엑손모빌, ESG 행동주의 펀드에 소송...이례적 행보에 선례될까 우려
거대 석유 메이저, 엑손모빌이 행동주의 주주제안이 연례 주주총회 안건에 아예 오르지 못하도록 소송을 제기했다고 로이터, 블룸버그, CNBC, 환경리더가 일제히 22일(현지 시각) 전했다.
엑손모빌은 오는 5월 29일 열리는 자사의 주주총회에 대비해서 미국 텍사스주 포트워스(Fort Worth) 법원에 소장을 제출했다. 엑손모빌은 오는 4월 11일까지 위임장을 제출해야 하기 때문에 3월 19일까지 법원의 판단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 사건은 보수적인 주장에 찬성하여 판결을 내린 경력이 있는 판사에게 배정됐다.
행동주의 주주제안의 사업 방해로 고소...스코프3 목표가 지적
소송을 제기하는 이유에 대해 엑손모빌은 아르주나 캐피탈(Arjuna Capital)과 팔로우 디스(Follow This)가 제시한 결의안이 엑손모빌의 사업에 악영향을 끼치므로 주총에서 다루기 어렵다는 것이다.
또한, 구체적으로 엑손모빌은 이들의 제안이 일반적인 비즈니스 과정을 방해하고 회사가 유사한 제안을 여러 번 거부했기 때문에 해당 제안을 주주총회 제안 상정에서 제외하려고 한다고 밝혔다.
엑손모빌은 거대 석유 기업 가운데 유일하게 스코프3 목표를 설정하지 않아서 행동주의 주주제안의 집중 공격을 받아왔다. 지난달 팔로우디스와 아르주나 캐피털은 엑손모빌의 탄소 배출 감축 계획에 스코프3를 포함시킬 것을 요구하는 주주 제안을 제출했다. 이들은 단순히 석유 정제 과정에서만 배출을 줄이는 것이 아니라 고객이 엑손모빌 석유를 사용해 배출하는 탄소도 줄여야 한다는 것이다.
엑손모빌은 2050년까지 스코프1과 2 배출 넷제로에 도달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이 목표에는 스코프3 배출량이 빠졌는데, 엑손모빌의 주주들은 지난해 기후 변화를 완화하기 위한 더 강력한 조치에 대한 요구를 압도적으로 비율로 반대했다. 로이터에 의하면, 엑손모빌의 주주들이 이미 스코프3 목표를 거부했기 때문에 위임장에서 해당 제안을 제외한다는 것이다.
이번에 소송 대상이 된 팔로우 디스는 2022년부터는 엑손모빌 주총에 기후제안 안건을 상정해 왔다. 팔로우 디스의 제안에 대해 지지율은 2022년 28%, 지난해에는 10%였다. 팔로우 디스는 최근 셸(Shell)의 CEO가 재생 에너지 투자를 삭감하고 화석 연료 생산을 늘릴 계획을 발표한 후 더 엄격한 기후 목표를 설정하기 위한 결의안을 도입한 바 있다.
팔로우 디스의 창립자 마크 반 바알(Mark Van Baal)은 "스코프3 목표는 자본 시장에 대한 접근성을 잃거나 좌초 자산과 관련된 손실이 발생활 위험을 방지함으로써 주주를 위한 장기적인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르주나 캐피탈의 최고 투자 책임자 나타샤 램(Natasha Lamb)은 "기후위험이 세계 경제와 주주 가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우려를 표명할 기본적인 권리가 있다"고 말했다.
빅오일의 사상 첫 행동주의 펀드 소송 제기
반면, 엑손모빌은 소송에서 자사에 유리한 판결이 내려질 경우, "미국 기업 전체의 주주 제안에 큰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거대 석유 메이저가 행동주의 펀드를 대상으로 소송을 제기한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기업이 주주제안에 맞서 먼저 소송을 제기하고 나선 것은 미국 정유 업계에서 엑손모빌이 사상 처음이다. 주주가 기업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적은 많았으나, 기업이 소를 제기한 경우는 상당히 드물었다.
미국의 상장기업은 일반적으로 증권거래위원회(SEC)와 주주제안에 대해 논의한다. SEC는 배제 사유서가 타당할 경우에만 이를 배제하도록 권고한다. SEC에 따르면 주주총회에 상정된 환경 및 사회적 주주 제안의 숫자는 최근 두 번의 주총 시즌에 두 배 이상 증가했다.
엑손모빌이 SEC에 주주제안 배제 사유서를 제출하는 대신 곧장 소송을 제기한 점에도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SEC와 대화하는 대신 소송을 제기한 엑손모빌은 선례는 다른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줄 것으로 CNBC는 전망했다.
지난주, 미국 연방대법원은 연방기관이 의회의 불분명한 명령을 해석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원칙인 쉐브론 존중의 적법성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재판을 시작했다. 야후(Yahoo) 보고서에 따르면 엑손모빌과 주요 기업들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조언이 정권에 따라 다르다고 주장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