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증권시장청, SDGs 펀드에 그린워싱 의혹 제기

2024-02-05     이재영 editor

유럽증권시장청(ESMA)이 임팩트 펀드에 그린워싱(Greenwashing) 의혹을 제기했다. 

ESMA는 1일(현지시각) 발표한 '임팩트 투자 - SDGs 펀드는 약속을 이행하고 있는가(Impact investing – Do SDG funds fulfil their promises?)'보고서에서 사회와 환경에 유익한 영향을 준다고 주장하는 임팩트 펀드가 실질적으로 비(非) 임팩트 펀드와 크게 다르지 않다고 분석했다.

ESMA는 유럽연합(EU)의 금융 규제기관이다.

ESMA가 보고서를 발간, 임팩트 투자에 그린워싱 의혹을 제기했다. / ESMA

EU, 금융상품에도 그린워싱 방지 대책 강화

지속가능성, 친환경주의, ESG 경영이 화두가 되면서 그린워싱 문제가 증가하고 있다. 그린워싱이란 기업들이 자금 조달이나 기업 이미지 개선을 위해 친환경 경영을 위장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세계 주요 당국과 감독기관들은 금융상품 및 서비스에 있어서도 그린워싱 규제를 본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다. 

기후 정책에서 리더십을 갖고 있는 EU 또한 금융규제당국인 ESMA가 나서 금융상품의 그린워싱 방지 노력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 2022년 11월에는 ESG 펀드의 워싱 방지를 위한 가이드라인을 제시, ‘ESG’ 용어를 사용하는 펀드는 투자의 80% 이상을 환경이나 사회 부문에 투자해야 한다고 명시하기도 했다. ‘지속가능성’ 관련 용어를 사용하는 펀드는 투자 포트폴리오의 50~80%를 EU의 지속가능금융공시규제(SDFR)가 정의한 지속가능 섹터로 구성해야 한다. 

또한 ESMA는 2022년 8월에는 보고서를 발표, 그린워싱 방지를 위해 ESG 벤치마크 라벨의 도입 필요성을 제기하기도 했다. EU 벤치마크 규제(BMR,  Benchmarks Regulation)는 EU가 2018년 도입한 금융거래제도 관리법으로, 일정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금융지표는 금융거래 기준으로 사용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다. ESMA는 이러한 벤치마크 규제에 ESG도 포함시켜 워싱 위험을 방지하자는 것이다. 

 

SDGs 펀드, 비 SDGs 펀드와 투자 행태 큰 차이 없어…

UNGC 기업 가입 수, 지속가능성 기여 압박 심해진 2020년 이후 급증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ESG 펀드가 이름값을 못한다는 분석이 나왔다. ESMA가 환경과 사회에 유익한 ‘영향’을 끼친다고 주장하는 EU 전역의 187개 펀드가 실제 투자자와의 약속을 지키고 있는지 의심스럽다는 내용의 보고서를 발간한 것이다. 

보고서는 임팩트 투자의 효과를 측정하기 위해 유엔의 지속가능발전목표(SDGs)를 활용했다. SDGs는 17개 목표와 248개의 지표로 구성돼 있으며, 임팩트 메시지를 전달할 때 사용되는 대표적인 프레임워크 중 하나다. 임팩트 펀드를 정의하기 위한 보편적인 기준이 없기에, SDGs에 기여하겠다고 명시한 펀드를 집계, 그 투자 상세를 분석한 것이다.

2022년 12월 기준 투자리서치기관 모닝스타 데이터에 따르면, 포트폴리오 보유 시점이 2021년 이전이고 보유 자산이 최소 3개 이상인 EU 소재 금융상품을 분류해본 결과, 187개의 SDGs 펀드가 집계됐다.   

보고서에 따르면, SDGs 펀드 규모는 2023년 9월 740억유로(약 106조5696억원)로, 그 규모가 지속 증가하고 있다. 최근에는 다른 ESG 펀드와 같이 주춤한 추세를 보이지만, 2020년과 2021년 사이에는 그 규모가 무려 3배 이상 급증하기도 했다. 

SDGs 펀드 규모 추이. 2020년과 2021년 사이 3배 증가했다.

보고서는 이 시기 펀드 증가의 배경으로 세계 최대 지속가능성 이니셔티브 유엔 글로벌 콤팩트(UNGC, United Nations Global Compact)에 가입한 기업 수 추이를 주목했다. SDGs 펀드의 급증 시기는 민간 부문에도 지속가능성 기여 압박이 강화되던 시기다. 실제로 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2월 기준 UNGC 가입 기업 2만1977개 중 절반 이상은 2020~2023년 초에 가입했다. 이는 해당 시기 기업의 워싱 가능성을 나타내는 지표일 수도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UNGC 참여 기업들은 투자 포트폴리오에서 SDGs 펀드와 비 SDGs 펀드를 크게 구분하지 않고 있었다. 게다가 SDFR의 주요 악영향(PAI, Principle Adverse Impact. 투자의 지속가능성 요소에 미칠 수 있는 부정적 영향) 지표인 PAI 공시 기준으로 보면, 오히려 SDGs 펀드의 온실가스 배출량이 비 SDGs 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결론적으로 보고서는 SDGs 펀드가 비 SDGs 펀드 대비 크게 다를 것이 없다는 결론을 도출했다. 2020년에서 2023년 사이 지속가능성에 기여한다고 주장하는 펀드는 3배 이상 늘어났지만, 유의미한 영향력은 미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여전히 SDGs 펀드는 작은 시장이다. 전체 EU 펀드 시장에서 약 1%에 불과하다. 그러나 펀드가 내세우는 기치에 따라 정당하게 투자가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투자자에게 위험을 초래할 뿐 아니라 막대한 재원을 필요로 하는 지속가능개발 추진을 위한 신뢰성도 잃어버릴 수 있다.  

보고서는 기업들의 보유자산 측면에서 SDGs 펀드와 비 SDGs 펀드 간에 큰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지만, 유의미한 구분을 위해 명확한 요건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또한 SDGs 펀드가 초기 시장인 만큼 민간의 다양한 목표를 통합할 수 있는 공통된 보고 기준을 정립해야 한다고도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