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G에만 신경썼던 한국, 시야를 넓혀라 (中)
지속가능경영보고서의 드라마틱한 변화를 보여주는 나라는 일본이다. 국내 기업들의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율(78%)은 전세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율 평균(77%)을 아슬아슬하게 넘는다.
삼정KPMG의 보고서에 따르면, 전세계 평균을 끌어올린 주역 중 하나는 일본이다. 2017년 지속가능경영보고서 발간율 42%에 머물렀던 일본은 작년 조사에서 73%로 급격히 상승했다. 특히 이번 조사에서 보고서 발간 개수로 상위 10개국에 오르기도 했다.
실제로 PwC에서 조사한 결과, 도쿄 증권 1부 상장 3분기 기업(4분기 연속 유가 증권 보고서를 공표)을 대상으로 한 조사에서는 'ESG'와 'SDGs(유엔 지속가능개발목표)'를 유가증권보고서에 기재한 기업은 매해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2017년에는 5% 미만이던 비율은 4년 연속 상승해 작년엔 15%에 달했다. ESG, 비재무정보를 사업보고서 상에 기재하는 기업이 증가한 것이다.
ESG 정보 공시가 꾸준히 상승한 가운데, MSCI ACWI ESG 등급에서 A등급 이상을 받은 일본 기업도 더불어 증가했다. MSCI ACWI ESG 등급은 최상위 AAA에서 최하위 CCC까지 7단계로, BBB가 중간값이다. MSCI ACWI에 상장된 300개 이상 일본 기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2017년 40% 이하였던 A등급은 꾸준히 상승해 작년엔 49%에 달했다. 전년 대비 7.6%p 높아진 수치다.
2019년 BBB등급을 받았던 소프트뱅크의 경우 자사의 경영전략에 SDGs(지속 가능한 개발 목표)를 포함시켰다. SDGs를 추진한 결과, 2020년 A등급을 받았다. 돗판 인쇄의 경우 2019년 SDGs에 대한 선언을 했다. 그 결과 A로 상승할 수 있었다.
TCFD 골자로 의무화되는 ESG 정보공개
가이던스 제공으로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공시율↑
일본에서 비재무정보 공시가 증가할 수 있었던 이유 중 하나는 일본거래소의 활발한 활동 덕분이다. 일본 기업들의 아킬레스건인 지배구조를 개선하기위해 일본거래소(JPX)도 팔을 걷고 나섰다. ‘기업지배구조 지침’을 제공해 유가증권보고서에 지배구조 준수 여부 공시를 의무사항으로 채택한 것이다. JPX는 더불어 ESG 정보를 포함한 비재무정보를 주체적으로 제공할 것을 권장했다. 환경보전 활동, 기업의 사회적책임 실시 상황, 임원의 여성 등용에 관한 상황을 공시하라는 조언(Guidance)이었다.
2017년에는 거래소를 통해 ESG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고 장려하기 위해 UN 주도로 발족한 기구인 SSE(Sustainable Stock Exchanges) 이니셔티브에 참가하기도 했다. 보고서 발간율이 오르기 시작하던 때였다. 이후에도 2018년 지속가능성 추진본부 설치, TCFD지지 표명 등으로 ESG 정보 공시에 디딤돌이 됐다.
이런 열기에 힘입어 최근 일본은 일본에서는 ESG 경영과 관련한 구체적인 정보 공개를 의무화한다고 밝혔다. 일본 정부는 최근 “각 기업의 ESG 대응과 진행 상황을 구체적으로 투자자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공시제도를 마련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특히 ESG 정보 공개 의무화를 2021년 여름 확정될 국가 성장전략에 포함하기도 했다.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선 근본적으로 신기술혁신이 일어나야 하는데, 여기에 들어갈 자금을 글로벌 큰 손들의 녹색투자자금으로 충당한다는 계산이다. 투자자금을 끌어오기 위해, ESG 정보 공개를 수단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골자는 TCFD다. 일본경제신문은 “해외에서는 이미 ESG 정보 공개에 대한 의무화 움직임이 거세지고 있다”며 “ESG 정보 공개는 국가 경쟁력 향상과도 직결된다”고 평했다. 홍콩은 올해부터 상장기업의 ESG 공시를 의무화하고, 영국은 2025년까지 모든 기업의 ESG 정보 공시를 의무화했다. 뉴질랜드도 지난 9월 TCFD의 기준을 적용한 ESG 공시를 기업과 금융회사에 의무화하겠다고 발표했다. 환경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면서, TCFD를 포함한 비재무정보 공시에 대한 규제로 이어지는 흐름이다.
