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주, 장정민의 지속가능경영 스토리】애플, 마더 네이처, 그리고 지속가능경영
긴장한 팀 쿡 그리고 '마더 네이처'
평화로운 분위기와 다르게, 모두의 얼굴에는 긴장감이 넘친다. 그 중에서도 가장 긴장한 것은 바로 애플의 CEO 팀 쿡이다. 긴장한 팀 쿡의 왼편, 회의실 가장 중앙에는 굳은 표정의 '마더 네이처(mother nature)'가 앉아 있다. 아이스 브레이킹의 시간도 아깝다는 듯 마더 네이처는 빠른 보고를 종용한다. 탄소 중립 성과에 대한 보고를 진행해 감에 따라 회의에 참석한 참가자들의 긴장은 점점 풀려가고, 마더 네이처의 굳은 얼굴에서는 옅은 미소가 번져간다. 모든 보고를 마친 팀 쿡은 가슴을 쓸어 내린다.
2주 전 공개된 애플의 광고 ‘마더 네이처(mother nature, 어머니 대자연)’는 일단 신선하다. 대자연에게 브리핑을 하는 기업의 CEO, 그것도 팀 쿡이 직접 출연한다니. 애플이 시장 즉 소비자 마케팅에 접근하는 방식에는 재치가 넘쳤다. 탄소 중립을 마케팅의 포인트로 삼은 것, 그리고 영상에 CEO인 팀 쿡을 참여시킨 것 모두 흥미를 불러일으킬 만한 요소라고 생각됐다.
하지만 한편에서는 반응이 긍정적이지만은 않다. ‘그린워싱이다’, ‘손발이 오글거린다’라는 등의 부정적인 반응 역시 국내외에서 확인되고 있다.
과연 애플의 지속가능경영은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
애플워치 시리즈 9 환경 보고서
최근 애플에서는 최초의 탄소 중립 제품을 발표한 바 있다. 그 주인공은 애플워치 시리즈 9이다. 애플워치 시리즈 9 환경 보고서에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확인할 수 있었다.
새로운 스포츠 루프와 페어링된 모든 알루미늄 애플워치시리즈 9는 탄소 중립을 달성하였습니다. 디자인 및 재생 에너지 사용에 대한 혁신을 기반으로, 75% 이상의 탄소 배출량 저감이 이루어졌습니다. 이 기념비적인 성과는 2030년까지 글로벌 공급망 전체는 물론, 당사가 제조하는 모든 기기에 대하여 탄소 중립을 달성하겠다는 애플의 야심찬 2030 기후 목표를 향한 여정에서 이룬 상당한 진전을 의미합니다.
애플워치 시리즈 9 및 스포츠 루프와 관련된 애플의 모든 공급업체는, 전 세계 공급업체를 청정 및 재생 에너지로 전환하여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노력의 일환인 애플 공급업체 청정 에너지 프로그램에 동참하고 있다. 이미 애플은 지난 2020년 발표한 2020 환경 보호 성과보고서를 통해 2030년까지 제조 공급망 및 제품 생애주기를 아우르는 기업 활동 전반에서 탄소중립을 달성하겠다고 발표한 바 있다.
이러한 애플의 지속가능한 경영을 위한 노력이 탄소 배출을 줄이고, 탄력적인 공급망을 구축해 더 건강한 사회를 만들기 위해 기여하는 것은 물론, 다른 기업들이 따라야 할 모델을 제시한다고 애플에서는 이야기한다.
애플의 지속가능경영에 대한 의문
애플은 지속가능경영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알려져 있고, 실제 성과 평가에서도 지속가능경영 상위 기업 TOP 10에 포함되는 기업이다. 과감한 변화 전략과 로드맵을 투명하게 제시하고 이와 관련한 성과까지 뚜렷하게 확인되기 때문이다.
애플은 2030년까지 탄소 중립을 이행하겠다고 선언한 바 있다. 파리 협정 이행을 위한 다수의 국가 혹은 기업이 제시하고 있는 2050 탄소중립 보다 20년 앞선 계획이다. 실제 곧 출시되는 애플워치 시리즈 9에 대해서는 탄소 중립이 실현됐다고 한다.
