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록, 이머징 마켓에 4조달러…WEF, 13조5000억달러 투자 필요해
COP28을 앞두고 블랙록이 보고서를 발표했다고 블룸버그, 리차지(Recharge) 등 복수의 외신이 보도했다.
보고서는 저탄소 경제로의 글로벌 전환을 ‘시장과 경제를 휩쓸고 있는 5대 이슈’ 중 하나로 식별하고 있으며 이머징 마켓은 2050년까지 에너지 수요와 탄소 배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신흥 경제국에 대한 투자는 현저히 낮다며 공공 부문 개혁과 민간 부문 혁신을 통한다면 2050년까지 이머징 마켓에서 4조달러(약 5164조원)의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민간 투자가 필요한 곳은 개발도상국인 경우가 많은데, 부채가 많아 외국의 투자가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이에 블랙록은 국제 조직인 다자개발은행(Multilateral Development Bank, 이하 MDB)을 재구성할 것을 제안했다. 다자개발은행은 개도국과 다수의 재원 공여국 예를 들어 선진국 등이 참여해 경제개발자금을 지원하는 기구다. 1940년대 전쟁으로 황폐해진 유럽을 재건하기 위해 처음 만들어졌다.
블랙록 보고서의 저자들은 세계은행과 같은 다자개발은행이 신흥 시장 인프라 투자, 특히 기후 관련 프로젝트와 관련될 수 있는 초기 손실을 막아줘야 한다고 주장했다. 블랙록의 CEO 래리 핑크(Larry Fink)는 이전에 ‘세계은행이 개인 투자자의 위험을 줄이는 보험사처럼 행동한다면 청정에너지로 전환하는 데 가장 유용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블랙록은 이어 “이머징 마켓 전반에 걸쳐 전환 투자 요구가 엄청나지만 대부분이 충족되지 않고 있다”라며 "공공 자금 조달은 민간 자본을 대규모로 동원하는 데 효과적이지 않았다. MDB와 세계은행과 같은 공공 금융 기관이 바로 이런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MDB로는 역부족, 민간 부문 혁신도 필요
현재 전 세계 기후 투자 대부분은 미국, 유럽, 중국에 집중되어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이머징 마켓에 대한 연간 청정에너지 투자가 2015년 이후 정체되어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블랙록은 위험 분산 투자의 일환으로 AAA 등급 채권 발행에 MDB가 더 많이 참여하면 민간 자본이 몰려들 것으로 예상했다. 기존 보조금이나 대출은 개별 프로젝트에 자금을 지원하는 데 너무 집중되어 있는데 이 자금을 통해 위험이 더 광범위하게 완화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한 MDB에서 가격이 미리 설정된 수준으로 떨어지면 채권을 구매하는 ‘조기 상환 녹색 채권(puttable green Bond)’을 이용하면, 투자자의 위험을 줄이고 발행자의 차입 비용을 줄이는 데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제안했다.
블랙록은 그러나 MDB 개혁만으로는 신흥국 기후 투자 격차를 줄일 수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민간 부문 혁신이 우선순위가 되어야 한다고 전했다. 대표적인 예로 정부가 부채를 차환하고 채무 액의 일부를 환경 프로젝트에 할당하는 ‘자연부채교환 제도(debt-for-nature swaps)’를 예로 들었다.
자연부채교환 제도는 개발도상국에서 자연환경 보호를 위한 재정을 책정하면 다자간 개발은행이 정부에게 신용보증을 제공하고 자금을 투입해 부채를 줄이는 방식이다.
블랙록은 신흥 시장에 대한 4조달러 투자 전망을 내놓았지만 실질적인 개혁이 실현되지 않으면 저탄소 에너지 인프라에 대한 투자 기회가 더욱 제한될 것이라고 전했다. 금액으로는 연간 약 500억달러(약 64조6000억원)의 투자가 감소할 수 있을 것으로 추정했다.
WEF 보고서, 탄소 중립 전환 위해 2050년까지 13조5000억달러의 투자 필요해
한편 세계경제포럼(WEF)은 액센츄어(Accenture)와 함께 발표한 새로운 보고서를 통해 보다 지속 가능하고 탄소 중립적인 미래로의 전환을 지원하기 위해 2050년까지 13조5000억 달러(약 1경7449조원)의 투자가 시급히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넷제로 산업 트래커 2023(Net-Zero Industry Tracker 2023)'란 이름의 이 보고서는 철강, 시멘트, 알루미늄, 암모니아, 석유 및 가스, 항공, 운송 및 트럭 운송 산업이 에너지 수요의 90%를 차지하는 화석 연료에 크게 의존하고 있는 점을 강조했다.
보고서는 이러한 부문에서 넷제로를 달성하려면 청정 전력, 청정 수소, 탄소 포집, 활용 및 저장 인프라에 대한 투자가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투자는 산업 탈탄소화를 가속화하고 해당 산업에서 발생하는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량의 40%를 해결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할 한다고 전했다.
또한 이 보고서도 블랙록의 보고서와 같이 선진국의 최근 정책 개발을 인정하면서도 신흥 경제가 저배출 기술 및 솔루션에 접근할 수 있도록 지원해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고위험 프로젝트를 촉진하기 위해 배출 목표와 연계된 저비용 자본을 제공하는 금융 기관 및 다자간 은행의 중요성을 인식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