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 국제 감축사업 리스크 낮추는 두 가지 요건

2023-12-12     송준호 editor

세계 각국은 국내뿐만 아니라 국외의 온실가스 감축 실적으로 탄소중립을 달성하기 위해 움직이고 있다. 

대한민국 산림청은 지난 7일 COP28에서 라오스의 산림 보존사업을 통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첫 ‘국외산림탄소축적증신(REDD+) 사업 양해각서(MOU)를 체결한 바 있다. 박은식 산림청 국제산림협력관은 “이 사업은 국외산림탄소축적증진 사업의 변곡점을 알리는 신호탄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온실가스 국제감축사업이 이처럼 탄소중립을 위한 중요한 선택지로 다가오면서 정부와 기업, 금융은 이 시장을 이해하고 대비해야 할 과제가 생겼다. 대신경제연구소와 한국국제경제학회는 지난 8일 ‘온실가스 국제 감축사업의 도전과제와 대응전략’ 포럼을 공동 개최했다. 

대신경제연구소와 한국국제경제학회가 지난 8일 개최한 ‘온실가스 국제 감축사업의 도전과제와 대응전략’ 포럼/ⓒ임팩트온

행사에는 파리협약 6.4조 탄소시장의 설계, 운영 및 감사를 담당하는 핵심 기관 세 곳의 관계자가 참석했다. 해당 기관은 6.4조 감독기구(Article 6.4 Supervisory Body, 이하 SB)와 지정운영기구(Designated Operational Entity, 이하 DOE), 국가승인기구(Designated National Authority,DNA)다.

이선경 대신경제연구소 ESG 리서치센터장은 개회사에서 “국제감축사업은 어렵지만 해야하는 일”이라며 “국제감축사업을 하게 된다면 만나시게 될 분들을 연사로 모셨다”고 밝혔다. 

 

파리협정 6조 메커니즘, 이트모(ITMOs) 거래 확대로

자발적시장과 통합될 것

국제탄소시장은 파리협정 6.2조 시장과 6.4조 시장으로 구분된다. 6.2조는 참여국의 자율성을 보장하는 ‘협력적 접근법’이라는 규칙이다. 이 규칙은 골드스탠다드나 베라와 같은 민간의 탄소 크레딧 등록소(registry)로 운영되는 자발적 탄소시장 등 다양한 방식을 허용한다. 반면, 6.4조는 파리협정 당사국 회의가 시장을 관리하는 중앙화된 온실가스 감축 메커니즘(배출권거래시장)에 관한 규칙이다.

오대균 서울대 에너지신산업 혁신융합대학 객원교수는 국제탄소시장에 대한 두 가지 전망을 제시했다. 오대균 교수는 탄소시장에 대한 규칙과 운영에 대한 의사결정 기구인 6.4조 감독기구의 위원이다. SB는 12명의 위원과 12명의 부위원으로 구성되어 있다.  

오 교수는 먼저“결국, 상응 조정이 된 크레딧만 거래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제감축사업은 사업 수행의 결과로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남긴다. 6.2조와 6.4조가 인정하는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각각 6.2Mos와 6.4ERs라고 부른다. 

상응 조정은 온실가스 감축 실적을 사업 추진국이 국가 온실가스 감축 목표(NDC)에서 중복 계산없이 차감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다. 예를 들어, 국제감축사업을 통해 100톤의 감축 실적이 발생했다면 일단 사업 유치국(개도국)이 연내에 줄여야할 감축량에 적용된다. 

사업 추진국이 이 실적을 자국의 NDC에 사용하려면, 유치국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유치국이 80톤을 승인하여 자국의 NDC에서 80톤만큼을 제외하고 유치국은 그에 상응하는 만큼을 자국의 NDC에 적용할 수 있다. 상응조정한 감축 실적은 이트모(ITMOs)라고 부른다.

오대균 교수는 “상응 조정이 되지 않은 크레딧은 중복 계산 문제로 그린워싱으로 지적될 수 있기에 6.2조든 6.4조든 비용이 더 들더라도 상응 조정된 크레딧만 거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트모 거래의 비중이 늘면서 규제시장과 자발적탄소시장이 통합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 교수는 “청정개발체제(CDM)가 지속가능발전메커니즘체제(SDM)로 바뀌면서 개도국도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생겼기 때문에 온실가스 감축 실적의 100%를 이트모로 발행하는 일은 드물어졌다”며 “6.2조와 6.4조 메커니즘은 모든 면에서 사업 유치국(개도국)의 권한이 강력해졌고, 투자국(선진국)의 권한은 사실상 사라진 것으로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유치국의 사업 사례로 분석으로 리스크 줄여야

정부와 기업이 탄소시장의 이런 변화에 대비해야 할 몇 가지 사항도 제시됐다. 

하윤희 고려대학교 에너지환경대학원 교수는 “유치국의 권한이 커진만큼 사업을 시작하기 전 각국의 특성을 고려하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하윤희 교수는 탄소중립녹색성장위원회 에너지산업전환분과위 간사를 맡고 있다. 탄녹위는 한국의 국가승인기구(DNA)로 국제감축사업을 승인하는 역할을 한다.

