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국민의 60% 기후 투표 고려…기후공약 마련하면 표심 얻어
“20억 명의 유권자가 올해 선거에 참여한다. 전쟁 중단, 경제 위기와 더불어 기후 위기도 선거의 중심 이슈로 떠오르고 있다. 1만 7000명의 한국 국민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행한 결과 상당한 기후 유권자가 존재함을 확인했는데, 이들의 성향이 투표로 이어지려면 명확한 기후 공약이 있어야 함을 알게 됐다.”
신근정 로컬에너지 대표가 2024 기후 총선 집담회에서 한 말이다. 집담회는 22일 서울 종로구 프레스센터에서 개최됐으며 녹색전환연구소, 더가능연구소, 로컬에너지랩 등이 참여한 기후정치바람이 수행한 기후위기 인식조사 결과가 발표됐다.
이유진 녹색전환연구소 소장은 “설문 중 기후위기 대응 공약이 마음에 드는 정당에 대해 정치적 견해가 다르더라도 투표를 고민하겠다고 응답한 비율이 60.9%에 달하며, 기후위기 대응을 강조하는 후보에게 투표한다는 응답자는 90.7%(복수 응답)에 달했다”고 하며, 기후가 투표를 결정하는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떠오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기후정치바람은 기후정치바람은 2월 20일에 후속 집담회를 개최하여 설문조사 내용을 기반으로 기후유권자가 요구하는 기후 입법과 정책에 대한 구체적인 논의를 진행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기후 유권자와 선거구 지도…기후 정책 마련의 토대될 것
서복경 더가능연구소 대표는 기후 유권자를 “기후 의제에 대해 알고 민감하게 반응하며 기후 의제를 중심으로 투표 선택을 고려하는 유권자”라고 정의했다. 이 정의와 설문조사에 따르면, 기후 유권자는 전체 유권자의 33.5%에 달하며, 이들은 기후에 대한 인지도와 민감도가 모두 높으며 실제 기후 투표를 실행할 가능성이 높은 그룹이다.
기후 유권자는 높은 연령에 더 많이 분포되어 있다는 특징이 있다. 기후에 대한 민감도는 젊은 연령층에서 가장 높게 나타난다. 그러나 민감도와 인지도, 기후 투표의 의향을 통합한 점수를 살펴보면 기후 유권자의 비중은 60대 이상(35.2%)이 가장 높고 그 뒤로 40대(33.8%), 30대(33.5%), 50대(32.6%), 18~29세(30.8%) 순서로 분포되어 있다.
윤정숙 60+ 기후행동 운영위원은 “이번 선거는 60대 이상의 유권자가 20, 30대보다 많아지는 첫 선거로 ‘그레이 총선’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라며 “이번 설문조사를 통해 그레이 투표자는 명실상부한 기후투표자층으로 분류됐으니, 앞으로 이들이 기존의 정당 성향을 넘어 얼마나 많이 기후 투표를 하게 될지 관심 있게 지켜봐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관후 건국대학교 교수는 17개 시도 67개 권역의 지역구를 조사하여, 기후 선거구를 선정했다. 이관후 교수는 “기후정보 인지는 서울 유권자가 높았으나, 기후 민감도는 전남이 1위를 차지했다”며 “특히 폭염, 홍수 등 기후위기에 대한 개인 경험이 높은 경우에 기후 민감도가 높은 것으로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이관후 교수는 “이번 조사를 통해 지역별 기후 인지도와 민감도, 관심도 높은 기후 정책과 지역민의 입장 등을 확인할 수 있었다”며 “지금까지는 정교한 지도 없이 많은 선거를 치러왔는데, 이제는 정교한 지도를 들고 임하는 선거로의 첫발을 뗐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지역별 특성에 대해 설명했다. 예를 들어, 기후 유권자의 비중이 가장 많았던 전남은 에너지 문제에 대한 인식에 있어서 청정에너지 전환 가속화, 재생에너지 확대, 원전의 수명 연장 및 신규 원전 건설 반대, 석탄발전소 조기폐쇄와 같은 의제에 가장 적극적이었다. 기후 유권자 비중이 많은 권역은 4곳으로 고흥군, 보성군, 장흥군, 강진군으로 나타났다.
