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이사회, 강제노동 제품 금지법안 채택… 입법 최종 절차 돌입
26일(현지 시각) 유럽이사회가 유럽연합(EU) 역내 시장에서 강제노동에 의한 제품 판매 금지 법안에 대한 입장을 채택했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따르면, 2021년 기준 강제노동 인구는 약 2760만명에 이른다.
EU, 공급망 실사 지침 합의 이어 강제노동 금지법 제정에도 속도
EU가 강제노동 방지 대책 강화에 나섰다. 2023년 12월 EU 공급망 실사 지침(CSDDD)에 잠정 합의한 데 이어, 26일(현지 시각) 이사회가 강제노동 제품 판매 금지안에 대한 입장을 확정한 것이다. 해당 법안은 EU 집행위원회가 2022년 9월 발의하고 유럽의회는 2023년 11월 입장을 확정한 바 있다. 입법 3대 기관이 모두 협상안을 확정하면서, 최종 입법을 위한 3자 협의가 속도를 낼 전망이다.
유럽이사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3자 협의에서 “법안 적용 범위를 명확히 할 것, 금지 대상 품목에 원격 판매를 통한 제품도 포함시킬 것, 강제노동 여부 조사 및 입증과 관련된 집행위원회의 책임을 강화할 것, 조치 수준을 국제표준과 EU 법령에 부합하도록 조정할 것” 등을 요구하겠다고 밝혔다.
벨기에 부총리 겸 경제고용부 장관 피에르 이브 데르마뉴(Pierre-Yves Dermagne)는 “21세기에 노예제와 강제노동이 여전히 세상에 존재한다는 것은 충격적”이라며 “이러한 끔찍한 범죄를 중단시키기 위한 첫 번째 단계는 노동자를 착취하는 기업의 비즈니스 모델을 깨는 것”이라고 밝혔다. 데르마뉴 장관은 이번 규제안을 통해 EU 산이든 수입산이든 EU 역내 시장에서 강제노동으로 인한 모든 제품의 유통을 막을 것이며, 각 입법 기관은 이번 임기가 끝나기 전에 협상을 마무리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시민단체 보고서, 기업의 실사 여부 등으로 강제노동 여부 판단…
집행위 권한 강화하고 소기업 지원책도 포함시켜
이번 법안은 ILO가 정의한 강제노동에 의해 생산된 제품이 EU 시장에 판매되거나 EU로부터 제3국에 수출되는 것을 금지하고 있다. 강제노동 여부 판단을 위한 데이터로는 시민단체의 보고서, 강제노동 위험 지역 및 제품에 대한 데이터베이스, 기업의 강제노동 실사 의무 이행 여부 등이 활용된다.
만일 강제노동 의혹이 제기됐을 경우, 당국은 해당 기업에 정보를 요청하거나 EU 역내외에서 검사 및 조사를 실시할 수 있다. 이 과정에서 강제노동이 동원된 것으로 확인되면 해당 제품은 EU 시장에서 철수해야 하며 판매 및 수출 금지 명령을 받게 된다. 금지 품목에 대한 수출 수입 관리ㆍ감독은 관세청이 수행한다.
이사회는 이번 협상안에 소기업을 위한 지원책도 포함시켰다. 기업 및 강제노동의 규모를 고려한 후 공식 조사에 들어가겠다는 조항을 삽입하고, 구체적인 법적 지원도구 제공도 약속한 것이다. 조사가 더 엄격하고 신뢰성을 가질 수 있도록 집행위원회의 역할 및 책임도 강화했다.
이사회는 이번 협상안에서 강제노동의 조사 필요성이 EU 밖에서 발생할 경우, 해당하는 제3국 정부에 검사를 요청할 것도 명시했다. 만일 제3국 정부가 이를 거절할 경우, 협력 부재로 간주하여, 문제가 되는 제품의 다른 정보를 바탕으로 강제노동 여부를 평가하게 된다.
EU의 입법 절차는 집행위원회가 법안을 제안하면 의회와 이사회의 승인을 거쳐 법률 채택 순으로 이어진다. 이사회는 보도자료를 통해 이번 안에 대한 공식 입장을 최종 확정했으며, 입법 절차를 위한 기관 간 협상을 가능한 한 빨리 추진할 것이라고 밝혔다.
EU가 강제노동 금지 법안에 속도를 내면서, 서구사회와 중국과의 관계는 더욱 경색될 수도 있을 것으로 보인다. 실제로 한국무역협회(KITA)는 2022년 9월 유럽 집행위원회가 이번 법안을 발의한 것을 두고, 신장 자치구에서 강제 노동 의혹을 받고 있는 중국과의 무역 긴장이 더욱 고조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한편 미국은 2022년 6월 신장 지역에서 생산된 모든 제품의 수입을 전면 금지하는 법안을 제정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