지배구조(G)에만 신경썼던 한국
E·S로 시야 넓혀야
ESG 정보 공개가 곧 국가경쟁력인 시대, 한국은 아쉽게도 지배구조(G)에만 초점을 맞춰왔다. 비재무정보 의무 공시는 2017년부터 시행하고 있는 자산규모 2조 이상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한 의무 공시인 ‘기업 지배구조 보고서’가 유일하다. 한국거래소는 도입 당시 “주요국들이 지배구조 모범규준 항목과 이에 따른 공시제도를 도입하고 있는 만큼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해소하기 위해 지배구조보고서 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어느 정도 효과는 봤다. 21개 지배구조 항목에 대한 평균 준수율은 2017년 16.1%에서 2019년 45.3%, 2020년 47.5%로 개선됐다. 특히 ▲이사회 내 내부통제 장치 마련 ▲감사위원 교육 ▲외부감사인과 정례회의 등은 개선효과와 준수율 모두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사회와 관련된 여성이사 선임 등의 지표는 실질적으로 개선되지 않았다. 작년 준수율은 24.5%, 개선효과와 준수율 모두 낮았다. E와 S, 그리고 G를 따로 반영한 결과다.
ESG 정보 공개에 대한 법제화 움직임도 지배구조에 한했다. 2009년 3월 민노당 이정희 의원의 ‘임원별 보수 공시 의무화’ 개정안을 시작으로 18대 국회 2건, 19대 7건, 20대 12건, 21대에서는 1건이 발의되었다. 개정안의 다수는 임원의 보수와 관련한 사항이었다.
지배구조에 집중한 결과, 10년 사이 법률이 갖춰졌다. 2018년 보수 총액 5억원 이상인 상위 5인 임직원(비등기임원 포함)의 개인별 보수 내역 공시로, 그리고 2019년에는 비등기임원의 평균 보수 공시 의무화로 확대됐다.
그러는 동안, E와 S에 대한 관심은 쪼그라들었다. 20대 국회에서 유동수 의원이 발의한 지속가능보고서 발간 의무화 법안은 임기만료로 폐기됐다. 21대 민형배 의원이 발의한 상장기업의 사업보고서 공시내용 확대를 담은 법안(자본시장법 개정안)은 위원회 심사 중이다.
ESG를 고루고루 공시하기 위해선 기업과 정부 모두 노력해야 한다. 자본시장연구원은 2012년 ‘기업공시제도 개선에 관한 연구용역’에서 "ESG 공시가 기업의 장기적 영리성 및 지속가능성에 도움이 된다는 사실을 먼저 인식시켜야 한다”며 “상장기업 공시담당자 교육에 ESG 공시 교육을 포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조언했다.
정부는 3단계를 거쳐 접근할 수 있다. ▲기업에게 먼저 ESG 공시 교육 등을 강화해 자발적 공시를 유도하고 ▲준수 또는 설명 방식(Comply or Explain)으로 지속가능보고서 제출을 의무화하고 ▲기존 재무보고서에 ESG 정보를 포함한 통합보고서 체계로 나아가라는 설명이다.
특히 "기업의 재무적 성과와 ESG 정보를 단일보고서를 통해 공시하는 통합보고(Integrated Reporting) 체계를 확립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통합보고로 나아가야 경제·사회·환경적 정보들이 의사결정에 반영이 되기 시작할 것이고, 비재무 정보를 외부에 전달하는 ‘소통의 창’의 역할을 이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