하 교수는 “국제감축사업은 유치국의 지속가능한 개발(Sustaianble Development, SD)에 기여해야 한다는 조건이 붙는데, 이를 충족하지 못하면 탄소감축실적이 승인되지 못하는 결과로 이어진다”고 짚었다. 

글로벌 에너지 전문가 네트워크(International Energy Expert Network, 이하 IEEN)는 베트남, 인도네시아, 태국 등 주요 유치국의 DNA 실무자들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했다. 실무자들은 사업으로 발생할 SD에 대한 기대효과와 사업 후 실제 SD에 대한 기여도에 대해 답했다. 

IEEN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인도네시아가 유치한 한 수력 프로젝트는 사전에 관개용수 공급과 일자리 창출효과를 기대하고 사업을 시작했다. 그러나, 실제 사업이 진행되고서는 관개용수가 오히려 부족해지는 현상이 일어났고, 사업에 외국인 근로자가 많이 투입되어 현지의 일자리 창출 효과는 미미했다. 이런 경우에는 사업이 진행되더라도 유치국이 탄소감축실적을 인정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진다.

하 교수는 “각 국이 진행한 기존 사업의 평가 결과를 고려하여, 사업을 설계할 필요가 있다”며 “최근 유치국들은 직접 사업을 진행하기 위해 기술 이전에 대한 니즈가 높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연구 결과들은 IEEN 홈페이지에 차례로 업로드하고 있으며 연초에 전체 조사 결과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국제감축사업 유치와 실적 활용을 위한 국내 제도의 개정...

사업 승인과정의 사전 숙지가 성패 가른다

이충국 한국기후변화연구원 탄소배출권 센터장은 6.2조 사업을 유치하고 실행하기 위해서는 관련 법이 개정돼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충국 센터장은 “6.2조 사업에 대한 한국의 법은 상대국과 공동위원회를 구성하고 우리나라가 전체적인 사업의 승인권과 감축실적의 발행하도록 되어 있다”며 “개도국이 감축 실적의 발행과 인증에 대한 주권을 주장하는 흐름으로 바뀌면서 사업 자체가 불가능해지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현실을 반영하여 법을 개정해야 한다”고 전했다.

그는 사업 실행 전에 사전 조사를 철저하게 진행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센터장은 “외부 감축 사업을 실행하기 전에 사업 유치국이 6조 사업을 실행할 수 있는 자격 요건을 갖추고 있는지, 온실가스 감축실적의 상응조정을 통해 이트모를 얼마나 인정 받을 수 있는지 등 여러 가지 사항들을 사전에 고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용 문제도 중요한 지점이다. 6.4조는 ‘전 지구적 배출의 전반적 감축(OMGE: Overall Mitigation in Global Emissions) 달성’과 ‘적응 및 행정비용을 위한 수익금 분배(SOP)’ 항목으로 각각 2%와 5%를 세금처럼 부과하여 총 7%의 비용이 사업금에서 나와야 한다. 

유치국은 이에 더해서 다양한 형태의 비용을 추가로 부과하고 있다. 이충국 센터장은 “가나는 이트모 1톤당 5달러의 세금을 부과하고, 가봉은 사업에서 발생한 온실가스 실적을 거래하여 나온 수익의 40%를 가봉 내에서 사용하도록 하는 조건을 내걸었다”며 “사업의 경제성을 파악할 때 각국의 특수성을 고려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충국 센터장은 “6.4조를 통해 사업을 설계한다면, 사전에 고려할 사항이 정말 많다”며 “국토교통부와 함께 사업의 시작부터 모든 절차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만들고 있으며, 내년 1월에 배포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미정 한국품질재단 CDM་CSR팀장은 “CDM에 등록된 일반사업은 7848개이고 200건은 등록 평가 단계에 있다. 감축 실적이 나온 사업은 절반 정도에 불과하다”며 “사업 설계부터 실행에 관한 전 과정은 문서화해서 보고돼야 하는데, 일부 서류가 누락되거나 내용이 잘못 기재되어 사업 승인이 기각되는 사례들을 빈번하게 보고 있다”고 말했다. 

한국품질재단은 지정운영기구(DOE)로 사업을 전 과정을 감사하는 역할을 한다. DOE는 사업의 감사 결과를 국가승인기구(DNA)에 알린다. 6.4조 감독기구(SB)는 검증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하면 DOE의 자격을 박탈할 수 있는 권한이 있다. DOE는 전 세계적으로 28개, 국내는 한국품질재단, 표준협회, 한국화학융합시험연구원(KTR) 세 곳이 맡고 있다.

이미정 팀장은 “타당성 평가 과정에서 요건에 맞지 않는 사업들이 대부분 걸러지는데, 기각 사유는 사업에 제시한 다양한 방법론을 입증하지 못하는 게 대부분이다. 각 단계별로 문서를 제출해야 하는 기간을 못 맞추거나 최근 양식을 쓰지 않아 기각되는 경우도 관찰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 팀장은 “사업을 설계할 때 사업 승인 과정을 먼저 숙지한 후에 필요한 서류들을 미리 준비하여 사업이 기각되지 않도록 하는 게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국제감축사업으로 발생한 감축 실적은 한국의 여러 규제로 인해 실제 사용까지 1년이 걸린다”며 “실적이 바로 인증 받을 수 있는 스위스 같은 국가로 유출될 수 있으므로 국내 인증 체계를 간소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