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데이터를 왜 미 재무부가 수집할까? 기후위기가 부른 데이터 수집 논쟁, 결론은?

2024-03-12     이재영 editor

기후위기가 보험사 데이터 수집 논쟁으로까지 번졌다. 논쟁 끝에 미국 재무부가 기후 위험에 대한 보험사 데이터 수집 계획을 철회한 것이다. 

8일(현지시각) 블룸버그에 따르면, 미 재무부 산하 연방 보험청(FIO, Federal Insurance Office)은 주택 보험 관련 데이터를 직접 수집하는 원안을 철회하고, 주 정부 보험 감독기관이 해당 업무를 수행하는 것으로 한 발 물러선 것으로 드러났다. 

미 연방정부는 주택 보험의 기후 데이터 수집은 주 정부 차원에서 추진될 것이라고 밝혔다.

 

미 재무부, 공화당 반발에 기후 데이터 직접 수집 계획 철회…

주 정부 차원에서 진행하기로

이 제도가 처음 등장한 것은 2022년 10월로, 미 재무부가 제안한 주택 보험 현황 파악을 위한 데이터 수집안이 최종 확정된 것이다.  

FIO는 주 정부 보험감독 기관과 전국 보험 감독관 협회(NAIC, National Association of Insurance Commissioners)와 협력하여 주택보험 데이터를 수집, 미 전역 기후 관련 재정 리스크 평가에 활용할 계획이다. 

구체적인 수집 대상 데이터는 보험 갱신 여부, 보상액 규모, 기상 이변으로부터 대책을 마련한 가입자에게 제공되는 할인율 등을 포함한 70개 이상이며, 수집 최소 단위는 우편번호 레벨(Zip code level)이다.    

우편번호 레벨이란 우편 주소를 그룹화한 미국 인구 조사국의 지리적 단위를 말한다.     

미 재무부가 주 정부 차원에서 주택 보험 관련 데이터를 취합하는 정책을 추진한다. / 픽사베이

재무부 장관 자넷 옐런(Janet L. Yellen) "기후 재난 악화로 인해 보험 가격 가용성이 나빠지고 있다" 데이터 수집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보험 가용성이란 보험에 가입할 있는 정도 말한다. 보험 가격이 너무 높으면 필요한 사람들이 보험에 가입하지 못할 있고, 너무 낮으면 보험사가 보험 상품 판매를 거부할 있다. 따라서 정부는 보험 가격과 보험 가용성을 고려해야 정책을 마련해야 한다.     

블룸버그는 2024 봄부터 데이터 취합이 시작될 것이며, 취합된 데이터의 공개 여부는 아직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미 기후 재난 갈수록 악화… 일부 지역에서는 민간 보험사 철수

이번 정책 추진의 배경에는 갈수록 심각해지고 있는 기후 위기가 있다. 허리케인, 폭우, 기뭄으로 인한 산불 등 기후 재난이 빈번해지자 일부 보험사들이 캘리포니아, 플로리다 등 재난 발생 지역에서 신규 주택보험 판매를 중단한 것이다. 

민간 보험업계가 철수하자 책임은 주 정부로 이전됐다. 미국 보험 전문 미디어 인슈어런스 저널(Insurance Journal)에 따르면, ‘최후의 보험사’인 주 정부는 최악의 경우 가입 주민들에게 현재 1조달러 이상의 재산 손실을 보상해야 한다.   

민간 보험 비용도 상승하고 있다. S&P글로벌 1월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25개 주에서 주택 보험료가 최소 10% 이상 증가했다. 6개 주가 인상됐던 2022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한 것이다. 보험료 인상률이 가장 높은 3개 주는 텍사스(23.3%), 애리조나(21.8%), 유타(20.3%)다.  

S&P글로벌은 보험료 인상의 원인으로 자연재해 발생 빈도 증가로 인한 보험사들의 손실 발생을 꼽았다.   

이 같은 상황 해결을 위해 2022년 10월 연방 재무부는 민간 주택보험 가입자의 상세한 데이터를 수집하겠다고 밝혔다. 보험 가입 현황, 보상액 규모, 개별 할인율 등을 지리적 단위로 분석해 미 전역의 기후 피해 대응 방안을 수립하기 위해서다. 

 

보험업계, "기업 내 인력과 자원 등 막대한 비용 투입" 반대

한편, 보험업계는 크게 반발했다. 재무부의 자료 취합 요구에 대응하기 위해서는 기업 내 인력, 자원 등 막대한 비용을 투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공화당은 보험업계의 입장에 동의, 2023년 4월 연방 보험 규제당국인 FIO를 폐지하는 법안을 발의하기도 했다.

논쟁이 이어지자 재무부는 직접 데이터를 수집하겠다는 원안을 철회하고 주 정부가 주도하도록 정책을 수정했다. 이미 백악관으로부터 데이터 수집 허가를 받았음에도 불구하고 정책 강행보다는 주 정부 및 보험업계와 협력하기로 한 것이다.  

정책 최종안에 따라 주 정부는 보험사에 대한 데이터 요청 권한을 가지며, 응하지 않는 기업에게는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전국 보험 감독관 협회는 "재산보험시장의 80% 이상이 이번 정보 요청에 포함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미국소비자연맹(Consumer Federation of America), 경제정의센터(Center for Economic Justice), 퍼블릭 시티즌(Public Citizen) 등 소비자 단체들은 전 미국인의 기후 영향 평가를 위해 데이터 수집 대상을 현재의 ‘단독 주택’에서 저가의 임대주택, 콘도 등의 취약 주택으로 확장해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