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재생에너지 리더" 한화 탈석탄 선언 이면엔
한화그룹 6개 금융사 ‘탈석탄 금융'을 선언 최근 태양광 사업 안착, "재생에너지 리더 되겠다" 다만 일반 기업 중 2번째로 큰 규모로 석탄 투자, 좌초자산 회수 계획은 '미정'
한화그룹 6개 금융사(한화생명, 한화손해보험, 한화투자증권, 한화자산운용, 한화저축은행, 캐롯손해보험)가 ‘탈석탄 금융'을 선언했다.
이에 한화그룹 금융 6개사는 향후 국내·외 석탄발전소 건설을 위한 프로젝트 파이낸싱에 참여하지 않기로 결정했다. 이외에도 석탄발전소 건설을 위한 특수목적회사(SPC)에서 발행하는 채권을 인수하지 않을 방침이다. 일반채권이어도 석탄발전소 건설을 위한 용도로 사용될 경우에는 해당 채권을 인수하지 않는다.
한화그룹의 ‘탈석탄’ 선언은 재생에너지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고 있는 한화솔루션과 보폭을 맞추기 위해서라고 볼 수 있다. 글로벌 에너지 컨설팅 기관인 우드맥킨지에 따르면, 한화큐셀은 3분기 미국 주거용 태양광 모듈 시장에서 점유율 27.4%를, 상업용 모듈 시장에선 점유율은 22.%를 기록하며 주거용과 상업용 태양광 모듈 시장에서 모두 1위를 차지했다. 최근엔 한화큐셀을 품고 있는 한화솔루션이 한화갤러리아와 한화도시개발을 합병해 몸집 키우기에도 나선 바 있다.
태양광 부문 영업이익은 점차 증가해 올해 1분기에는 1046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2020년 3분기까지 영업이익 누적 1928억원을 기록하며 꾸준히 흑자를 내는 '효자' 중 하나다.
재생에너지 시장에 성공적으로 안착하면서, 그룹 계열사들의 ESG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 탈석탄 선언을 결정했을 가능성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화그룹 김승연 회장 또한 올해 신년사에서 재생에너지 리더임을 강조하며 ESG의 중요성을 언급했다. 김 회장은 "ESG(환경·사회·지배구조)는 이제 글로벌 기업의 핵심 경영 원칙으로 자리잡았다"며, "글로벌 신재생에너지 분야의 리더로서 기후변화에 적극 대응하며, 탄소제로시대를 선도하기 위한 환경 경영에도 박차를 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태양광 사업을 중점에 두게 되면서, 전 계열사에게 ESG 경영을 강조한 것이다.
한화생명과 한화손해보험과 함께 향후 석탄 화력발전소에 대한 직접적 투자 및 융자뿐만 아니라 석탄화력발전소 신규 건설 목적의 회사채에도 투자하지 않을 계획이다. 한화투자증권은 석탄화력발전에 대한 직접적인 투자 사례는 없다. 다만, 호주의 석탄 수출을 목적으로 하는 미드스트림 항구시설에 대한 대출 건이 일부 연관성이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해 추가적인 리파이낸싱에 참여하지 않기로 했다. 대신 재생에너지 투자 규모를 더욱 늘릴 계획이다.
하지만 이미 투자한 자금에 대한 후속조치는 발표하지 않았다. 그린피스의 ‘한국 석탄금융 12년, 그 중독의 기록’ 보고서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민간금융 중 4번째로 석탄에 많은 투자를 한 것으로 밝혀졌다. 한화생명이 1조1683억원, 한화손해보험이 6656억원으로 ▲삼성 ▲KB금융 ▲현대해상 다음으로 큰 규모다. 그린피스는 “삼성, KB금융, 현대해상은 특정패턴에 따라 비슷한 시점에 함께 석탄 투자를 한 반면, 한화의 경우 꾸준히 석탄금융 지원액을 증가시켜왔다”며 “여 금융그룹에서 일반 그룹사 중 삼성 다음으로 많은 금액을 지원했다”고 꼬집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