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기차 판매 부진… 이유는? “충전 문제만은 아니야”
테슬라, GM, 포드 등 기존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수요 둔화로 배터리 공장 투자 발표를 미루거나 생산 목표를 축소하고 있다.
3일(현지시각) 미국 클린테크니카(CleanTechnica)는 성장세가 감소하는 원인 중 하나로, 자동차 판매사원을 위한 전기차 교육 시스템의 부재를 꼽았다.
자동차 제조업계, 연이은 전기차 계획 축소
그간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던 전기차 시장이 올해 주춤하면서, 자동차 제조업체들도 숨 고르기에 들어갔다.
지난 10월 대표적인 전기차 업체 테슬라는 새로운 멕시코 전기차 공장 건설 계획을 보류한다고 발표했다.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고금리와 거시경제의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있다",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하기보다는 시장 상황을 지켜볼 것"이라고 밝혔다.
다른 기업들도 상황은 비슷하다. GM은 전기차 수요 감소를 이유로 미국 미시간 공장의 전기 픽업트럭 생산 일정을 1년 미루기로 했으며, 포드는 전기차 픽업트럭 생산 공장 근무 일정을 일시적으로 단축하고 하이브리드 차량 생산량을 늘렸다. 폭스바겐 또한 2026년 독일 볼프스부르크 신규 공장 건설을 전면 백지화, 전기차 생산 계획을 대폭 수정했다.
실제로 지난 9월 미국 리서치업체 가트너는 올해 전기차 판매량(BEV)을 약 1100만 대 정도로 예측했다. 2021년 470만 대, 2022년에는 900만 대로 성장세가 급증한 것에 비해, 증가율이 둔화되는 모양새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포브스는 전기차 수요 감소의 배경으로 ▲제품에 대한 생소함 ▲충전 후 평균 주행거리가 짧을 것이라는 우려 ▲제한된 충전 네트워크 ▲고금리 ▲얼리 어답터(Early adopters) 소비층의 흥미 감소 등을 꼽았다.
부진 원인… 일선의 판매 의지와 지식 부족도 한몫
대리점 교육 강화하고 적극적인 마케팅 펼쳐야
한편 클린테크니카는 자동차 판매대리점이 성장 둔화의 원인 중 하나라고 지목했다. 판매업체가 일선의 영업사원들에게 전기차 판매를 강조하지 않을 뿐 아니라, 판매 촉진을 위한 전기차 관련 교육도 하고 있지 않다는 것이다.
영업사원의 전기차 지식수준이 낮다면, 친환경이나 신기술에 관심이 적은 일반 소비자들의 시장 진입 속도도 느려질 수밖에 없다.
대리점이 전기차 판매 자체를 꺼린다는 조사도 있다. 미국 환경단체 시에라 클럽(Sierra Club) 보고서에 따르면, 미국 자동차 대리점 중 34%만이 판매 가능한 전기차 재고를 보유하고 있었다. 3분의 2가 판매용 전기차를 한 대도 가지고 있지 않다는 의미다. 특히 미 서부 지역에서는 전체 대리점 중 27%만이 전기차를 보유하고 있었다.
시에라 클럽은 보고서 서론에서 “자동차 제조업체는 모든 딜러사에게 더 많은 전기차를 공급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고 밝혔다.
이처럼 자동차 대리점들이 전기차 판매에 소극적인 이유는 테슬라 등 전기차 제조업체들이 대리점을 거치지 않고 소비자 직접 판매를 시도할 것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자동차 역사가 오래된 미국에서는 제조업체와 판매업체의 역할이 분리돼 있었다. 그런데 테슬라가 이러한 전통을 깨고 직접 판매 및 서비스 제공을 시작한 것이다. 실제로 테슬라는 2016년 미시간주, 2022년 루이지애나주 등에서 차량 직접 판매 금지 정책에 소송을 제기했다. 주 정부와 연방정부의 반독점법 위반이라는 논리다. 그 결과 현재 미국 50개 주에서 직접 판매를 금지하는 주는 16개 주에 불과하다.
클린테크니카는 소비자들이 다양한 충전 방식, 충전소 찾는 법, 전기차가 낼 수 있는 충분한 속도와 주행거리 등을 모르고 전기차를 구매하게 된다면, 전기차 운행은 내연기관차에 비해 나쁜 경험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지적했다. 충전 인프라 문제만이 전기차 판매 부진의 원인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전기차 판매를 늘리기 위해서는 구글 지도에 공개 충전소 추가, 현지 출신의 판매사원 채용, 인플루언서 활용, 판매사원을 위한 전기차 교육 확대 등 판매 대리점 측의 적극적인 마케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한편 미국 투자업체 아크인베스트(Ark Invest)의 자율주행 및 로봇공학 부문 책임자 샘 코러스는 자동차기업들의 연이은 속도 조절을 두고 “전기차 투자 지연은 기존 자동차 제조업체가 직면한 미래에 대한 도전을 더욱 악화시킬 것”, “파괴적 혁신은 기회와 행동에서 나온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