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BAM, 석유화학과 원유정제는 2028년 포함될 듯...제품 탄소배출량 따른 투트랙 전략 세워야
산업통상자원부와 유럽연합(EU) 집행위원회는 지난 15일 대한상공회의소에서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인포세션을 개최했다. EU 집행위 게라시모스 토마스 조세총국장과 CBAM 담당자가 직접 CBAM 주요 내용과 운영방식을 설명했다.
CBAM은 지난달 1일부터 전환 기간에 돌입했고, 2026년부터 본격적으로 시행된다. 전환 기간에는 수입업체가 제품에 포함된 탄소 배출량을 측정하여 분기별로 보고하기 시작하게 된다. 본격 적용되는 2026년부터는 이에 대한 탄소조정세를 지불해야하며, 보고 의무를 이행하지 않을 경우에는 톤당 최대 50달러(약 6만원)의 벌금을 물어야 한다.
인포세션에서는 한국-EU 간 배출량 산정방법, 보고 방식 등에 관해 논의가 진행됐다. 논의 중 EU 집행위 소속 담당자가 CBAM에 포함된 6개 산업 외에도 추가로 석유화학과 정제 분야도 포함될 것이라고 언급하여 주목받았다.
담당자는 “2026년부터 포함된다고 말하기는 어렵지만, 석유화학과 정제 산업의 포함 여부를 검토하고 있으며 펄프, 제지 등 사업장 규모가 작은 산업은 입법부가 더 살펴봐야 할 것”이라고 답했다.
석유화학⋅정제산업, 2028년 적용 예상...
원유기업은 배출량 따라 투트랙 전략
글로벌 컨설팅기업 우드 맥킨지(이하 맥킨지)는 지난 9월 ‘CBAM이 세상을 바꾸는 방식’이라는 분석 보고서를 내고, 화두에 오른 석유화학과 정제산업이 CBAM 적용 산업이 되는 시기와 전망을 예측했다.
맥킨지는 석유화학과 정제산업은 2028년에 포함되고, 가치사슬 전체는 2036년에 모두 적용될 것으로 예상했다. 원유 및 정유 제품 시장은 가격에 따라 유동성이 크기 때문에, CBAM 도입으로 인해 EU 순수입량은 위협 받지 않을 것으로 예측된다. 다만, 탄소 집약도와 수출국의 탄소 가격에 따라 무역 지형이 재편될 것으로 보고서는 전망했다.
보고서는 CBAM의 잠재적 영향으로 탄소 집약도가 높은 러시아산 원유가 높은 탄소세로 인해 수출이 규제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맥킨지는 러시아산 원유 수출이 계속 제한되면, 운송 거리가 있지만 아시아 지역에 수출량이 보장되는 기회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생산업체가 탄소 저감 기술에 투자하여 탄소 집약도가 낮은 원유를 생산할 수만 있게 된다면, 높은 가격에 제품을 판매할 수 있는 EU가 매력적인 시장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의미다.
원유 생산기업들은 CBAM이 적용되면 새로운 판매 전략을 세울 것으로 확인된다.
맥킨지는 예컨대 중동의 생산업체가 생산한 원유 중에 탄소배출량이 낮은 것은 유럽 시장에 판매하고, 배출량이 많은 상품은 라틴 아메리카나 아프리카와 같은 시장을 공략할 것으로 전망했다. 이런 전략은 정유업계 전반으로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CBAM 적용 시 수출업체 납품비용 얼마나 늘까
CBAM이 본격적으로 도입되면, 수입업체들은 큰 비용을 내야할 것으로 예상된다.
우드 맥킨지는 예를 들어 철강산업의 주요 대EU 수출업체의 탄소조정세는 톤당 275달러(약 36만원)까지도 부과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EU의 2022년 철강 제품의 평균 수입 가격이 톤당 1450달러(188만원)였다. 맥킨지는 2034년에 인도는 약 56%, 중국은 49%까지 철강 납품 비용이 늘어날 수 있다고 전했다.
맥킨지에 따르면, 2030년까지 적용되는 산업에서 연간 90억달러(약 12조원) 이상의 수익을 창출할 것으로 예상된다. 수익금은 EU회원국의 에너지 전환 자금이나 EU의 저소득 국가에 대한 지원금으로 사용된다.
한국도 CBAM에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견된다. 류성걸 의원(국민의힘)은 지난 20일 열린 기획재정부 국정감사에서 “2022년 기준 우리나라의 EU 수출액 681억달러(약 88조원) 중 CBAM 대상품목의 수출액은 51억달러(약 7조원)로 EU 전체 수출의 7.5%를 차지한다”고 말했다.
류 의원에 따르면, CBAM의 영향은 수출액의 약 89.3%를 구성하는 철강 45억달러(약 6조원)로 가장 많이 받고, 전체 수출액의 10.6%를 차지하는 알루미늄 5억달러(약 6500억원), 전체 수출액의 0.1%를 차지하는 비료·시멘트·수소가 544만달러(약 70억원)로 뒤를 이을 것으로 전망된다.
류 의원은 “전환 기간 이후 CBAM 대상품목이 유기화학물, 플라스틱으로 확대되면 한국의 부담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확대 적용될 대상품목의 EU 수출규모는 최근 3개년 평균 61억달러(약 8조원)로 같은 기간 EU 총수출의 10.2%를 차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