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BC에 "화석연료 기업 대출 중단하라", 15개 기관투자자 요구 나서

2021-01-25     박지영 editor

아문디와 맨그룹 등 운용자산이 2조4000억달러(약 2653조원)에 달하는 15여개의 기관투자자들이 HSBC에게 화석연료에 대한 자산 노출을 단계적으로 중단할 것을 요구했다. 주주 결의안을 통해서다. 결의안에는 탈석탄을 시작으로 화석 연료에 관한 여신 잔액을 줄이는 등 기후 변화 문제에 대한 대응을 강화하라는 내용이 담겼다.

투자가들은 “지금까지 대화를 통해 기후변화 문제에 대한 대응을 촉구해왔지만, 현실화되진 않았다”며 이번 결의안을 발표했다. 결의안에는 100명 이상의 개인 주주들과 덴마크, 스웨덴, 영국의 자산 소유주들이 서명했다. HSBC는 작년 “2050년까지 탄소 중립에 도달하겠다”고 선언했지만 선언 직전까지도 화석 연료 관련 기업에 18억달러를 제공하는 등 오히려 여신을 확대한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탄소 중립 구현에 대한 구체적인 전략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녹색 금융과 구별되는 화석연료 금융을 피하기 위한 충분한 정보를 제공하고 있지 않다고 지적받았다. 사라신앤파트너스의 나타샤 랜델 밀스(Natasha Landell-Mills) 책임자는 “HSBC의 이사회는 화석연료에 대한 자금조달을 철회하겠다는 의도를 명확히 밝혀야 한다”며 “화석연료 투자 중단 없이 녹색 금융만 확대하는 것은 반쪽짜리 계획에 불과하다”고 비판했다.

이번 주주 결의안이 4월에 열릴 주주총회에서 75% 이상의 찬성표를 받으면, HSBC는 화석 연료에 대한 여신 잔액을 줄이는 전략과 함께 2050년 탄소 중립을 달성하기 위한 단기·중기·장기 전략을 발표해야 한다.

덴마크의 연금펀드인 MP펜션은 “HSBC가 화석연료에 투자하는 기업에 대한 금융 제한 기준을 도입하고 탄소 다배출 기업에게 감축 목표를 정해줄 것을 요구한다”고 말했다. 또한 “탄소 중립을 하루 빨리 달성하기 위해 석탄이나 석유 등에 여전히 투자를 해주고 있는 은행을 압박하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HSBC는 “2050년까지 전체 사업 포트폴리오에서 배출하는 탄소가 제로(0)에 도달하게 한다는 큰 방향은 변하지 않았다”고 해명했다. 또한 “모든 분야의 고객들이 점진적으로 탄소 중립에 도달할 수 있게끔 2030년까지 7500억에서 1조달러를 제공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후위기 대응하라" 

주주결의안, 환경단체 아닌 투자가 직접 나서

지금까지 기후변화에 대한 주주 제안은 환경단체 등 NGO 중심으로 이뤄졌다. 그러나 ESG 투자 확산되면서 기관 투자가가 직접 주주 제안을 하는 추세로 바뀌고 있다. 공동 제안도 최근 증가하는 추세다. 기업과의 대화에서 기후변화 대응을 요구하더라도 기업의 변화가 한정적이라 보다 강한 압력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투자가들 사이에 번지면서다.

기후 변화 관련 주주 제안은 찬성률도 상승했다. 작년 미국 기업을 대상으로 기후 변화 관련 주주 제안의 평균 찬성률은 약 39%로 전년 대비 8%p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많은 주주들이 찬성표를 던지면서 제안의 실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2019년에는 글로벌 기후행동 투자자그룹인 '클라이밋 액션(Climate Action) 100+'가 영국 에너지 기업 BP에 “파리기후협약에 부응하는 전략을 공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기관투자가가 연합해 주주 결의안을 제시한 첫 사례다. 당시 경영진도 제안을 지지해 찬성률은 99%에 달했다.

영국의 금융기업 바클레이스는 작년 11개의 기관투자가에게 “파리기후협약의 목표에 따르지 않는 업종에 대한 대출을 중단하라”는 제안을 받기도 했다. 바클레이스는 직접 “2050년까지 자사의 포트폴리오를 탄소 중립으로 만들겠다”며 제안을 통과시킨 바 있다.