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의 히트펌프 판매 15년만에 감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때 유가가 급등해서 판매가 늘었던 히트펌프가 유럽에서 15년 만에 감소세를 보였다고 가디언과 유랙티브가 27일(현지시각) 보도했다.
가스 가격 하락과 금리 상승으로 경쟁력 떨어져 판매도 감소
로비 단체인 유럽히트펌프협회(EHPA)에 따르면 대부분의 히프펌프 제조사는 2023년에 전년도에 비해 더 적은 수의 히트펌프를 판매했다. 데이터가 존재하는 14개 국가의 총판매량은 5% 감소했으며, 이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천연가스 가격이 급등했던 2022년에 정점을 찍은 성장 가속화 추세를 거스르는 것이라고 한다.
EHPA의 토마스 노박(Thomas Nowak) 대표는 EU에 더 많은 히트펌프를 설치하는 계획을 마련하자고 촉구했다.
천연가스 가격 하락과 이자율 상승으로 지난해 히트펌프의 판매량은 이탈리아에서 36%, 핀란드에서 42%, 폴란드에서 46% 감소했다. 게다가 일부 회원국은 정부 지원도 삭감했다.
반면, 판매량이 늘어난 국가도 있다. EHPA 계산에 포함되지 않은 영국에서 새로 발표된 수치에 따르면 작년에 판매가 4% 증가했다. 2023년 히트펌프 판매량이 59% 증가한 독일도 시장이 성장한 EU 6개 국가 중 하나다. EHPA는 판매량 증가의 원인으로는 이전에 주문하고 대기 중이었던 고객들의 제품이 출고되고 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이 효과는 2023년 하반기까지 계속된 것으로 확인된다.
유럽의 저렴한 천연가스 가격으로 인해 히트펌프의 효율성은 빛을 발하지 못했다. 2월 현재 천연가스 가격은 메가와트시(MWh)당 30유로(약 4만3330원) 미만으로 거래되어 소비자 가격은 MWh당 60~80유로(약 8~11만원) 사이다. 히트펌프 작동에 필요한 전기료는 MWh당 약 300유로(약 43만원)로, 전문가들이 히트펌프를 구입의 적기로 꼽는 가스보일러와 히트펌프의 전기료가 2.5배 차이나는 시점과는 거리가 먼 상황이다.
현재 속도로는 히트펌프 보급 목표 달성 어려워
유럽연합 집행위원회는 2030년 말까지 약 6000만 개의 히트펌프를 보급하려고 했지만 현재 설치 속도인 연간 약 300만 대로는 2030년까지 약 4500만 개에만 도달할 것이라고 청정에너지 싱크탱크(Regulatory Assistance Project)의 애널리스트 던칸 깁(Duncan Gibb)이 가디언에 말했다.
한편, 히트펌프 업계 역시 2024년 1분기에 발표될 예정이었던 실행 계획을 연기하기로 한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의 결정에 실망했다는 입장이다. 유럽 히트펌프 업계의 가장 큰 우려는 위원회의 정책에 대한 명확성이 부족하여 계획과 예측이 불가능하다는 점이라고 아일랜드 히트 펌프 제조사 글렌 디플렉스(Glen Diplex)의 로웨나 로드리게즈(Rowena Rodrigues)가 말했다.
신형 히트펌프 모델은 가스보일러보다 에너지 효율이 3~5배 더 높지만 초기 구매 비용이 더 많이 드는 것이 단점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히트펌프가 안전하고 지속 가능한 난방을 위한 세계 전환의 핵심 기술이지만 건물의 전 세계 난방 수요의 10%만을 충족한다고 밝혔다.
가디언에 의하면, 영국 가정의 1%만이 히트펌프를 갖추고 있지만, 영국 정부의 기후 목표를 달성하려면 향후 25년 이내에 약 80%의 가정에 히트펌프가 설치되어야 한다.
또한, 유랙티브에 따르면, 수요 급증을 기대하며 투자한 유럽 히트펌프 생산업체들은 지금까지 총 3000개의 일자리를 감축했다. EHPA는 히트펌프 실행 계획의 지연과 소비자 불확실성, 휘발유 가격 하락과 함께 일자리 삭감 및 수요 부진을 비판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