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조원 넘은 한국 ESG 금융…ESG채권 줄고 투자와 대출 늘어
국내 ESG 금융이 1000조원을 넘어섰다. 다만, 증가액 대부분이 지난 정기 국정감사에서 ESG워싱 지적을 받은 국민연금기금의 위탁운용자산으로 확인됐다.
이 분석은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KoSIF)과 이용우 국회의원실이 29일 발표한 ‘2022 한국 ESG금융백서(이하 금융백서)’에서 나왔다. 금융백서는 국내 공적금융기관 82개와 민간금융기관 89개의 ESG 금융 현황을 전수조사하여 분석한 것으로 2021년 12월에 최초 발간한 후 이번이 세 번째다.
백서에 따르면 2022년 말 기준 국내 ESG금융 규모는 1098조원으로, 올해 1000조원대를 넘겼다. 이는 전년 대비 39.7% (312조원) 증가한 수치인데, 국민연금기금 ESG투자 (책임투자) 증가액이 254조원으로 총 국내 성장 규모의 91%를 차지했다.
ESG금융, 공적 금융이 64.5% 차지…
ESG채권 줄고, 투자와 대출 늘어
국내 ESG 금융은 공적 금융기관의 비중이 높다. 국내 공적 금융기관의 ESG금융 규모는 701조원으로 전체의 64.5%를 차지한다. 이는 민간 ESG금융 390조원의 두배에 가까운 규모다.
공적금융은 2021년 대비 293조원 늘어났으며, 증가액의 86.6%를 국민연금의 ESG투자가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국민연금의 ESG투자 규모는 2022년 말 기준 384조원으로 공적 금융기관 ESG금융의 절반 이상을 차지한 것으로 집계됐다. 국민연금 다음으로는 한국주택금융공사가 122조원, KDB산업은행이 64조원으로 그 뒤를 이었다.
민간금융기관의 ESG금융 규모는 2021년 대비 5.1% 성장한 390조원이다. 특히 은행권이 이 중 72%로 가장 비중이 높았다. 금융그룹별로는 NH농협금융이 우리, KB, 신한, 하나에 비해 큰 ESG금융 규모를 가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 운용 자산 대비 ESG금융 비중도 NH농협 17%, 우리 13%, KB 8%, 신한 8%, 하나 6%로, NH농협이 가장 높았다.
유형별 규모는 ESG투자, 대출, 채권발행, 금융상품의 순서로 각각 558조원, 393조원, 76조원, 70조원을 기록했다. 증감 비율은 ESG투자와 대출이 전년보다 각각 101%, 13%로 성장했고 ESG채권 발행은 13% 하락했다. ESG대출은 최근 4년간 네 개 유형 중 가장 큰 규모였으나, 국민연금의 ESG투자 확대로 ESG투자에 자리를 내줬다. ESG투자는 전체 ESG금융의 50.8%, 대출은 35.8%, 채권발행은 7%, 금융상품은 6.4%로 나타났다.
국민연금, ESG투자 규모 세배 늘어…
ESG투자 집계 방식에 그린워싱 의혹
국내 ESG금융의 주요 변동요인으로 꼽히는 국민연금의 ESG투자 규모는 2021년 130조원에서 2022년 384조원으로 급격히 성장했다.
백서에 따르면, 이런 성장은 실제 투자금이 늘어난 것 외에도 ESG 투자를 집계한 방식이 달라졌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국민연금은 운용사에 위탁한 국내·외 주식 및 채권 자산 전체에 해당하는 284조원을 ‘ESG투자’로 집계했다. 위탁자산의 책임투자는 이전까지 국내주식 중 책임투자형으로 운용된 자산만 ESG투자로 분류했다. 이 기준에 따르면, 2022년 말의 ESG투자는 6조원에 불과한 것으로 확인됐다.
백서는 국민연금이 실제 적용 여부와 무관하게 책임투자 및 스튜어드십코드를 도입한 자산운용사에 위탁한 자산 전체를 ESG투자로 분류하여 ESG워싱 의혹이 불거졌다고 지적했다.
ESG금융 규모는 꾸준히 성장 중이지만, 백서는 국민연금 사례에서 볼 수 있듯 아직 ESG워싱 방지를 위한 기준과 제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SG워싱 방지를 위해서는 ESG공시 조기 의무화, 녹색분류체계(Green Taxonomy) 적용과 강화, 사회분류체계(Social Taxonomy) 조기 개발과 적용, 지속가능금융공시 도입을 해결책으로 제안했다.
최근 현황은 기업 ESG의무공시는 2026년 이후로 금융위원회가 연기했다. 국내 한국형 녹색분류체계(K-택소노미)는 2021년 말에 발표하고 2022년 12월 개정 및 확정됐다. 다만, 본 보고서 설문지에 응답한 총 171개 기관 중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72개 기관이 K-택소노미를 적용 중이거나 적용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내 ESG금융의 상당 규모가 집중된 사회(S) 영역을 위한 소셜 택소노미(Social Taxonomy)는 아직 개발 논의가 부진한 상황이다. 금융상품과 관련해서는, 금감원에서 2023년 3월 ESG펀드 관련 공시 기준 마련을 위한 TF를 출범하여 지난 10월 발표한 바 있다.
이용우 국회의원은 “ESG금융이 확대되고 있는 만큼, 투명한 공시가 필요하다. ESG공시는 문제 해결을 위한 진단의 첫 발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한국사회책임투자포럼 김영호 이사장은 “금융의 ESG워싱은 지속가능성을 위협하는 최대의 복병이다. 지속가능 경제로 자본을 실질적으로 유입시키기 위해선 ESG워싱 방지를 위한 기준과 제도 마련이 필수적”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