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P28, 화석연료 '퇴출' 아닌 '전환'에 합의… 아랍에너지회의, “화석연료 퇴출은 서방의 이중잣대”

2023-12-14     이재영 editor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 총회(COP28)의 핵심 안건인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에 대한 결론이 나왔다. 술탄 알 자베르 COP28 의장은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phase out)이 아닌 화석연료로부터의 전환(transition)에 합의했다고 선언했다.

COP28은 당초 폐막일인 현지시각 12일을 넘겨 이 안건에 대한 논의가 지속됐다. COP28 대변인은 이날 성명을 통해 "술탄 알 자베르(Sultan Al-Jaber) COP28 의장과 그의 팀이 지난밤부터 오늘 광범위한 협상단체 및 당사국들과 심도 있는 협상을 진행 중"이라며 "협상은 내일 새벽 3시(한국시각 13일 오전 8시)까지 진행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술탄 알 자베르 COP28 의장 / COP28 홈페이지

기후정상회담에 화석연료 사용 저감 언급된 것은 처음…

화석연료 퇴출 승인 작년 80개국에서 올해 127개국으로 대폭 증가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phase out)은 산유국과 비(非) 산유국의 갈등이 첨예하게 발생한 안건으로 COP28을 연장전까지 가게 한 핵심 의제다.

11일(현지시각) 의장국 아랍에미리트(UAE)가 작성해 공유한 COP28 합의문 초안에는 배출가스 감축을 위해 각국이 실천할 수 있는 8개 방안을 제시하고 있다. 그 중에는 ‘2050년 이전 또는 그 즈음 순제로 달성을 위해 정의롭고 질서정연하며 공평하게 화석연료의 소비와 생산을 줄이는 것’도 포함돼 있다.

유엔 기후 정상회의에서 ‘화석연료’의 사용 저감이 언급된 것은 역사상 처음이다.

그러나 이번 초안에는 화석연료의 단계적 퇴출 문구가 빠져 거센 비판이 제기됐다. 유럽연합(EU), 미국, 기후 재난에 취약한 작은 섬나라들 등 100여개 국가는 최종 합의문에 화석연료의 퇴출을 명시하고자 했지만, 석유수출국기구(OPEC) 중심의 산유국들이 이에 강력히 반발한 것이다.

화석연료 퇴출에 대한 당사국들의 인식은 작년보다 고조된 것으로 나타났다.  태평양 제도 기후 행동 네트워크(PICAN)와 오일 체인지 인터내셔널(Oil Change International)이 11일(현지시각) 배포한 분석 자료에 따르면, COP28 참여국가 중 127개국이 화석연료의 단계적 감축을 요구하거나 승인했다. 이는 1년전 80개국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마지드 알 수와이디(Majid Al Suwaidi) COP28 사무총장은 화석연료에 대한 언급을 포함한 “역사적인” 결과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합의 여부는 참여국들의 몫”이라고 밝혔다.

유엔기후정상회담 최종 합의문이 통과되면, 개별 국가는 국가 정책과 투자를 통해 이를 이행할 책임이 있다.

독일 제니퍼 모건(Jennifer Morgan) 기후특사는 X(구 트위터)에서 참여국들이 타협점을 찾고 있다며 “셔틀외교가 진행되고 있다”, “(회담이) 중요하고 중요한 단계”로 접어들었다고 평가했다. 셔틀외교란 정례 실무회담이 아니라 분쟁 또는 갈등을 제3자가 중재하는 중재외교를 뜻한다.

미국 존 케리(John Kerry) 기후특사는 12일(현지시각) 저녁 다른 대표단들과 회의 중간에 잠깐 가진 기자회견에서 “COP28 합의문에서 화석연료에 대한 표현이 점점 더 강력해지고 있다”며 “진전이 있고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생각한다”, “우리는 밤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13일(현지시각) 블룸버그 보도에 따르면, 협상 중인 새로운 초안에는 11일(현지시각) 발표된 이전 초안보다는 훨씬 선언적인 것으로 보인다. 기존 초안이 기후변화 완화를 위해 각국이 이행해야 할 조치를 '선택적으로 제시'했다면, 새로운 초안은 국가들이 그러한 조치를 '이행해야 한다'는 표현이 포함됐다.   

또한 “정의롭고 질서정연하며 공평한 방식으로 화석연료의 소비와 생산을 모두 줄일 것”이라는 기존 초안의 문구도 “과학에 따라 2050년까지 순제로를 달성하기 위해 정의롭고 질서정연하며 공평한 방식으로 우리 에너지 시스템의 화석연료 전환을 시작할 것”이라는 문구로 변경됐다.

 

아랍에너지회의도 폐막… 화석연료 생산능력 증대할 것

화석연료 퇴출은 서방국가의 “이중잣대”

한편 11~12일(현지시각) 열린 제12차 아랍 에너지 회의(Arab Energy Conference)는 폐막 성명에서 생산 수준을 유지 및 추가 생산 능력 개발을 위한 메커니즘을 만드는 등 화석연료 개발을 위한 조치를 권고했다.

쿠웨이트의 사드 알 바라크(Saad Al Barrak) 석유부 장관은 12일(현지시각) 회의에서 “서구 국가들이 경제적 장악을 위해 석유를 단계적으로 퇴출하거나 석유 의존도를 낮추려고 탐욕스럽고 격렬하게 공격하고 있다”며 “아시아와 아프리카의 부를 약탈한 서방이 인류 환경의 안전을 보장한다며 기후 협약을 통해 이중잣대를 들이대고 있다”고 비난했다.

아랍 국가들은 기후 문제 해결책으로 재생에너지와 수소 및 원자력에 대한 투자가 이루어져야 한다고도 의견을 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