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CBAM, 탄소배출량 감축과 개도국 경제 피해 최소화…두 마리 토끼 잡는 법
아시아개발은행(ADB)은 26일(현지 시각) 발간한 연구 보고서에서 현재 EU의 탄소국경조정 메커니즘(CBAM)이 이산화탄소 배출량을 감축하는 효과가 크지 않고, 동시에 아시아의 개발도상국 경제에는 부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비판했다.
ADB의 2024 아시아 경제통합보고서(Asian Economic Integration Report, AEIR)는 CBAM의 효과로 줄일 수 있는 전 세계 탄소배출량은 0.2%에 미치지 못하며 대 EU수출량은 전 세계 기준으로 0.4%, 아시아 기준으로는 1.1%가 감소할 것으로 예측했다.
2026년에 발효되는 CBAM은 철강, 알루미늄, 비료, 전기, 시멘트, 수소 등 6개 품목에 대해 제품 생산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 배출량에 대한 수입 요금을 우선적으로 부과할 예정이다. 이 제도는 엄격한 환경 규제가 있거나 탄소 가격이 높은 국가에서 규제가 덜 엄격하거나 가격이 낮은 국가로 생산지를 옮기는 '탄소 누출'을 억제하는 데 목적이 있다.
EU 탄소가격 200유로 아시아 확대…탄소배출량 15% 감축
아시아개발은행은 CBAM의 적용 범위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실질적인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데 한계가 있다고 분석했다.
ADB 수석 이코노미스트 앨버트 박은 성명에서 “탄소 가격 이니셔티브(CBAM)가 적용되는 산업 부문과 지역이 파편화되어 있기에 탄소누출을 부분적으로만 제한할 수 있다”며 “전 세계적으로 탄소 배출량을 크게 줄이려면 EU외의 다른 지역, 특히 아시아로 확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즉, EU의 탄소가격이 아시아 지역에서 받아들여지면 탄소배출 감축량이 커진다는 의미다. 보고서는 OECD와 ADB의 회원국이 탄소배출권거래제도(ETS)와 국경탄소조정(BCA) 정책을 모두 실행하는 전제로 시나리오 분석을 실행했다. 탄소 가격이 톤당 100 유로(약 14만원)일 때 감축되는 탄소배출량은 약 8.7%, 200 유로(약 29만원)일 때 15%가 된다.
적용범위가 확대되더라도 근본적인 산업의 변화가 동반돼야만 탄소배출량 감축의 효과를 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닐 포스터-맥그리거 ADB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산업의 생산량이 계속 증가하는 추세를 볼 때, 탄소 가격을 더 광범위하게 적용하더라도 생산 기술의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한 배출량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며 “CBAM은 2030년까지 약 140억 유로(약 20조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고 수익금은 개발도상국의 탈탄소화를 위한 기후 재원을 마련하는 데 사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CBAM 확대의 역효과…개도국, 평균 수출 감소율 3.7%
ADB가 분석한 것처럼, EU는 CBAM의 적용 범위 확대와 탄소시장의 전 세계적인 확산을 위해 태스크포스도 설립하며 적극 나서고 있다.
EU의 움직임에 따라, 아시아에서는 한국처럼 CBAM 보고에 대응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이는 국가도 있지만 중국과 인도를 중심으로 CBAM에 반대하는 움직임도 관측되고 있다. 이 국가들이 반대하는 이유는 경제적인 손해가 예상되기 때문이다.
ADB는 톤당 100유로의 탄소가격이 적용됐을 때, 개도국의 평균 수출 감소율은 1.9%, 톤당 200유로 기준으로는 3.7% 줄어들 것으로 추정했다. 국가별로는 탄소배출량이 많은 인도, 중국, 중앙 및 서아시아 국가들이 높은 세율을 부담하게 될 것이며, 중국과 한국이 각각 11.4%와 4.88%의 부가가치세를 부과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중국은 CBAM이 가난한 국가에 일방적으로 추가 비용을 부과한다는 이유로 이에 반대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중국 생태환경부 부부장(차관) 자오잉민은 최근 인터뷰에서 “글로벌 탄소시장에서의 협력이 EU의 관세보다 더 나은 선택”이라며 “중국도 국내 탄소 거래 시스템의 확장을 고려하고 있으며 가능한 빠른 시일내에 국가 탄소시장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산업별로 보면, 인도는 철⋅금속 산업(787%)이 제품 가격 면에서 가장 큰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되며, 광물 제품(161%), 전기(159.7%), 석유화학(29.4%), 비철금속(23%) 등의 부문이 그 뒤를 이을 것으로 전망된다.
로이터에 따르면, 인도는 CBAM이 세계 무역을 제한한다는 명목으로 WTO 회의에서 문제를 제기하겠다고 밝혔으며, 유럽에 수출하는 상품 중 CBAM이 적용되는 제품군에 대해 자체 탄소세를 적용하는 방안을 고려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배출량 감축과 개도국 피해 최소화…두 마리 토끼 잡는 법
ADB는 탄소 배출량 감축과 개도국 경제의 피해 최소화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기 위해서는 규제의 단순화와 인센티브 정책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보고서는 해결책으로 ▲기후 친화적 제품과 서비스의 무역을 장려하는 정책 시행 ▲환경 규제 및 표준 지원 ▲친환경 기술 이전 촉진 ▲녹색 인프라 및 투자 촉진을 위한 정부 및 국제기구 지원을 제시했다.
ADB는 특히, 제품과 서비스에 내재된 배출량(Embedded Emissions)을 효과적으로 추적할 수 있는 보편적 회계 프레임워크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프레임워크는 탄소 배출량의 측정⋅보고⋅검증(MRV) 및 규제를 용이하게 하고, 보편적 접근 방식을 통해 무역 관련 기후 정책의 맥락에서 전 세계 및 국내 탄소 누출을 방지하는 데 도움이 된다.
ADB는 이 프레임워크가 소기업이나 개발도상국의 경제에 큰 피해를 주지 않도록 지나치게 복잡하게 구성해서는 안되며, 글로벌 협력을 통해 개발이 이뤄져야 한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