2위는 서울로 은평구, 서대문구, 마포구가 기후 선거구로 확인됐다. 서울은 쓰레기 감축 문제의 해결, 컵 보증금제에 대한 지지도가 높았다. 다만, 서울은 전기 생산지가 아닌 수요지로서 전기요금단가 차등화 제도의 찬성률이 타지역보다 낮은 편이었다. 이관후 교수는 “이런 특성들을 본다면, 서울시는 쓰레기 문제의 해결과 에너지 자립도를 빠르게 높여서 전기요금을 낮추는 방향의 정책을 우선해야 함을 확인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시민사회, 구체적 정책 제시 우선…기후 렌즈로 낙선⋅낙천 운동 계획
시민사회 패널들은 기후선거가 이뤄지려면, 구체적인 정책이 먼저 제시돼야 한다고 입을 모았다.
김상철 기후위기비상행동 정치특위 위원장은 “오늘 발표된 기후 유권자와 선거구가 주는 시사점은 구체적인 기후의제가 있는 지역에서 기후 선거구가 나온다는 점이다. 기후를 구체적인 의제로 만들어야 한다. 경제와 사회에서 마주해온 익숙한 의제들을 기후위기라는 프레임으로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이지현 참여연대 사무처장은 “양당 정치의 피로감으로 기후 정치가 파고들 여지가 있다고 생각한다. 중앙이 제시할 정책과 지역 맞춤형 전략을 패키지로 제시해서 기후 선거의 동력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이 사무처장은 “2000년 첫 낙천⋅낙선 운동을 시작으로 5번의 총선에서 운동을 실행해 왔는데, 이번에는 기후 정의도 중요한 모니터링 관점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정규석 한국환경회의 운영위원은 “기후위기 대응에서 한국은 정파성이 존재하지 않는다. 거대 양당은 기후 위기에 대해 큰 차이를 보이지 않는다. 정당이나 국회의원 중 기후위기를 부추기는 정책과 입법활동을 하는 경우에는 적극적으로 낙천⋅낙선 운동을 실행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치권, 기후의제 수호자를 국회로…정당 간 연합 정치 필요
집담회 패널로 참여한 4개 당의 정치인들은 기후 의제를 최우선에 두는 후보자를 선출하고, 기후를 중심으로 연합 정치를 수행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냈다.
이탄희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은 “현실정치는 의제 우선순위의 전쟁으로 21대 국회가 기후위기 대응에서 부족하다고 느낀다면, 이 의제를 수호하는 의원들이 부족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이탄희 의원은 “기후위기 의제를 수호하는 후보자와 정당이 22대 국회에 진출해야 하며, 국회 내에서 연합정치를 수행해야 한다”며 “여러 당의 연합 정치의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사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혜영 정의당 국회의원은 “국회기후위기특별위원회의 소수정당 의원으로서 기후 의제를 최상의 아젠다로 올리기 위해 노력했지만, 21대 국회가 책임감 있는 성과를 내지 못했는지에 대한 반성과 성찰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장혜영 의원은 지난 대선을 앞두고 기후 공약을 고려했다고 응답한 고(高)관여층 100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설문조사의 결과도 공유했다. 장 의원은 “20대 대선에서 기후 공약을 고려했다고 답했지만, 어떤 공약을 기억하냐고 물으니 1000명 중 700명이 답을 하지 못했다”며 “정치권이 명확한 공약을 제시하는 것을 더불어 풀어야 할 숙제들이 있음을 확인했다”고 전했다.
김혜미 녹색당 부대표는 “녹색당은 당명처럼 기후위기 의제에 관심을 가진 사람들이 모여 창당했다”며 “기후위기라는 중대한 사안 앞에 국가의 장기적 과제와 시민들의 목소리가 후순위로 밀리고 있으며, 지역구 선거는 기후위기 대응에 관한 구체적인 대안과 사례를 만들 기회가 될 것”이라고 평했다.
정혜림 국민의힘 영입인재는 “한 달 전에 에너지환경 전문가로 국민의힘 2차 영입인재로 영입됐다. 국민의힘 의제에는 그동안 기후위기가 최우선으로 올라오지는 않았는데, 한 정당만의 문제는 아니었다”라며 “한국에너지기술연구원과 국내 대기업에서 국가의 기술 R&D, 산업 전환 연구를 수행해 왔기에, 기후위기를 슬로건이 아닌 현실의 문제로 바라보고 있으며 당의 중요 의제로 올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