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호주자동차협회와 충돌… “가짜뉴스로 기후행동 방해한다”

2024-03-07     이재영 editor

테슬라가 호주자동차산업협회(FCAI, Federal Chamber of Automotive Industries)의 캠페인이 '가짜 뉴스'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FCAI는 호주 정부의 새로운 신차효율표준(NVES, New Vehicle Efficiency Standard) 정책이 인기 모델의 가격을 올리고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대중 캠페인을 전개하고 있다.

테슬라는 FCAI의 주요 회원사이자 이사회 멤버다.  

 

호주 정부, 자동차 연비 규제 도입 준비… 업계는 반발  

호주 자동차 산업 내 이해관계자들의 갈등이 가시화되고 있다. 글로벌 전기차 선두주자 테슬라와 호주 자동차 산업 로비단체 FCAI가 호주 정부의 자동차 배출량 저감 정책을 두고 격돌한 것이다.

호주 정부는 2025년 1월부터 신차 연료 효율 표준인 NVES을 도입할 계획이다. 탄소 배출량을 제한하여 배출량이 낮거나 아예 없는 제조사를 장려하고 그렇지 않은 제조사에게는 불이익을 주겠다는 것이다.

정책의 구체적인 구동 원리는 탄소 배출량 보상체계다. 제조사들은 신차의 탄소 배출량에 대한 상한선을 설정하고 이를 준수해야 한다. 연비가 높은 차량 생산업체는 여분의 탄소배출권 확보가 가능하다. 반면 배출 상한선을 초과하는 차량 판매업체는 연비가 높은 생산업체로부터 배출권을 구매해야 한다. 일종의 자동차업계 내 미니 탄소시장이 만들어지는 셈이다. 배출량 상한선은 정책 도입 후 점차 낮아질 예정이다. 

FCAI는 대중 캠페인을 통한 정부 정책에 반대하는 여론전을 펼치기 시작했다. NVES 정책이 인기가 높은 작업용 차량(utility vehicles, 픽업트럭, , SUV )의 가격을 인상시켜 소비자 부담을 가중시킬 것이라는 내용이다.

이에 테슬라는 적극 반박하고 나섰다. 자동차산업 이익단체가 ‘가짜 뉴스’로 대중을 호도하고 있으며, 이는 기후 노력을 지연시키는 행위라는 것이다. 전기차만 제조하는 테슬라는 다른 제조사들 대비 이번 정책 준수에서 유리한 편이다.    

테슬라가 호주자동차산업협회의 대중 캠페인이 기후 노력을 지연시킨다며 비판했다. / 픽사베이

6일(현지 시각) 영국 가디언은 테슬라가 정부 제출 의견서에서 모든 회원사의 의견을 대변해야 하는 FCAI가 이번 정책에 대해서는 “기후위기 대응 노력을 계속 미루는 기업들, 즉 업계의 일부 의견만 대변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는 2035년까지 주요 시장에서 내연기관차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힌 포드, 재규어, 랜드로버, 볼보, 메르세데스 벤츠 등 여러 회원사의 공개적인 약속과 어긋나는 행위라고도 강조했다.

또한 테슬라는 대중이 선호하는 휘발유 및 디젤 차량의 가격을 수천달러 이상 높일 것이라는 FCAI의 주장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FCAI가 각 자동차 모델에서 가장 오염이 심한 유형만을 의도적으로 선별하여 계산해 배출량을 부풀렸다는 것이다.

 

호주 신차 연비, 미국이나 유럽 신차보다 확연히 낮아   

호주 최고 인기 브랜드 도요타, “이번 규제 너무 빠르고 공격적”

호주 정부가 이번 정책을 도입한 배경에는 낮은 신차 연비가 있다. 가디언에 따르면, 호주에서 판매되는 신차의 연비는 100km당 평균 6.9리터다. 유럽의 각 3.5리터, 미국의 4.2리터와 비교해보면 확연히 낮은 수치다. 호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연비 제한 정책이 없는 몇 안 되는 국가 중 하나라는 것도 이번 정책 도입 배경 중 하나다.

호주 기후 위원회는 정부 제출 보고서에서 이번 규제안이 배출량을 줄이고 호주인의 운전 비용을 줄이기 위한 ‘최소한의 기준’이라고 밝혔다.

반면 호주에서 가장 인기 있는 자동차 브랜드 도요타는 새로운 규제안이 자동차 제조업체에게 “공격적이며 너무 빠르다”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