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엔솔의 공급망 관리 비결…2024년 ESG 키워드 ‘공시와 공급망 실사’
한 해가 저물어 가면서, 내년의 ESG 트렌드를 전망하는 세미나들이 개최되고 있다. 법무법인 태평양 ESG랩은 13일 ‘2024년 ESG 대응전략 어떻게 세울 것인가’를 주제로 세미나를 개최했다.
전문가들은 내년에 주목해야 할 주요 ESG 키워드로 공시와 공급망 실사 지침을 제시했다. 세미나에는 이연우 법무법인 태평양 수석위원, 곽승현 ERM 코리아 대표파트너, 이성용 LG에너지솔루션 팀장, 김진효 법무법인 태평양 외국변호사, 함진기 글래스돔 법인장이 참석하여 주요 전망과 대응방안을 설명했다.
공시와 공급망 실사 대응, 보고서 사례와 이니셔티브 활용
이연우 법무법인 태평양 ESG랩 수석위원은 공시와 공급망 실사를 2024년 주요 ESG 의제로 꼽은 후 참고할 만한 주요 사례를 소개했다.
이연우 수석위원은 공시 제도에 대해 “주요 공시 표준인 EU ESRS, ISSB S1과 S2가 나왔지만 적용 사례가 많지 않고,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기후공시 의무화 최종안은 유보된 상태”라며 “기업은 세 가지 공시가 공통으로 사용하는 TCFD 기반 공시를 출발점 삼는 게 공시 대응에 도움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TCFD 공시 보고서의 주요 사례로는 ▲포스코홀딩스 ▲삼성SDS ▲SK주식회사 ▲SK하이닉스 ▲CJ주식회사 ▲삼성전자의 지속가능성 보고서가 제시됐다. 이연우 수석위원은 “ESG 공시보고서는 성과 보고서다. 동어반복의 보고서가 아닌 내년도에 어떤 개선 성과를 공개할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며 “제시해 드린 사례들을 참고하여 개선 활동의 지향점을 찾으시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공급망 실사는 EU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CSDDD)와 OECD다국적기업가이드라인이 지난 6월 개정되면서, 실사 적용 범위가 바뀌었으며 인권 실사가 강조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 수석위원은 공급망 실사와 관련해서 ▲애플 ▲롯데 칠성음료 ▲롯데호텔의 보고서를 추천했고, 인권경영보고서를 별도로 작성하고 있는 국내 기업 ▲신한은행 ▲우리은행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를 모범 사례로 소개했다.
곽승현 ERM 코리아 대표파트너는 “다양한 공급망실사법의 모태가 되는 OECD다국적기업가이드라인을 바탕으로 기업은 공급망 실사 시스템을 먼저 세워야 한다”며 “그다음은 주요 이해관계자의 요구를 파악하여 시스템을 작동시켜야 한다”고 말했다.
곽승현 대표파트너는 “이해관계자들이 산업별로 기업에 어떤 요구를 하고 있는지 파악하고 이에 대응해야 한다”며 “애플을 비롯한 해외 주요 협력사들은 이니셔티브를 통해 고객사들에 지속가능성 관련 요구를 전달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고려해야 할 산업별 주요 이니셔티브로 ▲화학산업: 투게더포서스테이너빌리티(Together for Sustainability, TfS) ▲전기⋅전자: 책임있는 비즈니스 연합(Responsible Business Alliance, RBA) ▲광물: 책임광물 이니셔티브(Responsible Minerals Initiative, RMI) ▲자동차: 드라이빙 서스테이너빌리티(Driving Sustainability) ▲제약: PSCI(Pharmaceutical Supply Chain Initiative)를 소개했다.
배터리 산업, EU배터리법과 카테나-X에 주목
배터리 산업이 주목하는 법은 EU의 배터리법이다. 김진효 태평양 외국변호사는 “EU 배터리법은 2020년 유럽 집행위원회가 발의했고 최근 3자 합의가 되어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시행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배터리법은 제품의 탄소 발자국을 측정하여 보고하는 게 핵심인데, 이를 전산 정보로 저장하는 형태를 배터리 여권이라고 한다. 탄소 발자국에 관한 정보 공개 의무는 EU가 정한 기준에 따라 순차적으로 적용된다.
2026년에는 전기차, 전기자전거 등 경량 운송수단(LMT) 및 2kWh 이상 산업용 배터리의 경우에 생산 및 전 과정의 탄소발자국 정보를 의무로 보고하게 된다. 2027년에는 탄소발자국 수준에 따라 제품의 등급이 매겨지고 기준 이하의 제품은 수출이 제한될 수 있다. 그 외에 코발트, 리튬, 니켈 등 배터리의 핵심원료를 재활용한 재생원료의 사용과 공급망 실사를 의무화하고 있다.
배터리 탄소발자국은 규제일뿐만 아니라 해외 협력사들이 국내 기업에 요구하고 있다. 함진기 글래스돔 법인장은 “온실가스 관리는 사업장 단위에서 제품 단위로 더 세밀한 요구를 받고 있다”며 “유럽에서는 독일 정부의 지원을 받아 나온 카테나-X(Catena-X)가 주요 정보를 제공하지 않으면 공급망에서 제외하겠다는 요구를 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함진기 법인장은 “국내 배터리 업계의 주요 이니셔티브인 배터리 얼라이언스(Battery Alliance)의 화두는 리얼 데이터”라며 “공급망 기업들은 데이터를 수기로 작성하여 정보를 요청하는 협력사에 제공하고 있는데, 글래스돔 코리아가 보유한 기술을 통해 측정부터 정보 제공까지 빠르고 저렴하게 수행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LG에너지솔루션의 공급망 관리 비결
이성용 LG에너지솔루션 팀장은 배터리 산업의 현장에서 공급망 실사를 어떻게 수행하고 있는지 설명했다.
이성용 팀장은 “LG에너지솔루션 RBA의 행동규범을 차용하여 인권과 노동, 윤리 경영, 복원 및 안전 환경, 지속가능성, 책임있는 광물 구매, 고충 신고 시스템의 여섯 가지 기준으로 협력사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고 말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정기 평가와 핵심 공급망 평가 두 가지를 수행한다. 정기 평가는 1차 협력회사를 대상으로 서면 평가를 진행하고, 평가 결과를 통해 위험군을 분류한다. 고위험군인 협력사에는 현장실사를 실행하고, 협력사에 개선 과제에 대한 계획을 세우도록 요구한다. 핵심 공급망 평가는 양극재나 음극재와 같이 산업의 한 부분을 선택하여 공급망을 깊게 파악하여 평가하는 방식이다.
이 팀장은 “공급망 문제를 해결하고자 RBA나 RMI에 가입했는데, 그 외에 테슬라가 주도해서 만든 FCA(Fair Cobalt Alliance)를 통해 아동 노동, 강제 노동, 근로 여건 개선과 같은 문제를 중심으로 관리하고 있다”고 전했다. 그는 “이니셔티브라는 게 혼자 해결할 수 없는 문제를 함께 해결하자는 의미”라며 “아동 노동, 강제 노동 문제를 하나의 기업이 해결할 수 없기에 공동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성용 팀장은 “공급망 ESG는 인식 변화가 핵심”이라며 “1차 협력사만 수천 개가 되는 회사들도 있기에 직접 관리하기 어렵고, 결국 낙수효과를 통해 해결해야 한다. 지속적인 협력사들에 대한 인식 전환 교육이나 구매에 평가 연동을 하는 강력한 정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