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브론, 엑손에 이어 석유시추기업 또 인수… 탄소중립 퇴행하는 움직임?
미국 셰브론이 글로벌 에너지기업 헤스(Hess)를 530억달러(약 71조5765억원)에 인수하기로 합의했다고 로이터 통신이 지난 25일(현지 시각) 밝혔다.
헤스는 미국 뉴욕 본사를 포함해 전 세계 12개국에서 원유 및 천연가스를 탐사하며, 남미 가이아나 유전 사업권을 보유하고 있다.
이번 계약은 주식 교환으로 거래됐으며, 경쟁사인 엑손모빌이 셰일 오일 시추업체인 파이어니어 내추럴 리소시스를 595억 달러(약 80조원)에 인수한 지 2주 만에 발표됐다.
최근 원유 생산지로 크게 부상하고 있는 가이아나는 얼마 전 엑손모빌이 M&A를 통해 유전 지분을 일부 확보했다.
엑손모빌은 인수 이후 미국 셰일 업계 1위로 올라섰고, 초기 탄소 저장 사업을 공고히 했다. 앞으로 4년 이내 하루 70만 배럴의 신규 석유 및 가스를 추가해 생산량을 200만 배럴로 늘릴 계획이다. 또한 엑손은 자체 기술과 파이오니어의 낮은 운영 비용을 결합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고 유정 당 석유 생산량을 늘리는 것이 목표다.
셰브론도 헤스 인수 이후, 멕시코만 등 북미뿐 아니라 가이아나에서도 유류 및 가스 생산량을 추가 확보할 수 있게 됐다. 경쟁사에 맞서 미국 최대 유전 생산업체가 되고자 이 같은 결정을 내린 것으로 확인된다.
로이터 통신은 “헤스는 심해 시추 및 셰일 오일 생산 기술로 미국을 10년 만에 세계 최대 석유 생산국으로 만들었다”며 “이번 계약은 미국 셰일 혁명을 일으킨 기업과 미국 최대 석유 회사의 ‘블록버스터급’ 결합”이라고 말했다.
셰브론 마이클 워스 CEO는 “석유기업 두 곳이 셰일 오일 생산지를 확보한 것은 미국의 에너지 안보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셰브론, 석유시추 기업 줄줄이 인수…
석유가스 생산량 40% 늘릴 예정
셰브론은 올해부터 석유시추기업 인수합병(M&A)을 이어왔다. 1분기에는 베어텍스 에너지와 레인저 오일, 2분기에는 PDC 에너지를 76억달러(약 9조7000억원)에 합병했다. 이번 거래까지 포함해 셰브론의 총 석유 및 가스 생산량은 하루 약 370만 배럴, 이전 대비 약 40%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엑손 모빌의 생산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가이아나는 2015년 이후 110억 배럴 이상의 유류와 가스를 발견해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유류 생산지 중 하나다. 셰브론은 셰일 원유 재고를 확보하기 위해 헤스를 주목하게 된 것이다.
셰브론 워스 CEO는 “아직 인수 거래를 검토하고 있지만 반독점 문제는 없을 것”이라며 “가이나와 미국 멕시코만과 노스 다코타 주 바컨 지역에서 원유 생산량을 주로 늘릴 예정”이라고 말했다.
가이아나 지역에서만 미국 메이저 석유 기업 두 곳이 지분을 확보했다. 셰브론은 가이아나에 석유 지분 30%를 확보하고, 하루 생산량이 2027년까지 3배 이상 증가하여 120만 배럴이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화석연료 투자로 현금흐름 확보했지만
미국 석유기업들의 기후행동 흐름은 어디로?
엑손의 에너지기업 인수 거의 직후에 셰브론이 이 같은 결정을 내려 일부 전문가들은 화석연료를 둘러싼 미국 기업들의 치열한 경쟁이 이어져 오고 있다고 입을 모았다.
올해 미국 기업들은 셰일 원유 재고 확보를 위해 원유 및 천연가스 시추 및 생산업체를 인수합병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올 2분기 미국 업스트림 거래규모는 총 240억달러(약 32조4120억원)로, 1분기에 비해 3배에 이르는 20건이 거래됐다. 미국 남서부 셰일오일의 생산지로 유명한 퍼미안 분지(Permian Basin) 지역의 M&A가 많이 이뤄졌다.
유럽 기업들이 재생 가능 연료로 관심을 돌리는 동안 미국 석유 및 가스 기업들은 화석 연료에 계속 투자해 재정 흐름을 만든 것이다. 셰브론과 엑손은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에너지 가격 강세와 수요 증가로 막대한 수익을 올렸다.
셰브론도 M&A 이후, 1년 이내에 약 10억 달러(약 1조3505억원)의 비용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2024년 상반기에 거래가 완료되면 헤스 CEO는 셰브론의 이사회에 합류하게 된다.
셰브론 CEO는 "인수 후 자사주 매입을 25억 달러(약 3조3762억원)까지 늘릴 것"이라며 "유가가 높은 수준을 유지할 경우 자사주 매입을 연간 최대 200억 달러(약 27조100억원), 연간 주주 배당금을 8% 인상할 것"이라고 밝혔다.
반면 환경 단체들은 탄소중립 시대에 퇴행하는 미국 기업들을 두고 비난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이들은 "미국 기업들의 이같은 결정은 기후 목표를 약화시키는 것"이라며 "셰브론은 파리 기후 협정의 실패에 베팅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행동주의 주주 그룹인 팔로우 디스의 설립자 마크 반 발은 "거대 석유 및 가스 기업들이 변하지 않으면 지구 온도를 1.5도 이하로 낮추겠다는 2015 파리협정은 실패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