탄소 폭탄에 글로벌 은행들 1500억달러 투자

2023-11-02     김환이 editor
글로벌 은행들이 지난해 1500억 달러 이상을 ‘탄소 폭탄’ 프로젝트에 투자했다/언스플레시

글로벌 은행들이 지난해 1500억 달러(약 201조원) 이상을 ‘탄소 폭탄’ 프로젝트에 투자했다고 가디언이 지난 1일(현지시간) 보도했다.

탄소 폭탄은 탄광, 유전, 가스전 등 화석 연료 추출 프로젝트를 의미하는데, 화석연료가 연소될 때 1기가톤 이상의 이산화탄소를 방출하는 어마한 잠재력을 갖고 있다. 기가톤은 파리와 뉴욕을 오가는 비행기를 10억 번 탈 때 배출되는 탄소량과 맞먹는 수준이다.  

작년 가디언, 비영리단체 및 기타 언론사들이 최대 규모로 탄소를 방출하는 화석연료 공급원으로 ‘탄소 폭탄’ 프로젝트를 밝히면서 이 용어가 처음 소개됐다. 

최근 가디언은 프랑스 비영리 단체인 데이터포굿(Data for Good), 에클레어스(Éclaircies)와 함께 공동조사한 결과, 총 425개 탄소 폭탄 프로젝트가 운영 혹은 계획 중이며 2016년부터 2022년까지 미국, 중국, 유럽의 주요 은행들이 탄소 폭탄 프로젝트를 운영한 기업들에게 총 1조8000억 달러(약 2420조원)이상, 작년에만 1500억 달러를 투자했다고 밝혔다. 

이 중 미국 은행이 절반 이상을 차지했고, 유럽에서는 프랑스 은행들이 탄소 폭탄 프로젝트에 가장 많은 자금을 지원했다. 

이번 조사가 공개된 이후 가디언을 포함한 외신들은 “전 세계가 기후 변화를 1.5℃로 제한할 수 있는 마지막 기회를 날려버린 것”이라고 평했으며, 원자력 컨설팅 그룹의 의장인 폴 도프만은 트위터에서 “범죄적”이라고 비판했다.  

학계 및 전문가들은 “탄소 중립 시대에 탄소 폭탄은 빠른 시일 내 상각해야 할 좌초 자산이 될 것”이고, “이로 인해 또 다른 금융 위기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일각에서는 석유와 가스의 수익성 문제를 해결해야 하는데 자본주의에서 그 흐름을 역행하는 시도는 매우 어렵다는 의견도 내비쳤다. 

 

탄소 폭탄 프로젝트, 미국 은행이 절반 이상 자금 지원

2016년부터 탄소 폭탄을 계획하거나 운영하는 기업에 미국 은행들만 5천억 달러 이상 금융서비스를 제공했다/가디언

2016년부터 2022년까지 탄소 폭탄을 계획하거나 운영하는 기업에 미국 은행들만 5000억 달러(약 672조원) 이상의 금융서비스를 제공했다. JP모건 체이스가 1410억 달러(약 189조원) 이상으로 가장 많은 자금을 제공했으며, 씨티가 1190억 달러(약 160조원), 뱅크 오브 아메리카가 920억 달러(약 123조원)로 그 뒤를 이었다. 웰스파고는 620억 달러(약 83조원)로 7번째로 가장 많은 자금을 지원했다.

BNP파리바, BPCE그룹, 크레디테아그리콜, 소시에테제네랄 등 프랑스 4개 은행은 탄소폭탄을 계획하거나 운영하는 기업에 2022년 178억달러(약 23조원)를 공동 투자했다.

상위 10위권에는 중국공상은행, 중국은행, 공상은행(중국) 등 중국 은행 3곳과 BNP파리바, HSBC, 바클레이즈 등 유럽 은행 3곳이 포함됐다. 

이들 은행이 제공한 자금의 대부분은 화석 연료 채굴 프로젝트에 대한 직접 대출이 아니라 사업자에게 일반 기업 금융 형태로 제공됐다.  

2016년부터 6년간 탄소 폭탄 자금 지원을 받은 기업은 미국 석유·가스 기업부터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중국 국영 에너지 기업까지 다양했다. 

가디언 조사에 따르면, 425개 프로젝트 중 최소 20개가 2020년 이후 이미 가동을 시작했으며, 이 중 대부분은 중국 내 탄광 프로젝트였다. 현재 총 294개의 프로젝트가 운영되고 있으며, 130여개는 운영 계획 중에 있다. 중단된 프로젝트는 겨우 3개에 불과했다.

 

탄소 폭탄 지원한 은행들은 "가디언 분석이 잘못돼" 주장

금융기관들은 가디언 조사 결과에 반박하는 입장을 보였다.

BNP파리바는 “저탄소 에너지로 자원을 동원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며 “가디언의 분석은 에너지 부문에 대한 자금 조달은 반영하지 않았다”고 부인했다. 또한 “탄소 폭탄과 관련된 회사에 대한 대출 일부를 중단했고, 기본 데이터베이스 수치를 인위적으로 부풀리는 오류가 포함되어 있다”고 덧붙였다.  

실제 BNP파리바는 올해 “자금 조달 방식에 관계없이 신규 유전 및 가스전 개발 전용 금융(대출 및 채권)을 더 이상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는 석유 및 가스 정책을 업데이트했다. 

크레디트 아그리콜의 대변인도 보고서에 있는 수치에 대해 이의를 제기하며, “이중 계산이 포함되어 있다"며 "우리는 어떠한 새로운 석탄 채굴, 탐사-생산 프로젝트에도 자금을 지원하지 않기로 약속했다"고 말했다. 

탄소 폭탄 기여에 가장 큰 주범인 JP모건 체이스 대변인은 이번 조사 결과에 대해 “우리는 에너지 안보를 지원하고, 고객이 저탄소 전환을 가속화하도록 도울 것”이라며 “2030년까지 친환경 이니셔티브에 1조 달러(약 1344조원)를 투자하는 것을 목표로 청정 에너지 금융을 늘리는 등 에너지 부문 전반에 걸쳐 금융을 제공하고 있다”고 답했다.  

바클레이즈 대변인은 가디언과의 인터뷰에서 "2050년까지 탄소중립 은행이 되겠다는 야심에 따라 고객과 협력해 저탄소 비즈니스 모델로 전환하고 탄소 집약적 활동을 줄이면서 저탄소 기술, 인프라를 확장할 것"이라고 말했다. 바클레이즈는 에너지를 포함한 5개 고배출 부문에서 2030년 배출량 감축 목표를 설정했으며, 2020년 이후 32% 감축을 달성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웰스파고, 중국공상은행, 중국은행, 뱅크오브아메리카, 씨티는 논평을 거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