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공급망실사법, 세 번째 연기...3월7일 마감 지킬 수 있을까

2024-02-29     송준호 editor

EU 기업지속가능성실사지침(CSDDD)이 또다시 이사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CSDDD가 유럽 의회의 최종 표결에 부쳐지려면 유럽연합 이사회를 구성하는 27개 국가 중 15개 국가가 동의를 해야 하지만, 28일(현지 시각) 13개 회원국이 기권하고 1개국이 반대표를 던졌다고 로이터 통신은 전했다.

CSDDD는 이로써 세 번의 좌절을 겪게 됐다. EU 이사회는 통과 가능성이 희박해지자 2월 9일 의제에서 이 안건을 철회했고, 2월 14일 회의에서도 의제에 잠시 올랐지만 곧 삭제됐다. 28일에도 역시 안건으로 올라왔으나 독일과 이탈리아, 프랑스를 주축으로 한 회원국의 반대로 결국 합의에 이르지 못했다.

약 2주 안에 돌파구를 찾지 못하면, 이 법은 6월에 있을 EU의회 선거까지 보류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에 따르면, CSDDD가 선거에 앞서 채택되려면 유럽의회가 3월 15일까지 이를 승인해야 한다. 법안이 유럽의회 법사위원회에서 통과되는 일정까지 고려하면 3월 7일까지는 마무리돼야 한다.

벨기에는 성명을 통해 의회와 협의해서 EU 회원국들의 우려를 해소할 수 있을지 여부를 판단하겠다고 전했다.

이미지=픽사베이

 

독일, 추가적인 공급망 지침 필요하지 않아...

프랑스는 CSDDD 유명무실화하는 완화안 제기 

CSDDD 좌초에 가장 큰 영향을 미쳤던 회원국은 독일이다. 25일(현지 시각) 로이터 등 외신에 따르면, 독일 재무장관 크리스티안 린드너(Christian Lindner)는 "지금은 추가적인 공급망 지침이 필요할 때가 아니다"라며 CSDDD를 노골적으로 비판하고 나섰다.

이사회는 2022년 말 지침에 대한 입장을 채택하고 2023년 12월 의회와 CSDDD에 합의했지만, 독일은 이 규정이 관료주의적이어서 기업에 부담을 줄 것이라는 이유로 이를 지지하지 않겠다고 발표했다. 독일의 입장 표명이 있은 후 지난달 이사회 승인 투표가 연기됐다.

독일이 포문을 열었다면, 프랑스는 마침표를 찍었다. 프랑스는 CSDDD의 적용 범위를 직원 수 500명이 아니라 5000명 이상의 기업에만 적용하도록 대폭 축소시켜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했다. 이 제안이 적용될 시 기존에 실사 의무가 있던 기업의 약 80%가 의무에서 제외될 것으로 지속가능성 미디어 ESG투데이는 전했다.

 

CSDDD는 관료주의 유산 아냐...

“단기 이익을 위해 지속가능성을 포기한 결정은 추악한 일”

ESG와 지속가능성 관련 비영리 단체들은 이사회의 결정에 실망감을 표했다.

 세계자연기금(WWF)의 우쿠 릴레발리(Uku Lilleväli) 지속가능 금융정책 책임자는 “21세기에 일부 유럽 의원들이 단기적인 이익을 앞세워 기업이 인권과 환경 보전에 대한 책임을 무시하는 것을 허용한다는 결정은 추악한 일”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이 법은 불필요한 관료주의로 기업에 부담을 주는 게 아니라 공정한 경쟁의 장을 확보하고 기업이 정보에 입각하여 책임있는 방식으로 필요한 (탈탄소) 전환을 탐색하도록 돕는 데 목적이 있다”고 덧붙였다.

셰어액션의 EU정책 책임자인 이사벨라 리터(Isabella Ritter)는 "오늘 이 법안을 막은 사람들은 노동자 착취와 환경 파괴에 무관심한 태도를 보였다”며 “이들은 지구와 인류의 안녕보다 내부의 정치적 투쟁을 우선시했으며, 이는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전 세계가 지켜보고 있으며 EU의 신뢰와 리더십이 위태로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