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G, 셸 상대로 승소한 기후단체에 고소당해… EU는 은행 리스크 관리에 ESG 통합 요구

2024-01-23     이재영 editor

기후단체 지구의 벗 네덜란드 지부(Friends of the Earth Netherlands)가 금융그룹 ING를 상대로 기후 소송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지구의 벗 네덜란드는 2021년 석유메이저 셸(Shell)을 상대로 한 기후 소송에서 승소한 바 있다.

로이터는 19일(현지시각) 지구의 벗 네덜란드의 기자 회견 이후 ING 주가가 1% 넘게 하락했다고 보도했다.

기후단체 지구의 벗 네덜란드가 금융기업 ING를 상대로 법정 싸움에 나섰다. / 지구의 벗 홈페이지

셸 상대로 승소한 기후단체, 이번 타겟은 ING

네덜란드 최대 은행 ING가 소송 위기에 놓였다. 지구의 벗 네덜란드가 자국 법원에 ING가 화석연료 기업에 자금을 지원해 기후 위기를 가중시키고 있다며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19일(현지시각) 지구의 벗 네덜란드는 ING 회장 스티븐 반 리즈베이크(Steven van Rijswijk)에 법적 책임 통지서(legal liability notice)를 발송, “기후 변화에 기여함으로써 법적 책임을 위반했다”고 주장했다. 네덜란드 법률에 따르면, 은행은 고객의 금전적 피해나 신체적 상해를 초래할 수 있는 위험을 피해야 하는 ‘주의’ 의무가 있는데, ING가 이를 위반했다는 것이다.  

지구의 벗 네덜란드의 요구사항은 크게 세 가지다. ▲ING가 2030년까지 자체 탄소 배출량을 2019년 대비 절반으로 줄일 것 ▲모든 기업 고객에게 기후 전환 계획을 요구할 것 ▲신규 화석연료 프로젝트를 확장, 개발하거나 석유, 가스, 석탄의 단계적 퇴출을 위한 종합적 계획이 없는 화석연료 기업에 대한 자금 지원을 전면 중단할 것 등이다.

지구의 벗 네덜란드는 이와 같은 요구사항에 ING가 2개월 안에 응하지 않을 경우, 법정 소송을 위한 소환장을 보낼 것이라고 밝혔다. 

지구의 벗 네덜란드는 2021년 헤이그 지방법원에서 셸을 상대로 한 기후 소송에서 승소한 바 있다. 당시 헤이그 지방법원은 셸의 자체 배출량과 최종 배출량을 포함한 모든 활동에서 2030년까지 2019년 대비 45% 감축하라고 명령했다. 셸은 해당 판결에 불복했으며 오는 4월 다시 법정에 출석할 예정이다.

은행을 상대로 한 기후단체의 소송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23년 2월 지구의 벗 프랑스와 옥스팜 프랑스 등 프랑스 기후단체들이 유로 통화권 최대 규모 은행인 BNP파리바에 소송을 제기한 것이다. 이는 상업은행을 상대로 한 세계 최초의 기후 소송이다. BNP파리바의 소송은 아직 조사 중에 있다. 

기후변화와 환경을 연구하는 그랜섬 연구소(Grantham Research)는 2022년 6월부터 2023년 5월까지 전 세계에서 약 190건의 기후 소송이 제기됐다고 분석했다.

ING는 성명을 내고 “지속가능성은 ING의 전반적인 경영 전략 중 일부이며 필요하다면 법정에서 대응하겠다”고 밝혔다.

 

EU, 은행 리스크 관리에 ESG 요소 포함하라

금융기관에 대한 기후 대응 압박이 커지는 가운데, 유럽연합(EU)도 은행의 ESG 리스크 관리를 위한 지침 도입을 준비 중이다. 

19일(현지시각) 블룸버그는 유럽 은행 규제 당국인 유럽 은행 관리위원회(EBA)가 증가하고 있는 기후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자본 적정성(capital adequacy)에 중점을 둔 새로운 ESG 규정을 제안, 업계 의견 수렴 중이라고 보도했다.  

자본 적정성이란 금융기업의 예상치 못한 손실을 흡수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한다. 은행은 위험 노출을 감당할 수 있을 만큼 충분한 자본을 보유하고 재정적 압박 속에서도 계속 사업을 운영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일종의 완충자본이라고 할 수 있다.

새로운 지침에 포함될 수 있는 구체적인 요건으로는 정기적인 ESG 중요성 평가 수행, 다양한 접근법을 통한 리스크 식별 역량 확보, 정기적인 리스크 관리 프레임워크에 ESG 요소를 통합하는 것 등이 있다.  

한편 EBA는 18일(현지시각) 발행한 간행물에서 “(새로운 규정의 목표는) 탄소 집약적 자산이나 사업에서 은행들이 매각 또는 철수하도록 강요하는 것이 아니다”, "당국의 목표는 은행이 고객과 협력하는 것을 포함해 기후 중립에 점진적으로 준비하고 적응하는 지원하는 데 있다"고 밝혔다.

이러한 지침 개발의 배경에는 EU의 전환 계획이 있다. 전환 계획에는 기후 중립 달성 과정에서 금융업계가 부담해야 하는 손실 가능성에 대비하도록 하는 요구사항도 포함돼 있다. 실제로 세계 최대 재보험사 뮌헨 재보험(Munich Re)에 따르면, 2023년 자연재해로 인한 전 세계 손실액은 2500억달러(약 334조6000억원)에 달한다. 이중 보험에 가입된 규모는 950억달러(약 127조1480억원)에 그쳤다.

EBA의 업계 의견 수렴 기간은 오는 4월 18일까지이며, 지침의 최종안은 2024년 말 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