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리 가격 상승 압박… 원인은 안전 규칙 위반 등 ‘인권 이슈’
1일(현지 시각) 로이터가 칠레의 국영 구리생산업체 코델코(Codelco)의 생산량 급감의 원인으로 안전 규칙 위반과 유지보수 인력 부족 등 인권 문제가 있다고 보도했다.
구리는 전기차, 풍력 터빈, 태양광 패널 등의 제조에 쓰이는 주요 광물로 재생에너지 시대의 석유라 불린다. 최근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 칠레의 생산량 감소로 가격 상승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지난 1월 2일 (현지 시각) CNBC는 구리 가격이 공급 차질과 전 세계적인 에너지 전환 추진으로 인한 수요 증가로 2025년까지 75% 이상 급등할 것이라고 보도한 바 있다.
구리, 최근 생산량 급감으로 가격 상승 압력 커져
구리의 가격 상승 압박이 커지고 있다. 글로벌 에너지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수요가 나날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공급도 순탄하지 않다.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 칠레의 생산량이 20년 만에 최저치를 기록했기 때문이다. 13일(현지 시각) 칠레구리위원회(Cochilco)가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3년 칠레 구리 생산량은 약 525만톤으로 2022년 532만톤 대비 약 1.4% 감소했다. 이는 관련 통계가 발표되기 시작한 2003년 이후 가장 낮은 수치다.
이 같은 생산량 급감의 배경에는 칠레 국영기업이자 세계 최대 구리업체로 꼽히는 코델코의 생산 부진이 있다. 칠레 전체 구리 생산량의 4분의 1을 책임지는 코델코의 지난해 생산량은 142톤으로, 2003년 이후 가장 적은 수치를 기록했다.
1일(현지 시각) 로이터는 문제의 원인 중 하나로 PMCHS 프로젝트의 인권 문제를 지목했다. PMCHS 프로젝트는 세계 최대 노천 구리 광산 추키카마타(Chuquicamata) 광산을 지하화하기 위한 50억달러(약 6조6610억원) 규모의 프로젝트다. 지하화를 통해 광산의 구조를 바꿔 광산 수명 연장과 작업 효율성 제고, 생산량 증대 등을 목표로 한다.
로이터는 보도에 따르면, PMCHS 프로젝트에서 재정 문제, 근로자 부상, 심지어 사망 사고까지 발생했음에도 경영진은 책임지지 않았다.
코델코, 통제 메커니즘 위반... 기상 이변도 생산량 급감에 영향
칠레의 광산 규제 당국 지질광업국(Chile's Sernageomin mining regulator)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코델코는 2021년 이후 29차례의 제재를 받았으며, 치명적인 사고는 총 7건 발생했다고 밝혔다. 사고 대부분은 일반적인 채굴 작업이 아닌 PMCHS 프로젝트 건설 중 일어났다. 지질광업국 측은 사고의 공통적인 원인으로 통제 메커니즘(control mechanisms) 위반을 지적했다.
통제 메커니즘은 기업 거버넌스에 필수적인 요소로, 권력 남용, 이해 상충, 비윤리적 행위 방지를 목적으로 한다. 일반적으로 외부 요인이나 담당 인력의 감시에 의해 시행되는 제어 수단을 말한다. 구체적으로는 규정, 정책, 절차, 시스템, 외부 감사, 감독 체제 등이 있다.
코델코 회장 막시모 파체코(Maximo Pacheco)는 사고의 원인으로 코로나19 사태를 꼽았다. 팬데믹으로 발생한 공급망 문제와 인력 부족으로 적절한 유지보수가 이루어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수명이 다 된 장비들이 사용된 것도 문제다. PMCHS 프로젝트와 다른 4개의 프로젝트가 동시에 추진되자 장비 수요가 높아지면서 폐기해야 할 장비들도 일선에 계속 투입된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근로자는 광산에 있는 대형 채굴 트럭 10대 중 4대만이 정상 가동 중이며, 공기 중 미세먼지나 이물질이 많아 기계들이 자주 고장이 난다고 밝혔다.
기상 이변도 어려움을 더했다. 2023년 발생한 국지성 폭우로 채굴 가능한 날이 줄어들면서 생산량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프로젝트 비용도 늘어났다. PMCHS 프로젝트 완공 일정이 지연됐기 때문이다. 당초 완공 예정 시기는 2017년이었지만, 코로나19 등의 사태로 인해 2025년까지 연기됐다. 지난 1월 8일(현지 시각) 파체코 회장은 PMCHS 프로젝트에 7억2000만달러(약 1조원)를 추가로 투자할 것이라고 밝힌 바 있다.
익명을 요구한 또 다른 근로자는 경영진이 광산의 지질학적 구조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것도 큰 원인이라고 지적했다. 2019년에 PMCHS 프로젝트를 인수한 경영진이 기존에 운영하던 다른 광산에 비해 추키카마타 작업장의 모래 입자가 더 곱고 부드럽다는 사실을 간과했다는 것이다.
산티아고 소재 광산 컨설팅기업 플러스마이닝(Plusmining) 대표 카를로스 구아하르도(Juan Carlos Guajardo)는 여러 개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추진한 코델코 경영진이 “중대한 전략적 오류를 범했다”고 말했다.
파체코 회장은 하나의 대규모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것보다 여러 개의 프로젝트를 동시에 하는 것이 훨씬 더 복잡하다며, 자신이 취임했을 때는 이미 프로젝트가 병행 진행 중이었다고 밝혔다. 파체코 회장은 유지보수에 더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엄격한 모니터링 프로세스를 마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