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업계, 원자력 규제 완화 요구…"전력 수급 해결하려면 더 확대해야"
인공지능(AI)이 원자력의 부흥을 견인하는 것일까.
7일(현지시각) 미국 CNBC는 "AI 업계가 데이터센터 등 급증하는 에너지 소비량 해결을 위해 원자력 발전 규제 완화를 요구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AI 서버 하나, 소규모 국가 연간 에너지 소비량과 맞먹어…
해결책은 ‘원자력’
기술 기업들이 공격적으로 AI 서비스를 출시함에 따라 에너지 비용도 치솟고 있다. CNBC는 2022년부터 2023년 사이 데이터 센터 임대료는 거의 16% 이상 상승했다고 보도했다.
원인은 AI의 엄청난 전력 소모다. AI의 사회적 영향을 연구하는 AI나우연구소(AI Now Institute) 전무이사 사라 마이어스 웨스트(Sarah Myers West)는 “GPT 스타일의 대규모 언어모델을 검색엔진에 통합할 경우, 일반적인 검색 작업보다 5배 이상의 환경 비용이 든다”며 “현재 AI 시장 성장세를 볼 때 일부 신규 AI 서버는 매년 85테라와트시 이상의 전력을 소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소규모 국가의 연간 에너지 소비량보다 많은 수치다.
이에 기술 기업들은 새로운 에너지원으로 원자력을 주목하고 있다. 날씨에 의존해 공급이 불규칙적인 재생에너지 대비 안정적이며, 이산화탄소 배출량도 거의 없기 때문이다.
이미 글로벌 기술 기업들은 원자력 에너지에 적극 투자하고 있다. 2023년 마이크로소프트는 원자력 발전소 운영업체 컨스텔레이션(Constellation)과 계약을 체결하고 버지니아 데이터센터 발전원에 원자력을 추가했다. 2022년 구글은 핵융합 스타트업 TAE 테크놀로지스(TAE Technologies)에 2억5000달러(약 2647억원)를 투자했으며, 2021년 아마존 창립자 제프 베조스(Jeff Bezos) 또한 캐나다 원자력기업 제너럴 퓨전(General Fusion)에 1억3000만달러(약 1720억원)를 공동 투자했다.
비영리 단체 '핵 위협 이니셔티브(NTI, Nuclear Threat Initiative)' 선임이사 로스 매츠킨-브리저(Ross Matzkin-Bridger)는 "기술 기업의 경우 (기존) 전력망에서 전기를 조달하는 대신 원자력 발전소를 직접 활용하는 것이 합리적"이라며 "원자력은 다른 어떤 기술보다 면적 대비 많은 에너지 발전이 가능하다"고 말했다.
NTI는 국제원자력기구(IAEA)의 국제 저농축 우라늄 은행 설립을 후원했으며, IAEA의 정책과 방향을 지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
AI 업계를 타겟으로 하는 원자력 전력업체도 생겨나고 있다. '오클로(Oklo)'가 대표적이다.
미국 아이다호(Idaho) 남동부 교외에 위치한 오클로는 GPT 모델로 유명한 오픈AI(OpenAI) CEO 샘 알트먼이 투자한 원자력 발전 스타트업이다. 오픈AI와 다른 AI 업체의 데이터센터를 위한 소규모 원자력 발전소 건설을 추진 중에 있다. CNBC 보도에 따르면, 오클로는 이미 오하이오 남부에 두 개의 상업용 발전소 건설 계약을 확정한 바 있다.
원자력 규제, 급증하는 에너지 수요 못 따라와…
“고객 유치보다 규제당국 설득이 더 어렵다”
문제는 원자력 발전량이 AI의 보급 및 성장 속도를 따라오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오클로 CEO 제이콥 드와이트(Jacob DeWitte)는 "미국이 탈탄소화 및 전기차 정책을 채택하면서 청정 에너지 수요가 엄청나게 증가했다"고 밝혔다. 그는 "급증하는 전력 수요 대응을 위해서는 원자력 규제가 완화되어야 한다며 고객을 유치하는 것보다 규제당국을 설득하는 일이 더 어렵다"고 말했다.
실제로 오클로의 사업은 원활하지 않다. 2022년 연방 원자력규제위원회(NRC, Nuclear Regulatory Commission)가 오클로의 아이다호 원자력 발전소 건설 신청에 불승인 처분을 내린 것이다. 시설 안전성이 충분히 입증되지 않았다는 이유다. 미 공군 또한 2023년 10월 오클로와의 계약을 취소했다. 알래스카 기지에 전력 공급하기 위한 소규모 원자로 파일럿 프로젝트였다.
원자력 산업은 지난 수십 년 동안 미국 전체 발전량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지 못했다. 1986년 우크라이나 체르노빌 원전 사고와 2011년 일본 후쿠시마 원전 폭발 사고로 인한 부정적 인식 때문이다.
그러나 기후 위기가 가속화되자 대중 인식도 바뀌기 시작했다. 2023년 퓨 리서치(Pew Research) 설문조사 결과, 미국인의 절반 이상인 57%가 원자력을 지지한다고 응답한 것이다. 2020년 43%에서 크게 증가한 수치다.
현재 미국 전체 에너지 생산량에서 원자력의 비중은 19%에 불과하다. 1990년 112개로 정점을 찍었던 발전소 개수도 93개로 줄었다. 친환경 에너지 목표 달성을 2050년까지 최대 800기가와트의 신규 원자력 발전이 추가되어야 한다.
국내 상황도 크게 다르지 않다. 우리 정부 또한 차세대 원자로를 주목하고 있기 때문이다. 5일 이종호 과학기정보통신부 장관은 대전에 있는 한국원자력연구원을 방문하고 "AI 시대가 본격적으로 도래하면서 데이터 센터, 반도체 공장 증설 등 굉장히 많은 전기 에너 수급이 필요하게 됐다"며 이에 대한 대책으로 차세대 원자로를 지목했다. 또한 "주무부처로서 차세대 원자로 개발 및 실현과 원자력 이용 증가에 따른 사용후핵연료를 안전하게 처리하기 위한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캐나다 칼튼 대학교(Carleton University) 기계 및 항공 우주공학과 조교수 아메드 압둘라(Ahmed Abdulla)는 “저탄소 미래로 향하기 위해서는 원자력이 필요하지만, 목표를 향해 질주하다 보면 심각한 실수를 범할 수도 있다”며 원자력 발전 확대 노력과 체계적인 규제 프로세스 구축이 병행되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