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미국 정부에 연료 효율 규정 강화 촉구… 그 속내는?
테슬라(Tesla)가 바이든 행정부에 2032년 차량 연료 효율 기준을 더욱 강화할 것을 요구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지난 17일(현지 시각) 발표했다.
지난 7월 국립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2027년부터 2032년까지 차량 평균 연료 효율 기준(CAFE)을 발표했다. 승용차의 경우 연비 기준을 매년 2%씩, 트럭과 SUV는 4%씩 상향하겠다는 것이다.
교통안전국은 그 이전에 기준을 24~25년까지는 8%, 26년 이후에는 10% 상향할 것을 발표했지만 미 에너지부는 올해 초 전기차의 연료 효율 등급을 계산하는 교통안전국의 방식을 대폭 수정할 것을 요구해 이보다 낮춘 것이다. 자동차 제조사들은 이 방식이 차량 연비를 72% 저하시킬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반면 테슬라는 승용차는 연간 6%, 트럭과 SUV의 경우 8%씩 연료 효율 기준을 높일 것을 주장했다. 테슬라는 미 규제기관이 제안한 기준보다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야 에너지 보존과 기후 변화에 대응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연료 효율 규정, 제조업체들 반발 심해
하지만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입장은 테슬라와 크게 상충된다.
GM, 토요타, 폭스바겐 등 주요 자동차 제조사들은 교통안전국의 제안이 합리적이지 않다고 강력히 비판했으며, 제안을 대폭 재수정할 것을 주장했다.
디트로이트 자동차 3사를 대표하는 단체인 미국 자동차 정책협의회(The American Automotive Policy Council)도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협의회는 포드, GM, 스텔란티스가 생산하는 차량의 83%가 트럭이라고 지적하면서 규제당국의 기준이 "트럭 차량에 더 불리하게 적용될 것"이라며 “트럭 연료 효율 기준을 연간 2%”로 조정할 것을 요구했다. 이는 규제당국이 제시한 기준에 비해 절반 정도로 낮은 수준이다.
교통 안전국은 이 규정이 “미국의 에너지 자립을 촉진하고 자동차 효율성을 높일 것"이라며, “미국 정부가 이 규정으로 얻을 수 있는 혜택이 180억달러(약 24조4350억원) 이상을 넘어설 것으로 추정한다”고 설명했다.
자동차 혁신 연합도 교통 안전국의 기준이 확정되면 자동차 제조업계가 전기차로 전환하는 데 큰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우려를 표했다.
제조업체들은 이 기준을 충족시키기 못하면 벌금을 내야 하기 때문이다. 교통 안전국 추산에 따르면, 지난달 자동차 제조업체들이 140억달러(약 19조원) 이상의 규정 미준수 벌금을 내야 할 것으로 예상된다. GM은 65억달러(약 8조원), 스텔란티스에는 31억 달러(약 4조원), 포드는 10억 달러(약 1조원)의 벌금을 부과받게 될 전망이다.
도요타는 “규제당국의 제안 기준을 충족할 기술이 현재로선 충분하지 않다”며 “기준은 (제조사들이) 실현 가능한 최대치를 넘어섰다”고 말했다.
전기차만 생산하는 테슬라,
자사에 유리해서 규정 강화를 촉구한 것인가
미국의 정보기술 매체 테크크런치는 테슬라가 규제당국에 엄격한 연비 효율 기준을 요구하면서 경쟁업체들을 압도하려고 한 의도라고 분석했다. 즉, 이 규정은 테슬라에 유리하기 때문에 더욱 강화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는 것이다.
테슬라는 지난해 말 세미 트럭을 초기 출하하기 시작했으며, 올해 초 36억 달러(약 4조 8870억원) 규모의 네바다 기가팩토리를 확장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하면서 전기 트럭의 생산 규모를 확대할 계획임을 밝혔다.
교통안전국의 연비 기준을 테슬라는 이미 충족했다고 볼 수 있다. 일반 제조업체들은 노조 파업으로 비용 손실을 겪고 있으며, 이로 인해 고가의 전기차 수요가 줄어들고 있다. 반면 테슬라는 비노조 직원들만 고용하며 전기차만 생산하기 때문에 타 제조업체에 비해 유리한 조건을 갖춘 것은 기정사실이라 할 수 있다.
연료 효율 규정이 강화된다면 테슬라가 미국 전기차 시장 점유율을 계속 유지할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테슬라는 교통 안전국이 전기 픽업트럭 ‘사이버트럭’과 같은 미래 차종을 제외한 점도 지적했다. 서한에서 이 부분은 추후 삭제됐지만 테슬라는 자사가 전기차를 충분히 생산할 수 있기에 2024년까지 중형 픽업트럭 기준을 "기술적으로 실현 가능"하다는 입장을 표명했다.
테슬라는 서한에서 “토요타, 현대자동차, JLR, 스바루 등 많은 제조업체들은 2030년까지 전기차를 생산하겠다는 목표를 발표했다”며 “북미에서 자동차 및 배터리 생산 확장에 1150억 달러(약 156조 1125억원) 이상이 투자됐다”고 강조했다.
테슬라는 규제당국이 기준을 강화한다고 해도 제조업체들의 예상 시장 점유율을 고려한다면 충분히 가능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어 "전기차는 2023년 2분기에 신규 경량 차량 판매의 9% 가량을 차지했다”며 “전기차가 빠른 속도로 성장한다면 2024년에는 신규 상업용 차량에 있어 3대 중 1대가 전기차가 될 것으로 추정된다”고 덧붙였다.
테크 크런치는 이에 대해 "테슬라가 올해 출하할 차량 수와 생산 증가 계획을 교통 안전국과 이미 공유했을 것"이라며 "규제당국이 제안한 연료 기준이 더 나은 환경을 만들겠지만서도 자사의 전기차 기술을 자랑하려는 목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