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펀드 붐 끝났나…미국 ESG펀드 사상 처음으로 해산이 런칭보다 많아
미국 펀드 시장에서 사상 처음으로 ESG펀드의 해산 건수가 신규 런칭 숫자를 앞선 것으로 나타났다. 투자 리서치 전문기관 모닝스타(Morningstar)에 따르면 23년도 3분기 신규 런칭한 ESG펀드는 3개에 불과하지만, 해산한 ESG펀드는 무려 13개에 달했다. 2분기 ESG펀드의 신규 런칭이 27건, 해산이 9건이었던 것을 감안하면 하락세가 두드러진다.
자금 흐름의 관점으로 보면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ESG펀드 시장에서 4분기 연속으로 자금 유출이 발생하고 있기 때문이다. 23년도 3분기 ESG펀드 시장에서는 27억달러(3조 6천억원)의 자본이 유출됐으며, 지난 1년간 총 140억달러(18조 7880억원)의 자금이 이탈됐다. 모닝스타의 연구원 알리사 스탄키에비츠(Alyssa Stankiewicz)는 ESG펀드 시장의 급격한 자금 이탈의 이유로 ▲에너지 가격 상승 ▲고금리 ▲그린워싱 ▲정치적 압력을 꼽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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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시장 얼어붙자 ESG펀드 인기 시들…
2021년 대비 ESG펀드 자산규모 17%하락
높은 인플레이션과 고금리 환경이 지속되면서 금융시장에서의 자금 이탈이 가속화되고 있다. 모닝스타에 따르면, 실제 지난 1년간 미국 펀드시장 전체에서 39억달러 (5조 2400억원)의 자금이 유출됐다. 하지만, ESG펀드의 경우 지난 1년간 140억달러의 자금이 이탈하면서 자금 유출의 속도가 더욱 가파르다. 지난 2021년 1분기에만 210억달러 (28조 2450억원)자금이 유입되며 투자자들의 큰 관심을 받았던 것을 고려하면 상황이 완전히 뒤바뀐 것이다.
실제 2023년 3분기 기준으로 미국 시장 내 ESG펀드의 자산 규모는 2998억달러 (403조 5300억원)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했던 2021년 4분기 3580억달러(481조 8680억원) 대비 17%가량 하락했다.
미국 시장에서 지난 1년간 가장 많은 자금 유출이 있었던 ESG펀드는 블랙록의 아이셰어즈 미국 MSCI 지수 ETF( iShares ESG Aware MSCI USA ETF)다. 이는 미국 시장에서 가장 대표적인 패시브 ESG펀드 (적극적으로 투자 종목을 편입하기보다는, 수동적으로 지수를 추종하는 펀드)로 MSCI가 고안한 ESG지수를 추종한다. 해당 펀드에서는 무려 21억달러 (2조 8250억원)의 자금이 유출됐다. 액티브 펀드도 상황이 다르지 않다. 미국 시장의 가장 대표적인 액티브 ESG펀드, 파르나서스 코어 에퀴티 펀드(Parnassus Core Equity Fund)에서도 지난 1년간 6억달러 (8076억원)의 자금이 유출됐다.
ESG펀드 성과, 시장 수익률보다 낮아... 안티ESG펀드도 나오고 있어
ESG펀드의 자금 유출이 발생한 가장 큰 원인은 저조한 수익률 때문이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22년 8월 30일 기준 S&P500지수의 수익률은 -16.4%였으나, 가장 대표적인 ESG펀드 아이셰어즈 ESG ETF의 수익률은 -17.7%였다. 올해 상반기 금융시장이 회복세를 보이면서 일시적으로 ESG펀드의 수익률이 시장 수익률을 상회했고, 이에 자금유출이 감소세를 보이기도 했으나 다시 시장 상황이 나빠지면서 ESG펀드의 자금 이탈이 가속화됐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 태양광 시장의 수요 둔화, 미국 자동차 노조 파업 및 전기차 수요 침체 등의 악재가 겹치면서 ESG펀드 시장의 전망이 암울한 상황이다. 거시적인 시장 상황도 여의치 않다. 고금리 및 글로벌 경제둔화가 이어지면서 상대적으로 신생 산업인 기후테크 기업들의 자금확보 및 수익성 향상이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이에 모닝스타는 “거시경제의 압박이 큰 상황에서 불확실성이 큰 ESG자산보다는 전통 기업에 투자하는 성향이 커질 것”이라고 분석했다.
ESG펀드의 저조한 수익률이 이슈가되면서 투자 의사결정에서 ESG요소를 배제해야 한다는 ‘안티 ESG’ 움직임이 커지고 있다. 실제 이러한 의견을 반영한 반(反)ESG ETF들이 시장에 속속 출시되고 있다. 일례로, 자산운용사 어드바이저 셰어스(AdvisorShares)는 ESG펀드의 네거티브 스크리닝(ESG에 반대되거나 기준에 미치지 못하는 기업의 투자를 배제하는 전략)으로 인해 배제된 죄악주(담배, 주류, 도박 등)에 집중 투자하는 ETF를 내놓기도 했고, 타이달 파이낸셜 그룹(Tidal Financial Group)은 “정치적 올바름에 빠져있는 기업에 투자하지 않겠다”는 슬로건 하에 갓 블레스 아메리카 ETF(God Bless America ETF)를 출시했다.
실제 일부 안티 ESG ETF는 ESG펀드 및 시장수익률보다 높은 성과를 기록하기도 했다. 대표적으로 포인트 브릿지의 아메리카 퍼스트 ETF는 22년 8월 30일 기준 -2.9%의 수익률을 기록하며 하락장에서도 손실을 최소화해 주목을 받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