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8,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를 위한 국제연합 출범… 미국은 빠져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 네덜란드 주도로 화석연료 보조금의 단계적 폐지를 위한 국제연합이 출범했다.
9일(현지시각) 네덜란드 정부는 보도자료를 내고, 네덜란드, 오스트리아, 벨기에, 아일랜드, 스페인, 핀란드, 앤티가 바부다, 캐나다, 프랑스, 덴마크, 코스타리카, 룩셈부르크 등 12개 국가가 화석연료 보조금의 단계적 폐지에 관한 공동 성명을 발표했다고 밝혔다.
2021년 제26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6)에서 한국을 비롯한 전 세계 197개국은 석탄발전의 단계적 감축을 명시한 ‘글래스고 기후조약(Glasgow Climate Pact)’에 합의했으나, 이를 추진하기 위한 방안은 각국 정부의 자율에 맡겨진 바 있다.
지난해 화석연료 보조금… 사상 최대 약 9229조원 기록
COP28에서 화석연료의 단계적 폐지 합의를 두고 각국의 신경전이 치열한 가운데,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를 위한 국제연합이 출범했다.
IMF는 지난 8월 보고서에서 각국 정부가 인플레이션 완화를 위해 화석연료 보조금을 확대함에 따라, 2023년 전 세계 화석연료 보조금이 1조3천억달러(약 1714조7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추산한 바 있다.
이번 국제연합 출범을 주도한 네덜란드의 기후장관 롭 제텐(Rob Jetten)은 “화석연료 보조금 문제의 해결 없이는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도 불가능하다”며, “우리는 올바른 경제적 인센티브를 마련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12개국 연합은 9일(현지시각) ‘화석연료 보조금에 관한 공동 성명서(Joint statement on Fossil Fuel Subsidies)’를 내고, 화석연료 보조금 폐지의 시급성을 강조하며 명확한 일정에 따라 실질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구체적인 추진 전략으로 ▲보조금 리스트 공개(화석연료 소비를 자극하는 인센티브 등 간접 보조금 포함) ▲국제항공, 해상 운송부문 등 화석연료에 대한 세금을 면제해주는 국제협약 파악 ▲공동 행동을 위한 정기적인 대화 창구 마련 등이 명시됐다. 화석연료 가격을 저렴하게 유지시켜 주는 요소들을 국제 협력을 통해 제거함으로써, 에너지 전환을 촉진하겠다는 것이다.
성명에는 IMF,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세계무역기구(WTO) 등 국제기구들의 참여를 통해 화석연료 지원금 산출을 위한 글로벌 공통 프레임워크를 개발할 것이라는 내용도 포함됐다.
한편 G2 국가인 미국과 중국은 이번 성명에 가입하지 않았다. IMF에 따르면, 2022년 화석연료 보조금에 중국은 2조2천억달러(약 2901조1400억원), 미국은 7600억달러(약 1002조2120억원)를 지출했다.
블룸버그는 바이든 미국 대통령은 자국 의회에 석유 및 가스 산업에 대한 인센티브를 폐지할 것을 거듭 요청해왔으나, 정치적 분열과 석유업계 로비에 부딪쳐 이번 성명에는 가입하지 못했다고 분석했다.
화석연료 단계적 폐지 두고 갈등… 산유국은 공식적으로 반대
한편 COP28 일정이 막바지에 다다르면서, ‘화석연료 단계적 퇴출’ 합의를 두고 참여국들의 신경전이 이어지고 있다.
9일(현지시각) 로이터는 COP28 정상회담에서 화석연료 단계적 폐지를 둘러싸고 각국의 의견 차이가 더 깊어지고 있다고 보도했다.
미국, 유럽연합(EU), 작은 섬나라 등 80여개국 연합은 COP28 합의문에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을 위한 문구를 포함시킬 것을 추진하고 있다. 반면 석유수출기구(OPEC) 중심의 산유국들은 이에 강력히 반대하고 있다.
OPEC은 6일(현지시각)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서한을 발송, COP28 협상에서 화석연료 관련 모든 안건에 반대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OPEC 최대 산유국이자 사실상 지도 국가인 사우디아라비아는 러시아 등과 함께 COP28은 화석연료 감소가 아닌 배출량 저감에 집중해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대립이 심화되자, 술탄 알 자베르(Sultan al-Jaber) COP28 의장은 합의점을 찾기 위해 별도의 포럼을 소집하기도 했다. 대표단이 공식적인 본회장이 아닌 보다 편한 자리에서 입장을 밝힐 수 있도록 이례적인 조치를 단행한 것이다.
로이터에 따르면, 각국 대표단은 원형으로 둘러앉아 각자의 입장을 재차 밝혔지만 이렇다 할 성과는 내지 못했다.
중국 기후특사 시에 젠화(Xie Zhenhua)는 중국의 단계적 폐지안 지지 여부는 밝히지 않았지만, COP28의 성패는 화석연료 관련 합의안의 포함 여부에 달려있다고 말했다. 시에 젠화 기후 특사는 “이 문제에 대한 입장은 매우 첨예한 상황이며, 중국은 모든 당사국이 수용할 수 있는 해결책을 찾으려고 노력하고 있다”며 이번 COP28이 자신이 참여한 협상 중 가장 어려운 기후 정상 회담이라고 밝혔다.
한편 UN 사무총장 안토니오 구테흐스(Antonio Guterres)는 10일(현지시각) 도하 포럼(Doha Forum)에서 “COP28 정상들이 기후목표 1.5도를 위해서는 배출가스 대폭 감축에 합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