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rend Insight】 TCFD 의장인 블룸버그가 바이든 대통령 후보에게 요구한 것은?
TCFD 마이클 블룸버그 의장, 기고 통해 기후공시 의무화 강조
지난해 12월 중순 마이클 블룸버그 회장은 블룸버그에 기고를 하나 했다. 제목은 ‘전 세계는 바이든이 기후공시를 이끌기를 원한다(The World Needs Biden to Lead on Climate Reporting), 차기 대통령은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 공개 의무화를 해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는 기고문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은 취임 첫날 G20 정상들을 한자리에 모아 글로벌 기업들이 기후변화로 인해 직면하고있는 위험을 측정하고 보고하도록 의무화된 기준을 승인해야 한다”며 “이 표준은 이미 존재하고 전세계적으로 광범위한 지지를 얻고 있다”고 밝혔다.
기고문에서도 밝혔듯, 이 기준은 마이클 블룸버그 회장이 위원장으로 있는 TCFD(기후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다. TCFD는 G20 재무장관과 중앙은행 총재 회의 산하 금융안정위원회(FSB)가 설립한 글로벌 기후변화 관련 재무정보공개 태스크포스로 2017년 6월 최종권고안을 발표했다.
블룸버그 회장은 기고문에서 “지금까지 6개 대륙 거의 80개국에서 1600개 이상의 기업과 단체가 TCFD 보고 지침을 승인하거나 채택했으며, 이들을 합치면 시가총액 16조달러(1경7000조원) 이상이며, 관리 대상 자산이 155조달러(16경8000조원)이상인 금융회사도 포함된다”며 “캐나다, 프랑스, 일본을 포함한 많은 국가들이 이 프레임워크를 승인했고 뉴질랜드와 영국은 TCFD 가이드라인을 따라 위험 공개를 의무화하겠다고 이미 발표했다”고 밝혔다.
그는 “세계 최대 경제대국인 미국이 TCFD 가이드라인에 대한 공식적인 지원을 할 경우, 기후 위험을 측정하기 위한 전 세계적인 노력을 통일할 수 있고, 규제 방향에 대한 불확실성을 제거하며, 국경과 산업 전반에 걸쳐 일관성이 있는 단일 시스템을 만들 수 있도록 하는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 회장은 “2008년 위기 이후 10여년이 지난 지금 세계경제가 직면한 가장 큰 위험 중 하나인 기후변화에 대해 금융시장이 대체로 암암리에 운영되고 있다”며 “미국에서는 주주와 투자자들의 의사결정을 위해 기업이 연차별 재무건전성 정보를 증권거래위원회(SEC)에 공시하도록 하지만, (전 산업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미치는) 기후변화와 관련된 위험과 기회에 관한 정보를 포함하지 않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러한 정보 부족은 공적연금 시스템과 개인 퇴직계정을 가진 기업 및 투자자들에게 큰 손실을 일으킬 수 있다”고 덧붙였다.
글로벌 기준인 TCFD가 있음에도 미국 단독의 기후공시 프레임워크를 만드는 것에 대해 반대를 확고히하면서, 블룸버그 회장은 “앞으로 몇 달 동안 미국은 기후변화에 대한 단일 글로벌 공시 프레임워크가 있는지, 아니면 투자자와 기업이 (기후변화) 위험을 식별하기 어렵게 만드는 경쟁 프레임워크로 인해 이 부분에 관한 진척이 더 느리게 이어질지 결정할 것”이라며 “세계적인 표준 관행을 빨리 만들수록 경제는 더 안전하고 튼튼해질 것”이라고 밝혔다.
☞블룸버그 회장의 기고문: https://www.bloomberg.com/opinion/articles/2020-12-14/the-world-needs-biden-to-lead-on-climate-disclosure
TCFD 권고안대로 기후공시 통일될까
미국의 새 백악관에 쏠린 시선 중 특히 관심을 끄는 부서는 증권거래위원회와 환경보호청 같은 기관이다. 바이든은 “기후변화 문제를 해결하는 것이 최우선 과제”라고 밝혀왔기 때문이다. 때문에 블룸버그 회장은 바이든 주도로 글로벌 기후보고의 표준을 정하고, 이를 의무화하는 움직임에 드라이브를 걸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블룸버그 회장은 자신의 회사에서 지닌 플랫폼에서 ESG 데이터를 공개하는 등 ESG 데이터가 실질적으로 유용해지기 위해선 비교 가능하고 (지금처럼) 혼란스럽지 않아야 한다는 입장을 지녀왔다. 블룸버그 회장도 지적했듯이, 기후변화 및 ESG 데이터는 증가하고 있지만, 질적인 측면의 진척도는 낮다는 것이 전반적인 평가다.
