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라진 메이저 정유사들…셸, 재생에너지 파이프라인 줄이고 주주 배당금 늘려

2024-02-05     유미지 editor
셸이 2023년 4분기 실적을 발표하면서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줄이고 주주배당금을 높이겠다고 전했다./ 셸

지난 1일(현지시간) 셸이 2023년 4분기 실적을 발표했다. 셸은 액화천연가스(LNG) 호조에 힘입어 2023년 280억달러(약 37조720억원)의 이익을 보았다고 발표했다. 그 결과 230억달러(약 30조4520억원)를 주주들에게 반환했으며 배당금을 4% 인상할 것이라고 전했다. 4분기 보고서에 따르면 셸은 2024년 1분기 동안 자사주 매입을 통해 투자자들에게 35억달러(약 4조6300억원)를 돌려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셸은 4분기 조정 수익 73억달러(약 9조7000억원)를 기록하며 한해를 마감했다. 이는 애널리스트들이 예상한 60억달러(약 8조원)를 초과한 액수이지만 전년 같은 시기 수익인 98억달러(약 13조원)보다 감소한 실적이다.

4분기의 LNG 거래 실적 호조는 정제 및 석유 거래 실적 부진을 상쇄하는 데 도움이 된 반면 화학제품은 5억달러(약 6620억원)의 손실을 기록했다고 유럽 환경 미디어 에디는 전했다.

셸의 최고 경영자 와엘 사완(Wael Sawan)은 지난해 1월, 수익성이 높은 프로젝트, 꾸준한 석유 생산량 및 천연가스 생산량 증가에 초점을 맞추는 셸의 전략을 개편하겠다고 약속하며 취임했다. 배출량을 줄이고 저탄소 기술에 대한 투자를 늘리려던 것이었으나 최근 이를 번복하고 저탄소 솔루션 부문에서 200명의 직원을 감축하는 등 대대적인 조직 개편을 진행했다.

이러한 셸의 움직임으로 보았을 때 재생에너지 투자를 늦추고, 주주 배당금을 늘릴 것으로 예상된다. 

 

빅오일 기업들, 재생에너지에서 에너지 생산 증가로 우선순위 바뀌는 중

분기별 보고서를 통해 셸의 재생에너지 파이프라인이 3분기보다 4분기가 더 축소되었음을 확인할 수 있다.

로이터 통신은 셸의 우선순위가 바뀔 가능성이 있다며 그 징후로 2023년 그룹의 재생에너지 및 에너지 솔루션 부문 지출이 전년 대비 23% 감소한 27억달러(약 3조 5700억원)를 기록한 점을 들었다.

또한 2023년 총 그룹 자본 지출은 244억달러(약 32조3000억원)에 달했으며 올해는 220억달러(약 29조1300억원)에서 250억달러(약 33조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사완 CEO는 "2024년에 접어들면서 더 적은 배출량으로 더 많은 가치를 제공하는 데 중점을 두고 조직을 계속 단순화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프랑스 비영리 단체인 리클레임 파이낸스(Reclaim Finance)는 셸이 ​​청정 에너지 기술보다 주주 보상에 9배 더 많은 돈을 지출하고 있는 것으로 추정했다. 리클레임 파이낸스의 설립자이자 전무이사인 루시 핀슨(Lucie Pinson)은 지속 가능성을 생각하는 투자자들에게 이 점을 지적할 것을 촉구했다. 그녀는 “금융 관계자들은 더 이상 이러한 결정을 지지해서는 안 되며 회사가 새로운 분야 개발을 포기하고 탄화수소 생산량을 크게 줄일 때까지 셸에 대한 추가 지원을 중단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달라진 정유사들의 태도

이같이 달라진 태도는 단연 셸만의 문제는 아니다. BP 투자자들은 주가가 떨어졌다며 재생에너지에 대한 투자를 줄이라고 주장했고, 셸 역시 에너지 전환보다는 투자자들의 배당금 전환에 더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다. 엑손모빌은 주주총회 전부터 행동주의 투자자들이 주주 안을 올리지 못하도록 고소까지 하는 강력한 조치를 취하기도 했다.

또한 엑손모빌이 셰일오일 시추업체인 파이어니어 내추럴 리소시스를 인수한데 이어 셰브론 역시 석유시추기업인 헤스(Hess)를 인수해 석유 및 천연가스 생산량을 40% 늘릴 예정이라고 전했으며 토탈에너지는 지난 10월 CNBC와의 인터뷰를 통해 “자본 지출의 약 3분의 1을 저탄소 기술에 할당했으며 나머지는 석유 및 가스에 지출했다”라고 말했다.

엑손 모빌과 셰브론은 2월 2일(현지시간)에 2023년 실적을 발표하고, 다음 주에는 BP와 토탈에너지가 그 뒤를 이을 예정이다. 추후 이어질 보고들이 대기하고 있는 가운데 빅오일 기업들이 어떤 행보를 보일지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