또한 앞으로 생산하는 모든 제품에 대한 탄소 중립을 위해 현재 배출량 대비 75%를 줄이고 나머지 25%에 대해서는 혁신적인 탄소 제거 솔루션을 개발할 계획을 제시한 바 있다. 실행을 위한 주요 로드맵은 ▲저탄소 제품 설계 ▲투자를 통한 에너지 효율 확대 ▲재생 에너지 사용 확대 ▲공정 및 재료 혁신 ▲자연 기반 솔루션을 통한 탄소 배출권 확보 등이다. 이렇게 과감한 로드맵을 제시한 애플은 환경과 관련한 지속가능경영 측면에서 환영 받고 있지만 애플의 공급망 입장에서는 의구심이 들게 된다.
애플은 지속가능경영의 선구자인가?
탄소 중립을 강요하는 독재자인가?
2022년 기준, 애플은 매출액 3942억 달러(약 560조원), 순이익 998억 달러(약 141조 8000억원)을 달성하였다. 우리 모두 잘 알고 있는 바와 같이, 아이폰을 중심으로 아이패드 맥(Mac), 웨어러블 기기 등과 소프트웨어 등이 주력 사업이다. 이런 애플의 넷제로 로드맵은 TSMC, SK하이닉스 등 주요 반도체 공급망과 라이벌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삼성전자에까지 많은 영향을 끼치고 있다.
공급망 최상위에 포진되어 있는 애플은 대부분 최종 조립 및 포장 공정에서 배출되는 탄소 배출량이 대부분으로 Scope 1, 2의 배출량에 비해 Scope 3의 탄소 발생량이 절대적으로 많을 수 밖에 없는 구조이다. 실제 2022년 애플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에서 확인한 탄소 배출량을 보면 Scope1,2에서 배출되는 양은 5만 7980톤(tCO2e)이지만 Scope3의 탄소 배출량은 2313만톤(tCO2e)으로 Scope 1,2의 약 400배의 수치를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애플은 Scope 1, 2에 대한 탄소 중립은 상대적으로 쉬울 수밖에 없다. 실제로 애플은 2014년에 내부 데이터 센터 운영에 사용되는 전기의 100%를 재생에너지로 전환한 바 있고, 2015년에 RE100에 가입하여 3년만인 2018년 재생에너지 100%의 목표를 달성하였다. 그렇기 때문에 애플은 탄소중립 2030 달성을 위해 공급망에 지속적으로 탄소 배출 감소 활동을 요구하고 있다. 이에 대한 위기와 기회의 포상이 가장 뚜렷한 기업이기에 공급망에 속한 기업들은 앞당겨진 애플의 탄소중립 정책에 뒤쳐지지 않게 노력하고 있다.
그러나 상생의 관점에서는 어떨까? Scope 3는 단순히 Tier 1 공급망에게만 적용되는 것이 아니다. 애플의 Tier 1의 대다수는 대기업이라고 할 수 있다. Tier 1에 속해 있는 기업 탄소 배출량 감소 활동은 지속적으로 노력하고 있지만, 문제가 심각한 부분은 공급망의 하위에 위치한 기업들이다.

애플의 홈페이지에서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확인할 수 있다.
애플이 지출한 직접 제조 비용의 70% 이상에 해당하는 200개 이상의 협력업체가 모든 애플 관련 생산 공정에 풍력, 태양열 등 재생 전력을 사용하기로 이미 약속했습니다. 코닝 인코포레이티드(Corning Incorporated), SK 하이닉스, ST마이크로일렉트로닉스(STMicroelectronics), TSMC, 유토(Yuto)를 비롯한 주요 제조 협력업체가 100% 재생 가능한 전기로 모든 애플 제품 생산에 전력을 공급하겠다고 약속했습니다.
지속가능한 경영 활동을 위해 주요 공급망의 참여를 독려하고 있지만, 여기에 Tier 2, 3로 이어지는 공급망의 탄소중립 달성을 위한 전략이나 지원 방안에 대해서는 확인하지 못했다.
재주는 곰이 넘고 돈은 주인이 받는다?
