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 팜유 기반 바이오연료 재생 가능 불인정...WTO에 제소한 말레이시아 패소
지난 5일(현지 시각) 세계무역기구(WTO)가 팜유로 만든 바이오디젤이 재생 가능한 바이오 연료로 간주되는 것을 중단해야 한다는 EU의 결정에 대해 말레이시아가 제기한 소를 기각했다고 로이터, AFP가 보도했다.
이번 판결은 인도네시아에 이어 세계 2위 팜유 생산국인 말레이시아가 2021년 소송을 제기한 이후 3년 만에 나온 것이다.
분쟁의 요점은 2018년 EU 재생에너지 지침(RED II)에 관한 것이다. 말레이시아는 EU 중에서도 특히 프랑스와 리투아니아가 국제 무역 협정을 위반하는 방식으로 팜유 사용에 대한 제한 조치를 부과했다고 비난하면서 중재 패널을 요청한 바 있다. 유럽연합은 패널에 대한 초기 요구를 거절했지만 두 번째 요청은 승인했다.
산림벌채와 관련된 WTO의 첫 번째 판결에서 3명으로 구성된 패널은 말레이시아의 실질적인 주장을 거부했다.
패널은 "말레이시아는 RED II에 따라 취해진 특정 조치가 기술 규정이 합법적인 목적을 달성하는 데 필요한 것보다 더 무역을 제한하지 않도록 보장할 의무와 일치하지 않는다는 점을 입증하지 못했다"라고 말했다. 투표 결과 2대 1로 말레이시아가 패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WTO 패널은 두 사건 모두 동일했으며 말레이시아와 마찬가지로 5일에 공동 판결을 발표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인도네시아는 4일에 판결을 미뤄 줄 것을 요청했다. WTO 분쟁 당사자는 일반적으로 공표 전에 패널 결과를 알게 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산림벌채와 관련된 WTO의 첫 번째 판결이 미칠 영향
유럽연합은 2022년 12월, 삼림 벌채와 관련된 상품의 수입 및 판매를 금지하는 EU의 산림벌채법(EU deforestation law)을 제정하는 데 합의한 바 있다. 불법 상품 목록에는 삼림 벌채를 통해 재배된 커피, 코코아, 소고기, 콩, 팜유, 고무, 목재 등과 더불어 가죽, 초콜릿, 가구와 같은 파생 상품이 포함된다. 해당 규정은 2024년 말에 발효될 것으로 알려졌다.
EU의 산림벌채법은 유럽 시장에 대상 상품을 판매하려는 기업의 실사를 의무화하는 역할을 한다. 이는 커피, 코코아, 쇠고기, 콩, 고무 및 팜유 수입업체와 기업들이 공급망에서 삼림 파괴나 훼손에 기여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는 성명서를 작성할 법적 책임을 지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를 증명하지 못하거나 위반이 발생할 경우 해당 지역에서 매출액의 최대 4%에 달하는 벌금이 부과된다.
이에 지난 7월, 이탈리아의 커피 제조기업 라바짜(Lavazza)와 제과 브랜드인 몬델레즈(Mondelez) 그룹과 같은 글로벌 식품기업들은 EU의 산림벌채법에 대해 실효 가능성이 낮다며 우려를 표한 바 있다.
라바짜 그룹의 주세페 라바짜(Giuseppe Lavazza) 회장은 로이터통신에 "커피 공급망이 복잡하고 추적이 매우 어렵기 때문에 이 법을 실제적으로 시행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
당시 몇몇 투자자들은 산림벌채에 대한 문제가 제기된 공급망을 가진 소비재 제조업체를 포트폴리오에서 배제할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있다고 말해 기업들을 긴장하게 했다.
이런 상황에서 나온 WTO의 이번 판결은 투자자와 기업 모두에게 선례가 되어줄 것으로 전망된다.
2024년 말레이시아 바이오연료 생산량, B20 바이오디젤 사용 확대 시 증가
한편 말레이시아 바이오디젤 협회(MBA)는 지난 5일(현지 시각) 말레이시아 정부가 20% 바이오디젤 의무화 프로그램을 더 많은 지역으로 확대하면 2024년 바이오디젤 생산량이 180만 톤으로 증가할 수 있다고 밝혔다.
말레이시아는 운송용 디젤과 팜유 기반 바이오디젤 20%를 혼합해야 하는 B20 프로그램을 단계적으로 시행했으며, 현재 말레이시아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운송부문에 대해 10% 혼합 또는 B10 프로그램을 시행하고 있다.
UR 우니탄(U.R. Unnithan) MBA 회장은 로이터와의 인터뷰에서 "여러 혼합 시설을 더 빨리 가동하면 더 빨리 B20으로 진입할 수 있다. 전국적인 구현에는 더 많은 시간과 비용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우니탄 회장은 협회가 정부에 권고안을 제출했으며 올해 하반기에 프로그램의 확장이 이루어지기를 희망하지만 결정을 내리기 전에 다른 이해관계자들과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말레이시아 정부는 10% 팜유 사용을 의무화하는 B10 바이오디젤 프로그램을 산업 부문으로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했으며 2025년까지 팜유 30%가 포함된 바이오디젤을 사용하도록 의무화하고 있다.
말레이시아는 작년에 약 30만 바이오디젤을 수출했고, 말레이시아 국내에서는 약 110만 톤이 소비된 것으로 알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