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IT연구진, 코발트 없는 배터리 개발…람보르기니가 특허 취득

2024-01-24     홍명표 editor
 MIT대학의 딘카 교수 연구진의 논문이 실린 과학저널 ACS 센트럴 사이언스의 화면./홈페이지

전기차의 원자재에서 가장 주목 받는 것이 배터리에 쓰이는 리튬, 코발트, 니켈 같은 광물자원이다. 그런데 미국 MIT대학의 연구진이 코발트를 대체하는 유기물질을 개발해 주목 받고 있다는 소식을 클린테크니카가 22일(현지 시각) 전했다.

 

코발트보다 싸고 비슷한 전도성과 저장 용량, 더 빠른 충전 속도 기록

MIT 연구원들이 개발한 리튬 이온 배터리에는 코발트나 니켈 대신 유기물질에 기반한 양극재가 들어있다. 기존의 코발트보다 훨씬 저렴하게 생산할 수 있는 이 유기물질은 코발트가 들어간 배터리와 비슷한 속도로 전기를 전도할 수 있으며, 비슷한 저장 용량을 가지며 더 빨리 충전할 수 있다고 연구진은 보고했다.

MIT에너지학과 미르체아 딘카(Mircea Dincă)는 “이 소재는 정말 잘 작동하기 때문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미 기존 기술과 경쟁할 수 있으며, 현재 배터리에 들어가는 금속 채굴과 관련된 많은 비용과 인권 및 환경 문제를 줄일 수 있다"고 주장했다.

딘카 교수는 22일 ACS 센트럴 사이언스(Central Science)저널에 게재된 이번 연구의 수석 저자다. 딘카 교수 이외에도 티안양 첸(Tianyang Chen)박사와 MIT박사후 연구원인 하리시 반다(Harish Banda)가 이 논문의 주요 저자다.

현재 대부분의 전기차는 리튬 이온 배터리로 구동된다. 리튬 이온 배터리는 리튬 이온이 양극이라고 불리는 양극으로 충전된 전극에서 양극이라고 불리는 음극으로 흐를 때 재충전된다. 대부분의 리튬 이온 배터리의 음극에는 높은 안정성과 에너지 밀도를 제공하는 금속인 코발트가 포함되어 있다.

그러나 코발트에는 심각한 단점이 있다. 희소한 금속이기 때문에 코발트 가격은 급변동할 수 있으며 세계 코발트 매장량의 대부분은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국가에 있다. 코발트 추출은 작업 환경이 위험하고 광산 주변의 토지, 공기 및 물을 오염시키는 독성 폐기물까지 생성한다.

 

LFP배터리가 실용화됐으나 에너지 밀도가 기존 배터리의 절반 정도

코발트에는 이런 단점이 있어서 대체 배터리 재료를 개발하기 위한 연구가 많았다. 그런 물질 중 하나는 리튬-철-인산염(LFP)이며, 일부 전기차 제조사는 LFP를 전기차에 사용하기 시작했다. LFP는 실용적이지만 에너지 밀도는 코발트와 니켈 배터리의 절반 정도다.

LFP 이외에 대체 물질은 유기물질이지만, 지금까지 유기물질 재료의 대부분은 코발트 함유 배터리의 전도성, 저장 용량 및 수명을 따라가지 못했다. 전도성이 낮기 때문에 이런 재료는 폴리머(polymer)와 같은 바인더(binder)와 결합해서 써야 한다. 그런데, 전체 재료의 최소 50%를 차지하는 바인더는 배터리의 저장 용량을 저하시키는 단점이 있다.

그러나 약 6년 전, 딘카 교수의 연구실은 전기차에 전력을 공급하는 데 사용할 수 있는 유기 배터리를 개발하기 위해 고급 슈퍼카 메이커 람보르기니(Lamborghini)의 자금 지원을 받는 프로젝트 작업을 시작했다.

부분적으로는 유기적이고 부분적으로는 무기인 다공성 물질을 연구하면서 딘카 교수의 연구팀은 자신이 만든 완전한 유기 물질이 강력한 전도체일 수 있다는 것을 발견했다.

이 물질은 3개의 융합된 육각형 고리를 포함하는 유기 소형 분자인 TAQ(bis-tetraaminobenzoquinone)의 여러 층으로 구성된다. 이 층은 모든 방향으로 바깥쪽으로 확장되어 흑연과 유사한 구조를 형성할 수 있다고 한다. 분자 속에는 전자 저장소인 퀴논(quinone)이라는 화학 그룹과 물질이 강한 수소 결합을 형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아민(amine)이 있다.

이런 수소 결합은 물질을 매우 안정적이면서도 잘 녹지 않는 불용성(insoluble)으로 만든다. 이러한 불용성은 재료가 배터리 전해질에 용해되는 것을 방지하여 배터리 수명을 연장시킨다.

 

슈퍼카 제조사 람보르기니가 연구자금 지원, 특허 보유

딘카 교수는 “유기 물질의 주요 분해 방법 중 하나는 단순히 배터리 전해질에 용해되어 배터리 반대편으로 넘어가 합선(short circuit)을 일으키는 것이다. 그런데 재료를 완전히 불용성으로 만들면 배터리 전해질에 유기 물질이 녹지 않아서 합선이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면 성능 저하를 최소화하면서 2000회 이상의 충전 주기를 진행할 수 있다”고 말했다.

딘카 교수의 연구팀이 개발한 유기물질 소재에 대한 테스트 결과, 전도성과 저장 용량이 기존 코발트 함유 배터리에 필적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한 TAQ 양극을 적용한 배터리는 기존 배터리보다 충전과 방전 속도가 빨라 전기차 충전 속도도 높일 수 있다고 한다.

연구진은 유기물질을 안정화하고 구리나 알루미늄으로 만들어진 배터리 집전체(current collector)와의 접착력을 높이기 위해 셀룰로스, 고무 등의 충전재(filler)를 추가했다. 이러한 충전재의 부피는 전체 음극 복합재의 10분의 1 미만을 차지하므로 배터리의 저장 용량을 크게 줄이지 않는다고 한다.

또한 이러한 충전재는 배터리 충전 중에 리튬 이온이 음극으로 유입될 때 균열이 발생하는 것을 방지하여 배터리 양극의 수명을 연장하는 역할도 한다.

이런 음극을 제조하는 데 필요한 주요 재료는 퀴논 전구체(quinone precursor)와 아민 전구체(amine precursor)이며, 이들은 이미 상용 화학 물질로 대량 생산되고 있다. 전구체란 음극 제조에 사용되는 원료다. 전구체 물질은 제조 과정에서 다양한 화학적, 물리적 변환을 거쳐 최종적으로 음극을 생산하게 된다.

딘카 교수 연구진은 이런 유기 배터리를 조립하는 데 드는 재료 비용이 코발트 배터리 비용의 약 3분의 1에서 2분의 1이 될 수 있다고 추정하고 있다.

한편, 람보르기니 자동차는 이 기술에 대한 특허를 취득했으며, 딘카 교수 연구실에서는 대체 배터리 소재 개발을 계속할 계획이며 리튬을 리튬보다 저렴하고 풍부한 나트륨이나 마그네슘으로 대체할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