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르웨이 국부펀드, 이사회 다양성 요구하지만...기업 반발에 긴장

2024-02-09     유미지 editor
노르웨이 국부펀드 대표가 다양성을 미국 조직의 이사로 끌어올리려는 움직임에 대한 반발 조짐이 커질까 우려를 드러냈다. / NBIM 책임 투자 2023  기자간담회 영상 캡처

1조6000억달러(약 2133조원) 규모의 노르웨이 국부펀드(NBIM) 대표가 지난 7일(현지시간) 다양성을 미국 기업으로 끌어올리려는 움직임에 대한 반발 조짐이 커지는 것에 대한 우려를 드러냈다고 로이터 통신이 보도했다.

노르웨이 국부 펀드는 회사 이사회에 더 많은 여성을 배치하기 위해 추진하고 있다고 ‘책임 투자 2023 정부 연기금 글로벌(Responsible investment 2023 Government Pension Fund Global)보고서를 통해 밝힌 바 있다.

유럽은 2021년부터 이사회의 30% 미만이 여성인 경우 기업에 대상을 고려하도록 하고 있다. 2026년 중반부터는 비상임 이사의 최소 40%를 여성으로 두도록 하는 여성 임원 할당제가 시행될 예정이다. 선진국에서는 회사가 최소 2명의 여성 이사진을 보유하고 있지 않을 경우 이사회에서 반대표를 던진다. 일본에서도 이사회 등기임원 직무능력에 ESG를 추가하고 최소 1명의 여성을 보유하려는 노력을 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노르웨이 국부펀드의 CEO 니콜라이 탕겐(Nicolai Tangen)은 일부 미국 투자자들이 조직의 다양성 이니셔티브에 대한 반발 가능성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탕겐 CEO는 최근 하버드대에서 발생한 흑인 최초의 총장인 클로딘 게이(Claudine Gay)가 사임한 것을 염두에 둔 듯 보인다. 비평가들은 클로딘 게이 전 총장의 임명이 자격보다는 다양성 목표에 더 많은 영향을 받았다고 주장한다. 이 사건은 다양성이 능력주의를 훼손한다는 비난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노르웨이 국부펀드는 전 세계 8800개 이상의 기업에 투자하며 전 세계 상장 기업의 평균 1.5%를 보유하고 있다. 중앙은행 단위로 관리되는 이 기금은 석유 및 가스 생산으로 인한 주정부 수입을 전 세계 주식, 채권, 부동산 및 재생 가능 프로젝트에 투입한다. 이 기금을 통한 노르웨이 시민 1인당 몫은 어른과 어린이를 포함해 약 28만1000달러(약 4억원)다.

탕겐은 로이터 통신에 "이사회에 다양한 이사를 두는 것이 더 나은 논의로 이어지고 따라서 더 나은 결정으로 이어진다”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이사회에서 다양성을 원하는 데는 그럴 만한 이유가 있으며, 이에 반대한다는 것은 앞으로 나아가지 못하도록 방해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국내 100대 기업 여성 사외이사, 지난해 100명 첫 돌파

유니코써치가 2023년 기준 국내 100대 기업 사외이사 현황 분석한 결과 기업 내 여성 사외이사의 수가 처음으로 100명을 넘긴 것으로 나타났다./ 유니코써치

지난 7일 글로벌 헤드헌팅 전문기업 유니코써치는 ‘2023년 기준 국내 100대 기업 사외이사 현황 분석’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대상 100대 기업은 상장사 2022년 별도 재무제표 매출액 기준이고 사외이사 현황은 지난해 3분기 보고서 및 같은 해 반기보고서를 참고했다고 유니코써치는 전했다.

그 결과 국내 100대 기업 내 여성 사외이사는 지난 2020년 총 사외이사 비율 7.9%인 35명에서 2022년 21%인 94명으로 꾸준히 증가했다. 지난해 처음으로 100명을 넘은 것으로 알려졌다.

여성 사외이사를 둔 기업도 늘었다. 지난 2020년에는 100곳 중 30곳에 여성 사외이사가 있었으나 2023년에는 88곳으로 증가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이사회에 다양성을 부여하는 법을 제정한 유럽처럼 국내도 자본시장법 개정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고 있다. 지난해 8월 개정된 자본시장법은 자산 2조원이 넘는 기업에서는 이사회를 구성할 때 특정 성별로만 채워서는 안 된다는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

100대 기업의 전체 사외이사를 주요 경력별로 구분하면 대학 총장이나 교수와 같은 학계 출신이 44.2%로 가장 많이 분포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고경영자(CEO)와 임원 등 재계 출신은 25.9%, 행정 관료 출신은 15.9%, 법조계 출신은 12.2%다.

100대 기업 중 지난해 3분기 보고서 기준으로 여성 사외이사가 가장 많은 곳은 사외이사 6명 중 3명이 여성인 SK 이노베이션인 것으로 나타났다.

그 외에 여성 사외이사가 2명 이상 활약하는 기업으로는 삼성전자, 현대차, SK하이닉스, 기아, LG디스플레이, S-Oil, 한국가스공사, LG화학, 삼성화재, SK텔레콤, 삼성SDI, 롯데쇼핑, LG에너지솔루션 등 총 18곳이었다고 유니코써치는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