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아시아 기후전환 금융 창설 계획 발표… 전환 위해 ‘국채’ 발행도
기시다 후미오 일본 총리가 3일(현지시각) UN 책임투자원칙 연례행사(UN PRI in Person)에서 일본 정부의 아시아 전환 금융 창설 계획을 발표했다.
UN PRI는 ESG 투자활성화를 위한 기관투자자 네트워크로, 전 세계 금융기관 5300여곳이 참여했으며 총 규모는 120조달러(약 16경원)에 이른다. 10월 3일 15번째 연례행사가 도쿄에서 개최됐다.
일본, 아시아 GX 컨소시엄 출범 추진
아시아 개발은행의 최신 보고서에 따르면, 아시아 지역의 탄소 배출 강도는 세계 다른 지역 평균보다 40% 이상 높다. 경제 구조도 화석연료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일본이 아시아 지역의 에너지 전환을 위해 2024년 중반까지 아시아 GX 컨소시엄을 출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GX(Green Transformation)란, 일본의 녹색전환 추진 전략으로, 안정적인 에너지 확보, 성장지향형 탄소가격제 도입, 국제협력 강화, 사회 전반에 걸친 GX 추진으로 구성돼 있다.
GX 추진의 핵심 요소에는 일본의 첫 기후 전환 채권(Climate Bonds Transition)인 GX채권 발행 계획과 탈탄소 노력을 전개하는 600개 이상의 기업 연합 ‘GX리그’가 포함돼 있다.
기후 전환 채권이란 새로운 유형의 채권으로 수익금은 기업이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줄이거나 탄소 배출을 줄이기 위한 자금 조달에만 사용할 수 있다. 전환 프로젝트를 추진할 재원이 없는 기업을 위한 채권이라고 할 수 있다.
기시다 총리는 이번 UN 책임투자원칙 연례행사 연설을 통해 GFANZ(Glasgow Financial Alliance for Net Zero) 일본 지부와 협력, “각국의 강점과 특성에 맞는 기후 전환 금융의 구체적인 실행을 위해 2024년 중반까지 아시아 GX 컨소시엄을 출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GFANZ는 글래스고에서 열린 COP26 기후 회의에서 결정된 그룹으로, 경제의 탈탄소화를 가속화하기 위한 글로벌 금융기관 네트워크다. 2022년 싱가포르에 아시아 태평양 네트워크인 GFANZ APAC가 설립, 2023년 5월 도쿄에 일본 지부가 출범한 바 있다.
기시다 총리는 기업의 사회적 가치 창출과 지속가능한 투자를 장려하기 위한 “투자 촉진 규제 패키지”를 준비하고 있다고도 밝혔다. 이는 자산운용사와 소유주의 지배구조를 개선하고 신규 펀드매니저 진입을 장려하며 업계 내 경쟁 촉진을 목표로 한다.
또한 기시다 총리는 일본 정부가 2024년 3월 전, 즉 일본의 회계연도가 지나기 전에 20조엔(약 182조원) 규모의 GX채권을 발행할 것이라고도 밝혔다. 채권 수익금은 재생에너지 및 수소와 같은 신에너지원, 철강, 화학 자동차 등 탄소집약적 산업의 전환에 투입될 예정이다.
연설 말미에서 기시다 총리는 90조엔(약 820조원) 규모의 7개 공적연금기금이 PRI에 가입하기 위한 준비를 시작할 것이라고도 언급했다. 7개 기금에 대한 자세한 정보는 밝히지 않았다.
일본, 전환 위해 ‘국채’ 발행도 추진
기후전환채권 시장, 중국과 일본 중공업 기업들이 주도
한편 영국 금융전문미디어 더 뱅커(The Banker)에 따르면, 일본은 기후 전환 금융 마련을 위해 정부 차원의 노력을 추진 중이다. 일본 금융청 자료에 의하면, 2022년 회계연도 기준 일본의 전환 금융 시장은 약 1조엔(약 9조원)에 이른다.
일본 경제산업성 산하의 기후채권 이니셔티브가 발간한 보고서에 따르면, 전환 채권의 글로벌 발행 규모는 2022년 35억달러(약 4조원)로 5% 소폭 하락한 반면, 거래량 및 발행자수는 증가했다. 중국과 일본의 다양한 중공업 발행자들이 각국의 전환 금융 프로그램에 따라 자금 조달을 하기 위해 전환 금융 시장에 진입한 것이다. 실제로 전환 채권 거래는 주로 중국과 일본의 중공업 기업들 사이에서 진행됐으며, 전력, 석유, 가스, 철강 부문이 전체 발행량을 주도했다.
한편 일본 정부는 2023년 5월 새로운 형태의 ‘국가 채무’를 발표했다. 일본 국내 탈탄소화 지원을 위한 1440억달러(약 195조원) 규모의 GX채권 발행을 위해서다. 이는 세계 최초의 국가 전환 채권 발행이다.
ESG 투자 자산 평가기관 서스테이너블 피치(Sustainable Fitch)의 아시아 태평양 지역 리서치 책임자 응네카 치케오비(Nneka Chike-Obi)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에는 더 많은 전환 채권 발행이 필요하다”며 “일본의 국가 전환 채권의 효과와 더불어 다른 아시아 국가들이 이를 정책적으로 수용할 가능성에 대해서 주목하고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