한 가지 예시를 보자. 애플은 아이폰에 들어가는 반도체 역시 위탁 생산하고 있다. 애플의 반도체 제조공정을 보자면 제품(애플) – 반도체 전공정 – 반도체 후공정 – 반도체 소재 – 원재료로 이어지는 시스템인데, 원재료에서 발생되는 탄소배출량이 굉장히 큰 비중을 차지한다. 그래서 애플은 2030년까지 100% 재활용/재사용 가능한 원재료 사용에 대한 로드맵을 매우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으며, 주석이나 코발트와 같은 분쟁/책임 광물 사용은 2025년부터 허용하지 않는다고 발표했다.
당연히 라이벌 기업인 삼성전자도 이런 애플의 원재료 재활용 로드맵을 따라가려 하고 있으며, 대부분의 반도체 기업들에게도 이슈가 될 수 밖에 없다. 그래서 이들은 재활용된 원재료 사용을 위해 Scope 3 배출량이 적용되는 공급망 소재 기업들에게 탄소 발자국(Carbon FootPrint), UL, LCA 등과 관련한 각종 인증을 요구하고 있다. 소재 기업은 거래를 이어가기 위해 울며 겨자 먹기로 제품당 몇 천 만원 이상의 비용이 들어가는 인증 비용과 원재료 재활용 시스템을 위한 투자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런 비용을 애플과 같은 공급망 상위기업에서 제공하는 것도 아니고 원가에 반영하기도 어렵다. 재활용 소재 납품 단가를 더 올려 판매하려는 계획은 세우고 있지만, 실제로는 가격을 인정받지 못하고 있다. 이런 시스템은 원재료 제련 기업들에게는 더욱 심각한 상황이다.
최근 국내에서 금속을 정제, 제련하는 소규모 기업들이 줄 도산하고 있다. 이는 각 국가가 자국의 자원을 보호한다는 핑계로 외부 반출을 꺼리고 있기 때문에, 그동안 중국이나 동남아시아에서 꾸준히 공급되었던 금속 물량이 줄고 있기 때문이다. 각 지자체에서는 폐기물의 반입을 꺼리고 사업장 인허가를 받기도 어려워진 상황이다. 그나마 간혹 나오는 기업의 금속 소재들은 규모의 경제로 전환되어 폐기물 인허가를 받은 업체들 만이 입찰 시스템에 참여하게 된다.
입찰 시스템에 참여해도 문제는 여전히 존재한다. 제조 공정의 스크랩에서 발생되거나 재사용 소재에서는 약 3%정도의 이익이 발생되는데 대규모 기업들은 양으로 극복하지만, 그렇지 않은 작은 기업들은 직원의 고용 없이 혼자서 겨우 사업을 이어가고 있거나 그 마저도 어려운 상황이다.
애플을 비롯한 빅테크 기업들은 조기에 탄소중립을 달성하고 이를 통해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고 이를 위해 아낌없이 투자하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투자가 모든 공급망, 그리고 실제 지원이 필요한 기업에까지 다다를 지는 의문이다.
☞ 김형주 엠케이전자(주) 팀장은
김형주 팀장은 2006년 보광그룹에 입사하여, 현재 엠케이전자(주)에서 IR, M&A, ESG를 담당하는 미래전략팀장으로 근무하고 있다. 엠케이전자는 2020년 ESG 선포를 했으며, 2022년 환경부 스마트 생태공장 구축 사업 운영, 업계 최초 POST 100% 재생제품 UL인증을 취득했으며, 현재 LCA One cycle시스템 구축을 진행하고 있는 반도체 소재 기업이다. 실무형 관리자로서 바쁜 와중에도 업무 관련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한양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ESG Track MBA 과정을 마쳤으며, ISO37301인증심사원 활동도 하고 있다.
☞ 장정민 금호석유화학 과장은
장정민 과장은 2008년 동아제약에서 직장생활을 시작했고, 이크레더블을 거쳐 현재 금호석유화학 ESG경영관리팀에서 근무하고 있다. 이크레더블에서 공급망 ESG 평가 사업을 준비하며 지속가능경영과 ESG라는 영역에 관심을 가지게 됐고, 금호석유화학 ESG경영관리팀에 입사해 본격적으로 ESG 관련 업무를 시작하게 됐다. 실무자로서 바쁜 와중에도 업무와 관련된 전문성을 갖추기 위해 한양대학교 경영전문대학원 ESG Track MBA 과정을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