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그리드 투자 수익 40% 높이겠다는 에너지법 승인
독일 의원들이 국가 전력 및 천연가스 그리드에 대한 투자 수익을 높이겠다는 법안을 승인했다고 지난 10일(현지시간) 유랙티브가 밝혔다.
독일 에너지 인프라를 개선하겠다는 에너지 법안에 포함된 내용으로, 가스 및 통신 인프라를 관리하는 독일 에너지 네트워크 규제기관(BNetzA)에 그리드 가격을 조정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다.
이에 BNetzA는 인프라 확충에 필요한 자본을 유치하기 위해 그리드 투자 수익률을 40%까지 높이겠다고 약속했다. 하지만 투자자들의 투자 수익을 보장하기 위해서는 전기 요금을 인상할 수 밖에 없으며 이에 대한 비용 부담을 개인이나 기업들이 떠안게 됐다는 문제가 지적됐다.
블룸버그 인텔리전스 애널리스트 파트리시오 알바레즈는 "고객 요금이 인상될 수 있지만, 지난 2년간 그리드 자본 및 부채 비용이 크게 상승해 이 같이 결정한 것"이라며 “규제 당국에 더 많은 독립성을 부여하면 네트워크 투자가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독일, 녹색 경제 전환 위해 산업ㆍ투자자 지원하지만
소비자들은 전력 비용 부담만 떠맡나
유럽 경제 대국인 독일은 2030년까지 친환경 전력 생산 비율을 80%까지 높일 예정이다. 에너지 인프라를 개선하고 더 많은 재생에너지를 생산하기 위해서는 막대한 인프라 투자 자본이 필요한 시점이다.
독일 정부는 2024년 특히 녹색 투자 분야에 올해보다 60.2% 늘어난 576억 유로(약 83조원)를 배정하기로 지난 8월 합의했다. 2024년부터 2027년까지 독일의 녹색 전환을 가속화하기 위한 기후 및 전환기금으로 2120억유로(약 308조원)를 지원하는 예산안을 통과시키기도 했다.
산업계 부담을 완화하고 기업의 해외 이전을 막기 위해 독일 정부가 투자자들의 목소리에 귀기울인 것으로 볼 수 있다. 독일 정부는 에너지 전환 재정을 확대해 2024년까지 총 671억유로(약 96조원)로 기업 재정을 지원할 예정이다. 지난달 에너지 집약적 기업을 위한 300억 유로 규모의 보조금 프로그램 계획도 밝힌 바 있다.
소비자들은 규제기관에 가격 책정에 관한 더 많은 권한을 부여함으로써 산업과 투자자에게만 혜택을 주는 점을 비판했다.
소비자 단체 VZBV는 “그리드 사업자들은 이미 상당한 수익을 올렸다”며 “이보다 더 높은 수익을 올리는 것은 소비자들에게 높은 비용을 부담시킬 수 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독일 소비자들은 에너지 위기 이후 높은 전력 비용을 떠맡고 있다.
독일은 지난해 전력 비용이 최고가를 기록했으며, 에너지 위기 이전보다 여전히 두 배 가량 높은 실정이다. 800개 이상의 배전회사(DSO)가 있는 독일은 지역별 전력망 요금 차이가 큰 편이다. 또한 북부 지역은 풍력 발전으로 재생 가능한 전력을 생산함에도 불구하고 추가 전기 요금을 부과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BNetzA 대표 클라우스 뮐러는 "재생 에너지를 위해 그리드를 확장하는 그리드 사업자들의 수익을 보장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설명했다.
그리드 비용 결정 권한, 정치계 논란 일으켜
규제기관 독립성 높이겠다 vs. 슈퍼 규제기관 만든 것이다
정치계에서도 규제기관에 가격 설정에 관한 권한을 부여하는 것에 회의적인 시각을 내비쳤다.
2021년 EU 사법재판소는 독일 연방 전력망 규제기관인인 BNetzA의 독립성을 강화하겠다는 판결을 내렸다. 법원 판결에 따르면, 규제 기관이 정부 명령을 준수해야 한다는 조항을 삭제했으며 독립성을 가지고 전력망 요금을 독립적으로 결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번 제안은 보수파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독일 정부 연립정부 소속 의원들의 지지를 받아 통과됐다. 야당은 "이 법으로 인해 특정 규제당국에 편향적인 권한을 부여해 ‘슈퍼 규제 기관’을 만들 것"이라고 비판했다.
중도 우파 기독민주당(CDU) 마크 헬프리히는 "독일 정부는 규제기관의 적절한 견제와 균형 시스템을 만들지 못하고 있다"고 경고했다.
BNetzA 뮐러 대표는 “우리의 영향력은 훨씬 더 강해졌지만 기관의 자율성을 지나치게 강조하고 싶지 않다”며 “규제 당국의 독립성이 강화된 만큼 법원의 조사가 훨씬 더 엄격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BNetzA는 또한 매년 전기 요금을 검토하여 사업자와 투자자들에게 확실한 수익을 보장하는 동시에 소비자들의 비용 부담은 적정선에서 제한할 계획임을 밝혔다.
에너지 및 수도 시설을 대표하는 산업 그룹 BDEW는 "독일 정부가 녹색 전환 과정에서 그리드 투자의 견제와 균형을 유지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규제당국의 투명성을 촉구했다.
한편 이번에 통과된 법안에는 더 많은 재생 가능한 전력을 네트워크에 통합하고 수소 사용을 장려하는 조항도 포함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