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전력망에 사상 최대 투자… 35억달러 투입된다

2023-10-20     이재영 editor
미국 정부가 전력망 개선을 위해 사상 최대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 미국 에너지부

18일 미국 바이든 행정부가 미국 전력망 강화를 위해 35억달러(약 4조7481억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이번 투자는 2021년 제정된 초당적 인프라법에 의한 것이며, 전력망에 대한 사상 최대 규모의 직접 투자다.

 

전력망 개선, 에너지 전환 선결 과제

미국 전력망 노후화...기상 문제로 정전 문제도 빈번

전력망 개선 및 확충은 에너지 전환을 위한 선제적 과제다. 도시 근처의 석탄화력발전소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기존의 전력망은 풍력, 태양광, 수력 등 도시 외곽에 건설된 청정에너지를 끌어오는 데 적합하지 않기 때문이다.  

탄력성이 떨어지는 것도 문제다. 발전량 통제가 가능한 석탄화력발전소와 달리, 청정에너지는 대개 날씨에 의존하기 때문에 생산량 조절이 어렵다. 전력이 과잉 생산되거나 공급이 중단될 수도 있다는 의미다. 따라서 잉여 전력은 저장해 두고 필요시 공급해 주는 에너지저장시스템을 구축해야 한다. 재생에너지 도입에 국가 에너지 네트워크의 전반적인 강화가 필요한 이유다.

미국의 경우, 기존 전력망이 노후화됐다는 점에서 문제가 더 복잡하다. 대부분의 미국 전력망은 1960년대에서 1970년대 사이에 건설됐다. 백악관에 따르면, 현재 미국 전력망의 70% 이상은 설치한 지 25년이 넘었다.   

여기에 최근 기후변화로 인한 잦은 재난까지 겹치면서 전력망의 취약성은 더욱 높아졌다. 미국에너지정보청 데이터에 따르면, 2021년 미국 전력 소비자들은 평균 7시간 이상 정전을 겪었다. 7시간 중 5시간은 허리케인, 산불, 눈보라 등 기상이변으로 인한 극한 날씨 때문이었다.

비영리 뉴스매체 클라이밋 센트럴(Climate Central)에 따르면, 2000~2021년 미국에서 보고된 주요 정전 중 약 83%는 허리케인, 폭염, 산불 등 날씨가 원인이었다. 2011~2021년 기상 관련 정전 건수는 2000~2010년 대비 연평균 약 78% 증가했다. 정전이 가장 많이 발생한 지역은 텍사스, 미시간, 캘리포니아, 노스캐롤라이나, 펜실베니아였다.

전력 부문 컨설팅업체 그리드 스트래티지(Grid Strategies)의 설립자 롭 그램리히(Rob Gramlich)는 CNBC와의 인터뷰에서 “미국의 송전 시스템은 지역 전력공급업체들이 지역 소비자들을 위해 만든 작은 송전선들이 모여 성장해 왔다”, “이는 기존의 석탄화력발전 시스템에 적합한 것”이라고 밝혔다. 

풍력, 태양 등 청정에너지로부터 생산된 전력을 실제 소비자가 있는 지역으로 유통시키기 위해서는 새로운 송전망이 필요해진 것이다. 

 

이번 투자, 정전 대비 ‘소규모 전력망 구축’ 목표...

노조와 파트너십, 일자리 창출 목적도

이러한 상황에서 18일(현지 시각) 바이든 행정부는 에너지 부문에 대한 사상 최대 투자 계획을 발표했다. 미국 전력망을 확장 및 개선하기 위해 44개 주에 걸친 58개 프로젝트를 대상으로 민간 투자자들과 함께 80억달러(약 10조8664억원) 이상을 지원하겠다는 내용이다.

프로젝트들은 전반적인 전력망 확충 및 개선을 포함해, 자급자족이 가능한 마이크로그리드(소규모 전력망) 구축을 목표로 한다. 상위 전력망으로부터 전기 공급이 중단되더라도 예비 전력으로 전환, 소비자 불편을 방지하기 위해서다.

예를 들어 주택 지붕에 태양광 패널과 에너지저장장치를 설치해 태양광 마이크로그리드를 구축해 놓으면 정전이 돼도 전기 사용이 가능해진다.

미 에너지부는 중서부 7개 주에 걸친 5개 신규 송전선 등 여러 대규모 송전선 개발 사업도 지원할 예정이다. 외곽에서 생산된 청정에너지를 인구 밀집 지역으로 보내기 위해서다.

제니퍼 그랜홀름(Jennifer Granholm) 에너지부 장관은 “거의 1세기 이전에 건설된 미국 전력망은 전기차, 인공지능이 전력 수요를 높이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기후변화로 인한 폭풍, 홍수, 폭염 등의 위기에 노출돼 있다”며 “우리의 전력망은 더욱 커지고 강해져야 하며 영리해져야 한다”고 밝혔다.

에너지부에 따르면, 이번 프로젝트들은 풍력, 태양광 등 35기가와트 이상의 신규 재생에너지 전력을 송전망과 연결하고, 400개의 마이크로그리드 구축을 지원하게 된다. 사업의 75% 이상은 국제전기노동자조합(International Brotherhood of Electrical Workers union)과 파트너십을 체결, 일자리 유지 및 창출에도 기여한다.

한편 에너지부는 이번에 선정된 프로젝트들은 바이든 정부의 저스티스40 이니셔티브(Justice 40 Initiative)에 따른 것이라고 강조했다. 저스티스40은 연방 정부 기후 투자 혜택의 40%는 소외계층에 제공하겠다는 바이든 행정부의 약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