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개 연기금 투자 배제되는 기업들 4523곳 공통점은? ‘기후변화 우려’
미국 공화당 중심의 반(反) ESG 기류에도 투자자들의 의사결정에 기후변화가 지속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연구가 발표됐다.
9일(현지시각) 파이낸셜타임즈는 네덜란드 컨설팅기업 프로푼도(Profundo)가 포함된 NGO 연합의 연구 결과를 인용, '깨어난 자본주의(woke capitalism)에 대한 반발에도 ESG는 여전히 투자 결정에 유효한 요인’이라고 보도했다.
반 ESG 기류에도 불구… 기후변화 우려, 투자 배제의 가장 큰 이유
지난 3월 20일 바이든 대통령은 정치적 부담에도 불구하고 취임 최초로 거부권을 행사했다. 공화당이 바이든 행정부에서 추진 중인 ERISA(근로자퇴직연금보장법)의 ESG투자를 허용하는 노동부(DOL)규칙 개정을 막기 위한 결의안을 제출한 것이다.
이와 같은 반 ESG 움직임에도 불구하고 투자자들이 포트폴리오에서 기존 기업을 제외하는 가장 큰 이유는 기후변화 우려 때문이라는 연구 결과가 발표됐다.
지구의 벗 네덜란드(Friends of the Earth Netherlands), 공정 금융 인터내셔널(Fair Finance International), 네덜란드 리서치 컨설팅기업 프로푼도를 포함한 NGO 연합은 150개의 연기금, 보험사, 은행의 포트폴리오에서 제외된 기업들을 분석, 연구를 진행했다.
연구진은 별도 상장된 자회사를 포함해 16개국 87개 금융기관에서 제외된 4523개 기업 명단을 작성, 대중에 공개했다.
연구에 따르면, 금융업계가 투자에서 기업을 배제하는 가장 큰 이유(40%)는 기후변화에 대한 우려 때문이며, 무기 제조(17%), 담배(12%), 인권(7%) 등이 뒤를 이었다.
투자자들이 가장 가장 많이 제외한 기업은 한국의 풍산이다. 풍산그룹 류진 회장은 전경련 회장이기도 하다. 75개 투자자와 은행들은 풍산이 확산탄(Cluster Munitions)과 같이 논란이 되는 무기 제조에 관여한 것을 투자 제외의 이유로 꼽았다.
확산탄은 다수의 폭발물을 포함하는 무기로, 넓은 범위에서 폭발하기에 민간인들에게 즉각적인 위협이 된다. 수년간 지뢰가 될 수 있는 불발탄을 남길 가능성도 커, 2010년 UN은 확산탄 금지 협약(Convention on Cluster Munitions, CCM)을 발표한 바 있다.
미국 방산업체 노스롭 그루먼(Northrop Grumman)과 인도의 건설 대기업 라센 앤 투브로(Larsen & Toubro)가 풍산의 뒤를 이었다.
투자자들은 화석연료 투자 여부도 따졌다. 세노버스 에너지(Cenovus Energ), 선코(Suncor), 엑손모빌(ExxonMobil)은 화석연료에 자금을 지원, 투자 대상에서 제외됐다.
세계 최대 규모로 1조4억달러(약 1348조원)를 운용하는 노르웨이 국부펀드(Norway oil fund)도 ‘온실가스 배출량이 용납하기 어려울 정도로 높다’는 이유로 세노버스와 선코를 포트폴리오에서 제외했다.
5000억유로(약 712조원) 규모의 네덜란드 연기금 ABP은 2021년 화석연료 회사 지분을 매각했으며, 올해 6월 영국 성공회 또한 엑손과 셸(Shell), BP, 토탈 등 10곳 이상의 석유 메이저 기업 주식을 2023년 말까지 매각할 것이라고 발표한 바 있다.
명단에 포함된 기업 중 논평에 응한 곳은 없었다.
프로푼도의 수석 재무연구원 워드 워머담(Ward Warmerdam)은 “이번 연구는 화석 연료가 ‘죄악’이 되고 있음을 보여준다”며, “석유 및 가스 회사들이 투자자를 잃지 않으려면 구체적이고 즉각적인 조치를 통해 에너지전환 노력을 가속화해야 한다”고 언급했다.
소식을 전한 파이낸셜 뉴스는 일부 투자자들이 최근 몇 년 동안 증가한 기후변화 관련 재정 리스크와 함께, 친환경 경제 전환에 대비하지 못한 기업의 매각이 매우 어려워질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연구를 진행한 NGO 연합은 명단 공개를 통해 기업들을 압박, 경영 관행을 친환경적으로 바꿀 수 있기를 바란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