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C 기후공시 의무화법 드디어 통과…공화당 10개 주는 SEC에 즉각 소송 제기
미국의 기후공시법이 드디어 통과됐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6일(현지 시각) 기업의 기후 공시 의무화 규칙의 최종안을 표결에 부쳐 찬성 3표, 반대 2표로 통과시켰다.
최종안은 초안보다 다소 완화됐다. 기업 측의 반대가 많았던 스코프3 보고가 제외됐다. 새 규정은 미국 뉴욕 증권시장에 상장한 기업들이 SEC에 매년 제출하는 연례보고서에 스코프 1과 2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구체적인 목표치를 담도록 요구한다.
게리 겐슬러 SEC 위원장은 발표 후 “최종안이 투자자에게 더욱 유용한 정보를 제공할 것으로 본다”며 “스코프3는 공개 의견 수렴을 통해 받은 의견들을 반영해 철회했다”고 밝혔다. 겐슬러 위원장은 스코프3 철회에 관해서 “보고 의무는 없지만 다른 관할권에서 도입되는 보고 요건을 준수하기 위해 기업들은 해당 영역에 대해 보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위원장이 언급한 대표적인 사례로는 EU의 기업지속가능성보고지침(CSRD)이 있다. CSRD는 1억5000만 유로(약 2175억원) 이상의 수익을 창출하는 비유럽권 기업에도 보고를 요구하고 있으며, 스코프3 배출량도 보고 대상에 포함된다. 또한 미국 캘리포니아주에서도 최근 스코프3를 포함한 공시 의무화 법안이 등장했다.
2026년부터 스코프1과 2 공시…상장 대기업과 중기업 대상
규정에 따라 기업들은 2026년부터 온실가스 배출량을 보고해야 한다.
의무 적용 대상 기업은 상장 대기업(large accelerated filer, LAF)과 상장 중기업(accelerated filer, AF)이다. LAF는 시가총액이 7억달러(약 9311억원) 이상인 기업이며, AF는 7500만달러 이상 2억5000만달러 미만(약 997억원~3326억원)의 기업을 말한다. 미국 기업의 대다수를 차지하는 소규모 기업은 적용 대상이 아니다.
새 규정에 따른 보고 요건에는 ▲비즈니스 전략, 운영 또는 재무에 중대한 영향을 미치는 기후 관련 위험의 공개 ▲기후 관련 위험을 완화하거나 적응하기 위한 계획의 중대한 지출 또는 재무 영향에 대한 양적 및 질적 설명 ▲기후 관련 위험에 대한 이사회의 감독 및 위험 평가와 관리에 대한 경영진의 역할 ▲회사가 중대한 기후 관련 위험을 식별, 평가 및 관리하기 위해 보유한 모든 프로세스가 포함된다.
기업은 허리케인, 산불, 홍수, 가뭄 등 악천후 및 기타 자연 조건으로 인한 비용과 손실, 탄소 상쇄 및 재생 에너지 크레딧이 회사의 기후 관련 목표 달성 계획에서 중요한 요소로 사용되는 경우 관련 비용에 대해서도 보고해야 한다.
공화당 10개 주와 미국상의, 소송전 불사…SEC, 법정에서 적극 방어한다
기후 공시법이 최종 통과되자, SEC 내외부로 적지 않은 파장이 일었다.
법이 통과되는 과정에서 SEC 내부에서도 의견이 크게 갈렸다. 민주당 위원 3인은 새 규칙을 승인하는 데 찬성표를 던졌지만, 반대표를 던진 공화당 위원 2명은 “(기후 활동가들이) 기후 관련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증권법을 탈취하여 사용하려는 노력”이라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로이터에 따르면, 조지아, 앨라배마, 알래스카 주를 포함한 공화당 주도의 10개 주는 기후공시법 통과에 관해 SEC에 소송을 제기했고, 미국 상공회의소도 법적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공화당이 주도하는 주에서는 이 규칙이 투자자가 필요로 하는 재무 정보 공개를 훨씬 뛰어넘는 엄청난 양의 자료를 수집하고 공개하도록 요구할 것이라며 기업 부담이 크다는 이유로 법 통과에 반대해 왔다.
미국 상공회의소의 톰 콰드먼 전무는 “처음 제안된 규칙에서 가장 부담스러운 조항 중에 일부는 제거된 것으로 보이지만, 여전히 새롭고 복잡한 규칙으로 기업과 투자자에게 상당한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높다”고 성명에서 전했다.
반면, 환경 및 투자자 단체는 공시법 통과에 환영하면서도, 스코프3를 의무 공시 범위에서 제외하여 아쉽다는 입장을 보인다.
지속가능성 투자자 그룹인 세레스는 성명에서 “강력한 규정을 만든 SEC의 노력에 감격했다”면서 “이 규정에는 스코프3 온실가스 배출에 대한 의무가 없다”고 지적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환경 단체인 시에라 클럽은 새 규정이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하여 SEC를 고소할 것을 고려하고 있다고 밝혔다.
법정 싸움이 예상되는 가운데, SEC 대변인은 성명에서 법정에서 기후 공개 규칙을 "적극적으로 방어"할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