미국이 TCFD를 표준으로 할지, 아니면 자체적인 기후공시 기준을 마련할지는 두고 봐야 한다. 지난 12월 유엔 책임투자원칙(PRI)에서 연 웨비나에 참석한 TCFD 사무국 제프 스팀(Jeff Stehm)씨는 “TCFD는 자발적인 공시가 원칙이지만, 일부 국가에서 의무화하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며 “각국의 중앙은행들이 TCFD 원칙을 배우고 이후 기후변화 시나리오 영향 접근방식을 개별적으로 어떻게 적용할지는 지켜봐야할 문제”라고 밝혔다.
사실, 해외 전문가들은 기업의 기후변화 관련 재무공시의 수준과 관련해, 기업의 온실가스 배출량 및 쓰레기 배출량을 단순 공시하는 수준이 아니라 ‘기후변화 시나리오별 영향’에 관한 종합적인 공시가 이뤄져야 한다는 공감대를 갖고 있다. 현재 수준에서는 이 측면이 상당히 부족하다는 인식이다.
지난 10월 TCFD는 영문보고서(2017-2019)를 발간한 1701개 기업의 1만7300여개 보고서를 대상으로 TCFD 권고안 이행현황을 조사한 '제3차 TCFD 현황보고서'를 발표했는데, 조사대상 기업의 전반적인 기후관련 재무정보 공시는 증가했으나, 기후변화 시나리오별 영향에 대한 공시 수준은 저조한 것으로 드러났다. TCFD가 권고하는 11개 항목 중 다양한 기후변화 시나리오 하에서 기업의 영업, 전략 및 재무계획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공시비율은 평균 7%로 매우 낮았다. 투자자들을 위한 의사결정을 하기에는 정보가 부족하다는 의미다.
TCFD가 이와 관련해 내놓은 새로운 지침 보고서(Task Force on Climate-related Financial Disclosures Forward-Looking Financial Sector Metrics Consultation)에는 시나리오별 영향 보고서에 관한 내용이 담겨있다(1월 말까지 의견취합 기간임).
이 보고서의 핵심은 ‘묵시적 온도 상승(Implied Temperature Rise, ITR)’이라는 항목이다. 기후관련 투자 의사결정을 할 수 있도록, 금융기관의 자산에 관한 상승 온도를 나타내는 것이다.
보고서에는 “기관투자자들은 몇몇 새로운 기후 관련 매트릭스를 사용하고 시작했고, 묵시적 온도상승(ITR)을 공개하고 있다”며 “이는 탄소노출에 대한 미래의 전망을 보여주고 다양한 산업에도 적용될 수 있다”고 밝혔다.
예를 들어 위의 그림을 보면, 악사(AXA)그룹의 투자자산 포트폴리오별로 벤치마크그룹의 투자자산 대비 기후변화 노출 영향이 어느쪽이 더하고 덜한지 파악할 수 있다. 보고서는 “ITR을 공개하면, 향후 기후관련 포트폴리오가 위험에 얼마나 노출되었는지 알 수 있고, 추후 저탄소 전환 포트폴리오가 전체 전략에서 어느 정도 비중인지 등을 알 수 있다”며 “이는 은행이나 보험사 등의 포트폴리오 할당에 관한 핵심 성과지표로도 반영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보고서에는 9개 조직(아비바, 악사, 방크드프랑스, BNP파리바, CNP, GPIF, Ircantec, 리걸앤제너럴)의 ITR 추정치를 공개했다. 카본델타, 트루코스트, 비욘드 레이팅스(Beyond Ratings), Carbon4 등의 방법론을 이용해, 각 금융기관 자산포트폴리오의 묵시적 온도상승이 몇 도인지, 기후변화 시나리오별 영향을 추정해놓았다.
보고서에는 세계 최대 연기금 중 하나인 일본공적연금(GPIF)의 기후관련 포트폴리오의 위험 평가 결과도 정리했다. 트루코스트와 협력해, 모든 포트폴리오 내의 자산에 관한 ITR 등급을 매겼고, 지난 10년간의 흐름도 보여주고 있다. 이에 따르면, 온실가스 배출에 관해 어떤 부분이 앞서가고 있는지, 어떤 부분이 뒤쳐졌는지 알 수 있을뿐 아니라 전반적인 상태도 파악할 수 있다고 밝혔다.
보험회사의 경우, VaR(Value-at-Risk)를 통해 포트폴리오별 손실의 크기를 측정할 수 있으며, 아비바그룹이 카본델타와 협력한 ITR 등급을 공개하기도 했다.
기후 공시는 이미 각국에서 중요한 어젠다로 떠오르고 있으며, 유럽중앙은행(ECB)는 “2022년부터 기후변화에 따른 위험을 어떻게 회계상에 반영하는지를 보고 건전성을 심층적으로 평가하겠다”고 금융회사들에게 통보한 바 있다. 시기만 다를 뿐, 이 같은 흐름은 국내에도 적용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TCFD의 새로운 지침 문서를 보려면 여기로: https://www.fsb-tcfd.org/publication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