많은 탄소 배출로 이어졌다고 한다.
브룩스는 "이것은 강철보다는 나무로 자전거를 만드는 것과 같다"며, "재활용 PET 생산을 확장하기 위해서는 제조 환경에 대한 파괴 수준이 너무 높아서 우리 공장의 모든 것을 바꿀 필요가 있었다. 이렇게 했었더라면, 탄소 발자국은 더 높아졌을 것이어서 실망스러웠다"고 말했다.
친환경적인 재료를 더 사용하고, 순환경제로 전환
그래서 레고는 전술을 바꿨다.
레고는 이제 ABS의 각 구성 요소인 아크릴로니트릴, 부타디엔, 스티렌에 점진적으로 바이오 기반 및 재활용 재료를 통합해서 더 지속 가능하게 만드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크리스티안센 회장에 의하면, 하루 아침에 바이오 기반 또는 재활용 재료로 100% 만드는 것은 아니고, 아마도 50%, 30%, 또는 70% 수준일 것이라고 한다.
레고 그룹 회장은 "새로운 전술이 옳은 것이며 2019년 대비 37% 배출량 감소의 2032년 목표를 달성하고 그 때까지 지속 가능한 재료만을 사용하도록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레고 그룹은 지속 가능성에 대한 지출을 2025년까지 연간 3배인 3억 달러(약 4015억원)로 늘릴 계획이지만, 지속 가능한 재료를 구입하는 비용을 소비자에게 전가하지 않을 것이기 때문에 수익률을 해칠 수 있다는 점은 인정했다.
브룩스는 레고가 한 가지 지속 가능한 물질에 집중하다가 더 낮은 배출과 재활용, 재사용될 수 있는 순환경제의 물질을 지향하는 것으로 방향 전환했다고 말했다.
레고가 결정한 또 하나는 아이들의 침실에 있는 수십억 개의 레고 블록이 재사용되거나 새로운 블록으로 재활용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다.
레고는 미국과 캐나다에서 다시 갖고 놀기(replay) 프로그램을 시작했고, 내년에 유럽에서도 시행할 예정이다. 이 프로그램은 사람들이 자신의 레고 블록을 기부하고, 레고는 자선단체에 레고 블록이 가기 전에 분류하고 세척한다.
브룩스는 레고는 "재활용하는 것보다 재사용하는 것이 더 좋다. 그래서 우리는 어떻게 블록을 재활용함으로써 수익을 얻는지에 대한 순환 비즈니스 모델을 보고 있다. 이것은 생각의 변화"라고 덧붙였다.
레고 그룹은 매년 약 1000억개의 레고 블록을 생산하고 세계적으로 약 2만4000명을 고용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